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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아우디 A1, 수입 안 하는 것일까...못하는 것일까?

 

지난 달 말, 아우디코리아 트래버 힐 사장은 한국시장으로의 A1 수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죠. 좀 더 정확하게 기사에 난 내용을 인용하면,

 

"한국 시장의 특성 상, 수입 고급 소형차의 판매가 활성화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수입차 시장이 재편된다면 고려하겠지만 현재는 아니다." 라고 오토타임즈에 밝혔습니다. 사실 고객된 입장에선 썩 공감하기 어려운 발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가 왜 저 얘기를 좀 뒤틀어보게 됐는지를 지금부터 얘기해볼까 합니다.

 

지난 주 독일에서는 A1의 차 가격이 발표됐습니다. 예전에 A1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독일 내에서 아우디의 이 야심찬 엔트리 모델에 대해 얼마나 큰 기대감이 일고 있는지를 알려드렸고, 더불어 한국에 수입이 된다면 어떤 차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가 까지도 나름 짚어봤습니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A1에 대한 포스팅을 했다는 건, 그만큼 이 차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반증일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으로 수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수입사의 결정이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격 발표난 것을 보면서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의 이유가 될만한 것들이 이런 건 아닌가 하고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물론 이는 공식적인 입장이랄 수도 없는 일개 개인의 추론이니 괘념치 않아도 좋겠지만, 마냥 근거없는 얘기만도 아닌 거 같아서 여러분과 함께 의견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럼 일단 발표된 가격을 보시겠습니다.

 

 

               A1 1.4 TFSI : 19,900 유로

               A1 1.6 TDI   : 18,800 유로

               A1 1.2 TFSI : 15,800 유로부터...

 

TFSI는 아시는 것처럼 직분사 가솔린엔진으로 일반 가솔린 엔진 보다 성능과 연비에서 더 낫습니다. 1.4 TFSI의 경우 122마력에 최고속도 200km, 제로백 9.1초에 연비는 약 리터당 19.6 km를 달릴 수 있는데요. 이 정도의 성능은 경쟁 차종 중 미니 쿠퍼와 알파 로메오 미토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미토의 경우는 한국수출이 아직 안되는 차종이니까, 여기서는 미니 쿠퍼와 A1만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Mini 쿠퍼  전장*전폭*전고 : 3699*1683*1407 공차 중량 : 1065kg

          아우디 A1 전장*전폭*전고 : 3954*1740*1417 공차 중량 : 1190kg 

 

일단 외형상으론 A1이 더 크고 무겁습니다.

A1 실내

 

그리고 공간에 대한 비교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니 쿠퍼  실내공간 : 1598㎤ 트렁크 공간 160 L

                 아우디 A1  실내공간 : 1390㎤ 트렁크 공간 270 L

 

 

위의 제원 상으론 아우디는 트렁크 공간을 확보한 대신 실내공간 면에서 미니에 비해 작게 나왔습니다. A1의 공간은 거의 알파 로메오 미토의 그것과 같은 내용인데요. 이 정도면 한국 내 프리미엄급 소형 수입차의 현재까지 기준점이랄 수 있는 미니 보다 많이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니 쿠퍼 컨버터블 실내

   

물론, 아우디 A1에도 실내공간이 1598㎤로, 미니와 같은 1.6이 있지만 이것은 TDI 즉, 디젤승용으로 한국에선 아직까지 각광받지 못하는 소형급 디젤 모델입니다. 거기다 엔진의 힘이나 기어 면에서도 TFSI에 못 미치죠. 다시 말씀드리면 1.4 가솔린 모델 외엔 아직 가솔린 모델로 선택할 수 있는 트림이 없다는 것입니다. 1.2 TFSI가 있지만 이는 1.4와 중복이 되는 (가격만 빼고) 하위 트림이기 때문에 열외로 하겠습니다. 

 

이어서 두 차량의 가격을 한 번 같이 보시겠습니다.

 

                         MINI Cooper 1.6 : 19,300유로

                     Audi A1 1.4 TFSI : 19,900유로

 

응?.. 미니 보다 A1이 더 비싸네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위의 가격은 A1의 경우, 7단 DSG 기어가 기본 장착이 되어 있다는 것이고, 미니의 경우엔 수동 6단 기어라는 점입니다.

