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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블로그 4년 하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이번 주 금요일이 되면 티스토리에 정착한 지 딱 3년이 됩니다. 그 전에 네이버에서 시작해 텍스트큐브로 이어져 본격적으로 자동차 이야기를 1년 가까이 했고, 다시 티스토리로 와 3년이 되었으니까 자동차로만 대략 4년 정도 블로그를 운영한 게 되겠군요.

 

몇 분이나 찾아 주셨나 보니 티스토리만 놓고 보면 3년 동안 7백만 명 이상 방문해 주셨습니다. 올 해는 3백만 명 조금 안되는 방문자들을 맞았고요. 아 물론 매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중복되는 경우들이 꽤 될 것입니다. 어쨌든  저로서는 뿌듯하기도 하고 찾아 주신 분들께 고맙기도 하고 뭔가 '그동안 잘 해온 거겠지?' 라는 생각도 조금은 들고 그렇습니다.

 

이쯤에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더군요. 그래서 티스토리 3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고, 오늘은 이 블로그를 운영하며 제가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냥 편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시승기의 주인공 Q3

 

얻은 것들

 

1.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학습, 그리고 열정

 

블로그하기 전엔 자동차는 그냥 취미의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블로그를 하면서도 자동차는 저의 취미의 대상이었죠. 다만 계속해서 차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나가다 보니 모르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고, 이를 공부하는 시간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고 흘려 버렸던 자동차가 이제는 머리와 가슴에 새겨 넣는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죠.

 

자동차와 관련한 책들을 하나 두울 사 모으기 시작했고, 자동차 잡지들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왜 저런 결과가 나왔고, 이 차의 등장의 배경엔 무엇이 있는지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조금씩 조금씩 차에 대한 체계가 잡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수준은 형편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처음 시작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겁니다. ^^

 

블로그를 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갔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시작을 한 것이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정보의 양을 계속해서 넓혀갈 수 있었죠. 깊이도 조금씩 생기고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차에 대한 '열정'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에 관한 정보가 있으면 기록하고 저장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열정과 학습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저를 성장시켜나갔습니다.  

 

코너링이 인상적이었던 X1 사륜모델

 

 

2. 꾸준함

두 번째 제가 블로그하며 얻은 건 꾸준함이었습니다.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나가는 게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순간 집중력은 나쁘지 않은데 지구력이 영 아니었죠. 그런데 4년 동안 자동차 이야기를 처음엔 거의 매일, 그러다 요즘은 이틀에 한 번씩은 꼭 하게 되었고, 그것이 저의 부족한 한 부분을 채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에도 말씀을 드린 적 있지만 한국에 있었다면 이렇게 블로그를 꾸준하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술 약속이다 저녁 약속이다, 일이 언제 끝날지 몰라 늘 바빴던 그런 시간에 비하면 독일에서는 한국에서 보다 친구도 적고, 또 저녁은 대체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일상적인 분위기이다 보니 저녁 시간이 한결 여유로울 수 있었고, 그 시간을 통해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피워낼 수 있었습니다.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던 벤츠 SLK

 

 

3. 독일을 이해하는 통로

독일 자동차는 제 나름의 관점으로 독일이라는 나라를, 그들의 문화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역사와 문화의 통로 역할을 해줬습니다. 역사와 그 문화적 배경 등을 모른 채 차를 볼 때와 그것들을 알고 바라볼 때의 느낌은 큰 차이가 있더군요. 아우토반이 어떻게 해서 독일차들의 특징을 만들어줬는지, 이들의 교통 문화는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또 차를 대하는 그들의 방식을 보며 그들의 국민성이 어떠하다는지 등등...

 

아주 어려서 독일에 왔다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알기 어려웠던 두 나라의 이런 자동차 환경과 문화의 '다름'을 알게 된 게 제겐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유럽의 역사를 거꾸로 자동차를 통해 타고 올라간다든지, 히틀러에 대한 공부가 자동차를 통해 이뤄졌다든지 하는 점은 개인적으로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는데요. 이런 독일의 이해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역사와 환경에 더 관심을 갖게 해줬습니다.

 

자연흡기를 사랑하는 롱버텀님의 파나메라 GTS 시승기 때의 사진

 

 

4. 만남과 헤어짐

블로그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 중에 하나가 이전엔 알 수 없었던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그것도 한국과 독일뿐 아니라 남미와 아프리카에서까지 찾아와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건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었죠. 인터넷이 있었기에, 그리고 이런 자동차 블로그를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함께 시승기를 만들어간 미국의 롱버텀님, 늘 이른 시간에 찾아와 댓글로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던 쭈니님, 그리고 한국에 들어가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많은 분들. 또 댓글은 잘 안 남겨도 조용히, 그리고 언제나 찾아와 글을 읽고 가는 대다수의 많은 분들까지... 다 제겐 소중하고 고마운 님들입니다.

 

물론 자주 봐오던 닉네임이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일 때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어차피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물처럼 흘러와 물처럼 흘러갈 수도 있고, 그 물이 모여 함께 흘러갈 수도 있는 거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강제로 붙잡거나 하는 마음 보다는 그 흐름에 순응하려는 마음으로 바뀌었죠. 앞으로도 이런 패턴은 계속될 거라고 봅니다. 다만 전 언제나 여기에 있을 것이고, 또 여러분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얻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새로나온 차들을 타볼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다양한 자동차로 아우토반 위에서 풀가속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거, 독일의 멋진 곳들을 찾아 다니며 여행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요즘 들어 저의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잃은 것은 뭐가 있을까요? 제목을 저렇게 얻은 거과 잃은 것으로 달아 놓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과연 잃은 게 뭘까?' 하고 말이죠. 굳이 따지라고 한다면 이젠 어딜가도 마음 편히 보고 즐기지 못하고 다 사진에 담고, 또 좋은 경기 보다 자동차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여행 계획을 세워도 이젠 자동차가 중심에 놓인다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걸 꼭 잃은 것이라고 할 순 없겠죠.

 

그래서 결론은,

 

잃은 거 없다. 입니다. 좀 허무하죠? 뭔가 속내가 잔뜩 나올 줄 알았는데...하지만 솔직히 그렇습니다. 얻은 것밖에 생각나는 게 없더라구요. 누구 보다 제 자신에게 많은 도움과 즐거움을 준 것이 이 스케치북다이어리입니다. 가끔은 '좋은 내용인데 반응이 없네.' ' 이런 건 좀 읽어주셨으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지만, 늘 그럴 순 없겠죠. 설령 비판받고 부족한 내용으로 실망을 드려도 저는 그런 것들까지도 제가 남긴 하나의 기록들로 있는 그대로 소중히 남겨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전에도 말씀을 드린 적 있지만, 능력이 되고 상황이 된다면 백발의 노신사되어도 이런 블로그 하나쯤 계속 쥐고 가고 싶습니다. 함께 늙어가는 거죠. 언제나 스케치북다이어리와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저의 길 계속 달려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