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스쿨존, 이 정도로도 아이들 안전한 이유

 

가정의 달 5월이라 그런지 아이들 교통사고 관련한 기사들이 눈에 제법 많이 보입니다. 특히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여전히 자동차에 치어 다치거나 사망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소식은, 정말 가슴을 쓰리게까지 하는데요. 지난 4년 동안 오히려 이 안전구역 내에서 사고는 69%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갈수록 상황이 나빠질 수가 있는지 참 암담하더군요. 지난 주말엔 이와 관련한 기사 하나를 읽다가 너무 화가났습니다.  

 

기사를 본 분들도 계실 텐데요. 스쿨존에서 아이들을 치인 운전자들이 공통적으로 변명처럼 하는 말이, "갑자기 아이들이 튀어나오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였다고 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건 말 그대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줘야 하는 그런 구간임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들이 참 많은 것 같고, 또 그들의 변명이란 게 저런 식이라는 것이 화가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스쿨존에서의 차량의 속도는 시속 30km/h입니다. 이건 독일도 같죠. 심한 곳은 10km/h로 제한되는 곳도 있습니다. 이 시속 30km/h는 그냥 정해진 게 아니라 갑자기 뛰쳐 나온 아이들을 발견하고 급제동을 했을 때 차가 최소한의 거리에서 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속도가 됩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에선 이 30km/h를 못지키는 것 같더군요. 그러면서 행여 속도를 지킬라치면 뒤차가 얼마나 빵빵대는데요. 라고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뒤에서 트럭이 빵빵빵빵 거려도 (스쿨존에서 클락션을 쓴다는 거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개의치 말아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 빵빵대는 소리에 부담을 느끼고 속도를 올리다 사고라도 난다면, 그 다친 아이와 아이를 다치게한 운전자의 인생은 누가 책임을 질까요? 결국 그건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겁니다. 빵빵거린 뒤차 운전자가 아니라는 거죠.

 

이쯤에서 독일 스쿨존의 시스템(?)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이 표시는 우선 스쿨존에 진입할 것이라는 안내역할을 합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시오, 애들 있어욧!" 이라는 뜻인데요. 적혀 있는 건 간단한데 풀어 쓴 건 좀 길죠? 어쨌거나 보통 이 표시가 있으면 그 구간은 시속 50km/h 정도로 달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표시는 꼭 스쿨존, 그러니까 학교 앞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건널목 같은 곳 앞에는 꼭 세워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학교 근처에도 있고, 주택가 진입로 등에도 세워져 있는 등, 다양하게 활용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역할을 하는 표시판이 또 있습니다.

 

이 표시는 주택가 들어선다는 걸 알려주는 건데요. 이게 있으면 속도는 시속 30km/h로 제한됩니다. 심한 곳은 시속 10km/h로 적혀 있죠. 시속 10km/h 구간에서는 가끔 주변에 사람 없다고 속도를 내는 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그냥 30km/h 이하에서 탄력적으로 주행을 하는 편입니다. 물론 경찰에게 15km/h로 달리다 걸리면 딱지를 끊어야겠지만요.

 

지금 이 사진 왼편에 보이는 게 학교 건물입니다. 학교 뒤편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학교가 끝나는 지점까지 이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러면 학교 앞에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우선 학교 앞으로 가기 전에 이 초등학교 근처에는 또 다른 감시장치가 하나 더 있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길은 학교 옆으로 지나가는 동네 주도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등하교길에 이용을 하지는 않지만 학교임을 알림과 동시에 과속단속카메라를 세워놓았습니다. 속도 제한은 50km/h죠. 스쿨존이 아니고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50km/h로만 제한하고 있지만 분명히 학교 주변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요. 우선 주변에 학교가 있다는 표시를 먼저 해주면서 1차 경고를 합니다. 그리고 학교 건물 시작되는 지점에 이처럼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과속운전을 방지합니다. 여기서 다시 학교 건물을 끼고 들어가는 주택가 입구에는 제한속도 30km/h임을 알리는 교통표지판을 세워두었습니다. 자 그러면 아까 보자고 했던 학교 정문앞으로 가볼까요?

 

첫 번째 사진은 학교 정문입니다. 일요일 저녁이라 문이 닫혀 있는데, 우리나라 학교 입구와는 좀 다르죠? 그 아래는 학교 건물 사진입니다. 이 앞에 도로는 과연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첫 번째 사진은 메인 도로에서 학교 정문쪽으로 우회전을 했을 때 그림인데요. 바닥에 30이란 숫자가 적혀 있네요.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은 학교 정문 앞에 세워져 있는 교통표지판으로, 어린이들이 다니는 도로라는 표시, 시속 30km/h, 그리고 몇 미터까지 이런 도로인지를 알려주는 미터 등이 한 판에 다 적혀 있습니다.

 

이게 끝입니다.