 

독일 내수 경우엔 미니는 전 모델이 다 수동 외엔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한국으로 들어가는 미니의 대부분이 오토임을 감안한다면 관세나 마진율을 제외하고 공개된 가격으론 어쩌면 미니가 더 비쌀 수도 있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가격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미니의 경우 알루미늄 휠이 기본 장착이란 점이고 아우디는 선택사양이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서 아우디 A1 기본 모델의 경우, 스틸휠이 장착되어 출고된다는 것입니다.따.라.서...독일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미니 19,300유로 + 오토미션

                                 A1    19,900유로 + 알루미늄 휠 

                                                                                            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대충 플러스 마이너스 해보면, 두 차량은 비슷한 가격이거나 아우디A1이 오히려 조금 비싸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당초 미니 보다 저렴하게 출시될 것이란 희망섞인 기대가, 말 그대로 기대로만 남게 돼 버린 것이죠. 아참~ A1은 콰트로가 아닌 전륜구동이란 점도 아쉬움.

 

연비의 경우에도 미니가 리터당 18.5km를 달린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19.6 km/L의 A1과는 큰 차이가 없게 됩니다.

 

가격적인 메리트도 없어졌고, 실내공간 면에서도 오히려 더 좁고, 거기에 인테리어나 달리기 성능에서 미니를 확실하게 능가한다고 보장하기도 어려운 상태라면...수입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고민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우디 A1 정도의 연비 좋고 매혹적인 디자인의 차는 개성있는 젊은 고객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전 여전히 보고 있습니다. 뭐, 수입사 측에선 미니와 작은 시장을 나눠 갖게 됨으로써 서로에게 마이너스로 작용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오히려 A1이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 수요층을 확대시킬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알파 로메오의 미토. 실제로 보면, 차폭에 비해 차고가 높아 보이고 실내가 A1처럼 미니에 비해 작기 때문에 안정감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도 출시된 지 1년 정도밖에 아직 안됐고, 차 가격도 경쟁차종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내구성 문제나 판매율 등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재미난 점은, 요즘 폴크스바겐 골프가 한국시장에서 펼치고 있는 선전입니다. 이런 선전은 차후에, 폭스바겐코리아 측에서 골프의 동생 격인 폴로(Polo) 수입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수입사 측에서도 폴로의 수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잖습니까?

 

폴로는 넓게 보면 A1의 또다른 경쟁차종이 됩니다. 가격적으론 A1 보다 200만원 이상 싸고, 성능에선 결코 뒤질 것 없는 폴로이기에...이런 폭스바겐코리아의 움직임이 A1의 포지션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짐작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한 때 골프의 위협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제 폴로라는 역공을 맞을 수도 있다는 또다른 가능성은 분명, 수입사의 머리를 아프게 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VW Polo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이유를 또 생각해 본다면, 미니가 이미 오래전부터 선점을 해온 한국의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에 A1을 제외하면 당장에 강력하게 맞설 차량이 안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충분히 유럽이나 여타 국가에서의 반응들을 지켜보고 한국행을 결정해도 전혀 급할 것 없다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서, 2011년에 출시할 A1의 고성능 버젼인 S1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굳이 지금 빈약한 트림의 A1만으로 서두를 필요없이, 시장 동향을 관망하는 것이 수입사 측으론 불리하지 않은 판단이 되는 것입니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1. 가격이 생각만큼 싸지 않다는 가격 부담.

                   2. 미니 보다 실내가 좁다는 비교 부담.

                      (실내 공간 같고 트렁크 공간 큰 모델은 디젤1.6 하나밖에 없다.)

                   3. 폴로나 미토 등의 변수를 계산해야 함.

                       4. 지금 당장 한국시장에 급할 것 없다는 판단.

 

이런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입장에선 트레버 힐 사장이, 한국시장이 아직 고급 수입 소형자 판매에 활성화가 안된 곳이라는 모호한 말 보다, A1의 난처한 내부적 입장을 솔직하게 얘기해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의 기사 내용만 놓고 보면, 자칫 한국시장을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닌가 하고 오해하기 좋거든요...

 

물론 위의 내용들은 공개적으로 회사측에서 인정한 것이 아닌, 한 개인의 추론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분들은 '그냥 이런 주장도 있을 수 있겠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넘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독일에선 6월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해서 8월 중에 고객들에게 첫 인도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A1의 선전이 눈에 선한 상황인데요... 아무쪼록 한국시장에도, 아우디라는 브랜드를 넓히는 마케팅 전략적인 면을 생각해서라도 A1이 고객들과 만나지길 바랍니다. 이왕이면 착한 가격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