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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신성모독 소리까지 듣던 페라리 푸로산게는 과연 실패했나?

 

스포츠카 팬들이 궁극의 도달할 지점으로 여기는 페라리. 이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에서 SUV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팬들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페라리의 전통적인 팬 일부는 신성모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푸로산게 등장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는데요.

사진=페라리

저런 표현을 써가며 비판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스포츠카 2도어 페라리로 영원히 남길 바라는 일부의 실망감이 컸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이 최고급 브랜드 모델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2022 9월 처음 공개된 후 2년이 지났는데요. 현재 이 푸로산게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자동차 시장 조사 기관 중 하나인 JATO 다이내믹스에서 시장 분석을 담당하는 후안 펠리페 무노즈는 최근 관련 글을 독일 자동차 매체에 올렸습니다. 아무래도 시장 조사 전문가이다 보니 판매량을 통해 페라리의 크로스오버 모델을 어떻게 시장이 평가하는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사진=페라리

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페라리는 7천 대 이상(7,044)의 신차를 판매했습니다. 전년에 비하면 1.2% 증가한 결과인데요. 증가 폭만 놓고 보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판매량 기준에서는 역대 최고 기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페라리 모델은 ‘296 GTB’ 3,117대였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에 1,700대가 팔렸으니까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2위는 로마 1,870대가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됐습니다. 그리고 3위가 프로산게인데 총 1,489대가 팔려나갔습니다. 8월까지 판매량이니까 올 한 해 2천 대 판매도 가능할 수 있을 듯합니다.

 

▶2024 1~8월까지 페라리 모델별 판매량

 

1 : 296 GTB (3,117)

2 : 로마 (1,870)

3 : 푸로산게 (1,489)

4 : SF90 (1,162)

5 : 812 (723)

6 : 포르토피노 (160)

7 : 데이토나 (133)

8 : Q8 (49)

사진=페라리

숫자만 놓고 보면 푸로산게에 실망한, 혹은 페라리의 SUV 선택에 실망한 시장에 의해 판매량이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이는 판매량이 기대보다 못하다고 평가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예상대로 많이 팔렸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딱 그렇게 갈릴 만한 결과가 아닌가 싶은데요. 다만 판매량에서 1, 2위를 차지한 모델들보다 푸로산게 가격이 1 4천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이상 더 비싸다는 것은 참고할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정도면 준수한 판매 성적을 받은 것으로 보는데요.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판매량을 지금보다 더 끌어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또 한 가지 후안 펠리페 무노즈는 페라리 주가가 8 30일 기준으로 최고치를 찍었다는 점을 들며 적어도 푸로산게 때문에 일각에서 얘기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추가로 영업이익 또한 푸로산게가 본격적으로 판매된 올해 더 높았습니다.)

사진=페라리

이처럼 데이터는 일부 순수주의자들 염려처럼 푸로산게로 인해 브랜드 가치의 훼손은 없었으며, 그런 징후 또한 찾기 어려웠다는 게 시장 분석 전문가의 결론이었습니다. 사실 포르쉐가 처음에 카이엔을 내놓았을 때 팬들에게 받았던 비판과 공격에 비하면 페라리를 향한 비판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포르쉐나 람보르기니 등,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4인승 크로스 오버 모델을 내놓았고, 그로 인해 시장은 스포츠카 브랜드의 이런 변칙 투구에 어느 정도 면역력을 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SUV가 시장의 핵심 트렌드가 된 이후에 푸로산게가 나왔다는 점, 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페라리 모델을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가진 새로운 고객층 등장이 비판의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푸로산게는 올해 남은 기간 어떤 성적을 보여줄까요? 또 내년에도 이런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오히려 순수주의 페라리 팬들이라면 내년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첫 전기차에 대해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페라리의 전통이자 자랑인 12기통 엔진을 떼어낸 페라리의 등장이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