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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아우토반 속도를 제한한다? 독일인들 반응



독일은 올 해 총선이 있죠. 총선 결과에 따라 총리가 바뀌느냐 연임을 하느냐도 결정이 됩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 여러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제 1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민주당(SPD)의 대표가 아우토반 전 구간에 걸쳐 최고속도를 120km/h로 제안하겠다는 의견을 내놔 독일이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계속해서 환경단체와 녹색당과 같은 소수당에서 주장을 해오던 건데요. 이번엔 제 1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언급을 함으로써 크게 이 문제가 부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독일 아우토반은 속도의 제한이 없는 도로로 잘 알려져 있죠. 모든 구간에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대략 절반 수준이 무제한 구간이라고 합니다. 

 

독일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 교통표지판을 보게 되는데요. 이게 보이면 그 때부터 속도 제한이 없다는 뜻입니다. 무제한 구간이라는 거죠. 이게 꼭 아우토반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외곽도로 등에서도 가끔 볼 수가 있는데요. 달려도 괜찮다고 판단이 되는 도로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그 곳은 여지없이 속도들을 내며 달립니다.

 

그러면 속도제한을 왜 자꾸 정치권 일각에서 시도할까요? 우선은 사고를 줄이자는 게 가장 큰 이유고, 그 다음이 환경적 것을 이유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환경에 대해선 양보가 없다고 할 정도로 민감합니다. 작은 숲 망가진다고 거대 사업 자체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요. 정치권이나 국민들 모두 조금 불편하더라도 환경에 유익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반감은 크게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런데 이런 독일인들도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그게 바로 아우토반의 무제한 질주입니다. 한 마디로 다른 건 다 양보하고 이해하고 따르겠지만 아우토반 무제한 질주만큼은 건들지 말라는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우토반을 달려본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 독일에 살며 운전을 한 사람들이라면 이 질주의 공간을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60%는 아우토반이 아닌 외곽도로 등에서 발생이 된다는 게 통계청 자료인데요. 현재 교통부장관이나 독일 운전자 클럽인 아데아체(ADAC, 회원 수 약 1,300만 명) 같은 곳에선 공식적으로 속도 제한에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야권에서도 속도 제한을 공식적인 당의 정책으로 내놓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한 번의 소동으로 끝날 공산이 크긴 하지만, 어쨌든 독일 운전자들은 민감한 반응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의견들을 내놓고 있는지 몇 가지만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급적이면 120 속도제한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으면 올리고 싶었지만 대부분 이와 관련한 기사와 댓글이 자동차 포럼이나 자동차 전문지 홈페이지에 실렸기 때문에 보기가 어려웠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Azrael1278 : "그래, 곧 있음 선거군. 선거철에 늘 이런 얘기가 나오곤 했지. 난 상관없어 130~140km/h 정도를 선호하니까 그것만 유지하게 해준다면..."

 

 

etsi1988 : "난 100% 반댈세. 아마 여기 포럼을 오가는 사람들 누구도 찬성하지 않을 거야. 난 빨리 달리고 싶어. 그래도 평소엔 130~150km/h 정도로 얌전하게 운전을 하는 편이야. 굳이 하겠다면 속도제한 200km/h 정도라면 생각을 좀 해볼 순 있을 거 같아. 120km/h라고? 반댈세."

 

 

AMD : "사고를 줄이기 위해 속도제한을 한다고? 그것 말고도 사고율을 낮추기 위한 방법은 많은 거 같은데? 사실 빠르게 운전하는 사람들 보다 고연령층 운전자들이 더 위험한 상황을 많이 만들지.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70세 이상이 되면 매년 운전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

 

 

kessa6 : "난 사실 투표를 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번엔 꼭 투표를 할 겁니다. 그리고 빨간색 (제 1야당 SPD의 상징색)과 녹색 (녹색당 상징)에 투표하지 않을 거예요. 제한속도 반대합니다. 스포츠카나 비싼 자동차를 독일이 만들고 있는데 속도를 제한해버리면 그런 차들을 탈 이유가 없는 거 아니겠어요? 자동차의 발전도 더 이상 없을 겁니다."

 

 

fgordon : "아우토반에서 빨리 달리는 건 어차피 차량 흐름이 원활할 때뿐이야. 막히는 경우엔 달리라고 해도 못 달린다고!"