 

횡단보도도 없어요. 그냥 학교 정문에 이 숫자30과 어린이 그림이 있는 교통표지판 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국처럼 바닥에 눈에 띄는 색을 칠한다거나 가드레일을 촘촘히 박아 놓거나, 형광 띠를 둘러 확인을 시켜주거나 하는 등의 표시들이 하나도 여긴 안 보입니다. 물론 지역마다, 학교가 위치한 환경에 따라 스쿨존을 알리는 표시는 조금씩 다릅니다.

 

위에 사진은 독일의 또 다른 스쿨존 표시입니다. 슐레(Schule), 학교라는 표시와 보행자 표시만 바닥에 있을 뿐입니다. 반면, 아래 우리나라 스쿨존 사진(제주일보)은 여기가 스쿨존이야!! 라고 아주 확실하게 표시를 해주고 있습니다. 어쨌든 좀 다르긴 해도 독일은 대체로 스쿨존 표시가 잘 눈에 안 띕니다. 독일도 한국처럼 좀 확실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왜 그렇게 안할까요?

 

일단 교통표지판이나 바닥에 학교 구역임을 알리는 표시가 있거나 속도제한 표시가 있으면 독일 운전자들은 대부분 지킵니다. 주택가는 50, 학교 앞은 30km/h로 달려야 한다는 이 약속은 자연스럽게 지키는 것이  이곳의 분위기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겠죠. 독일도 아이들 등하교 시에 사고가 많이 나는 편입니다.

 

독일 내 자료를 좀 찾아보니까 6~14세 아이들이 등하교 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숫자가 일년에 꽤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학부모 단체나 각 종 시민단체들은 이런 사망율을 줄이기 위해 사고 위험이 많은 곳을 이 시속 30km/h 구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들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얘기는 뭘까요? 시속 30km/h 구간, 스쿨존 구간에서는 아이들이 다칠 염려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얘기하면 많은 분들이 그러십니다. 독일은 법이 엄격하고 벌금 무서워서 그러는 거라고요. 그런데 한국이라고 법이 안되어 있겠습니까? 오히려 스쿨존 안에서는 주정차도 못하게 하고, 보신 것처럼 온 갖 방법을 동원해 시속 30km/h 구간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캠페인도 많이 벌이죠. 그런데 그게 안 지켜진다는 겁니다. 법을 강화하면 분명 효과는 있을 겁니다. 벌금을 많이 물리면 좀 더 조심들을 하겠죠.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해결은 아니라 봅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 어른들의 나쁜 운전습관, 운전자세, 운전문화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독일 사람들이라고 50, 70, 100, 120 제한 속도 구간 표시를 모두 잘 지키는 거 아닙니다. 오히려 아우토반 같은 곳에선 제한속도가 있어도 전체적인 차량의 흐름은 그를 훌쩍 넘어설 때가 많습니다. 터프한 운전자들 많아서 인상을 쓰는 경우도 종종 있죠.

 

하지만 학교 앞이나 주택가 등에서는 대부분 속도를 최대한 맞춰 달립니다. 안 간다고 빵빵거릴 차가 없는 건 당연하겠죠. 달려야 하는 곳과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곳을 비교적 선명하게 지키려 합니다. 사람들이 다 이렇게 지키니 나만 안 지키면 그게 아주 도드라 보입니다. 안 지키면 뻘쭘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학교 앞에선 누구나 속도를 지키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합니다. 간단하죠.

 

왜 독일의 아이들은 스쿨존에서, 오히려 별 안전 장치나 경고 표시도 없는 곳에서 안전을 보장받을까요? 왜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학교 앞에서 많은 사고를 당하는 걸까요? 아무리 산과 같이 높은 방지턱을 세우고, 요란하게 도로를 칠하고 해도 결국 운전자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 봅니다. 앞서 잠깐 보여드린 감시 카메라를 스쿨존 앞에 세워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죠.

 

어쨌든 더 이상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다치거나 하는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반가운 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많이 감소를 했다고 건데요. 이런 희망적인 뉴스를 이어, '한국 운전자들 스쿨존에서 가장 안전하게 운전해.' 뭐 이런 해외뉴스를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제가 독일과 한국을 좀 비교해 얘기를  했지만  여기 독일이 모든 게 다 좋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여기는 이렇다는 걸 말씀드리는 거고요. "게르만 늬들 못지 않게 우리도 운전 잘하고 문화 훌륭하단다!" 라고 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제게 더 크다는 거 이해해주셨음 합니다. 제도나 시스템이 좋은 운전 문화와 함께 잘 비벼졌을 때 진짜 안전한 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다시 한 번 강조해 말씀 드리며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참 그리고 오늘 시승을 하고 왔어요. 메르세데스 A클래스인데 자세한 얘기는 다음 주 월요일에 포스팅을 통해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승 다녀온 곳은 하이델베르크와 그 주변의 드라이브할 만한 작은 도시들이었는데 좋은 글 되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좋은 한 주의 시작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