 

 

RoterBlitz103CDI "모든 운전자들을 위해 속도제한을 없앱시다~"

 

 

Willinger : "속도제한이 생기면 자동차 기업들에게 타격이 클 거야. 난 현재 아우디 TT를 타지만 내 꿈은 포르쉐 911이라고. 그런데 속도를 120으로 제한해버리면 911과 같은 차를 뭐하러 타겠냔 말이지."

 

 

330d 6GangRacer : "400km 이상의 거리를 운전을 하고 가는데 속도를 120km/h 이상 낼 수 없다고 하면 오히려 졸음운전때문에 사고가 더 많이 날 걸?"

 

 

Trust NO1 : "만우절 아직 지난 거 아니었나? 언제는 괜찮다고 하면서 정치인들이 이번엔 또 아우토반이 위험한 도로라고들 말하고 있잖아. 난 오히려 빨리 운전하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Ositoaxel : "아우토반에서 속도제한이 더 위험합니다. 제가 업무 때문에 프랑스나 벨기에 등을 자주 가는데요. 그곳 고속도로에서(120제한) 전 더 운전이 위험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속도 제한이 현실적이지 않다 보니 결과적으로 과속을 하는 운전자들이 굉장히 많고, 오히려 차간 거리도 없이 바싹 붙어 운전을 합니다. "

 

 

plemmplemm : "차라리 그럴 바엔 시속 80이나 50km/h로 제한을 하지그래?"

 

 

lechev : " 최근에 A7 아우토반에서 시속 300km/h에서 타이어가 펑크나서 페라리가 박살난 뉴스들 알 거야. (저도 위플에서 전해드렸죠.) 작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만 모두 죽지 않고 살아 나왔어. 차만 좋다면 난 속도는 120이나 300이나 별 문제 없다고 봐. 그래도 꼭 제한을 하겠다면 200km/h로 하는 건 찬성."

 

 

A3stefan : "차라리 가이스터파러(역주행 차량들을 일컬음. 개인적으로 저도 이 거 굉장히 문제라고 봅니다. 너무 잦아요 이런 일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다. 아니면 도로의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든가. 그런 것에 집중해주길. 어쨌든 나는 녹색당이나 SPD은 안 찍을 거야."

 

 

Scheefan : " 에스페데(SPD)가 표를 모으려고 하는군."

 

 

DonC : "왜 속도제한 얘기가 나왔다 하면 120일까요? 180km/h로 바꿔 보는 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150~160km/h로 달릴 때가 가장 여행하기 좋은 거 같습니다. 도로가 달릴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달리게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정체 구간에선 물론 그럴 수 없겠죠.  프랑크푸르트에서 칼스루헤 방향은 180km/h로 달리기에 좋죠. 보세요 다들 씽씽 달립니다. 그 흐름에 맞출 필요가 있어요. 만약 천천히 가고 싶다면 우측 차선에서 달리면 되죠. 그러면 서로 방해 안 받고 달릴 수 있을 테니까요."

 

보신 것처럼 거의 모든 반응이 반대로 나옵니다. 이 글 쓰면서 아내에게 물어 봤습니다. 120제한을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자신도 120km/h는 너무 느리다고 말합니다. 180km/h라면 좋을 거 같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제게 묻는데 저는, 제한 없었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뻔히 나올 대답이었죠. 사실 나쁘게 표현하면 180이상 자주 달리다 보면 그 이하의 속도로 달리는 건 적응이 안될 정도가 됩니다. 일종의 중독이라고나 할까요?

 

환경을 생각하고 안전을 위해 정치인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정당의 색깔에 맞게 정책을 욕을 먹든 아니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을 저는 찬성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독일은 다당제 국가고 각 정당들 마다 정책의 차이, 정당의 색깔이 분명한 편이죠. 그래서 정책을 가지고 표를 던지기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치 시스템을 십분 이해하고 좋아한다고 해도 아우토반의 속도제한만큼은 동의를 못하겠다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독일 자동차가 이처럼 경쟁력을 갖춘 것도 아우토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도 생각 하지 않을 수 없겠죠. 이미 이 점에 대해선 과거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무한질주 아우토반에 대한 대립된 시각은 정치권을 통해 계속해서 드러날 겁니다. 그리고 독일의 운전자들의 다수는 여전히 무제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을 통제치 말아 달라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과연 아우토반의 무한질주가 사라질 수 있을까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