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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환경단체는 왜 테슬라를 공격할까?

요즘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관련한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안 좋은 내용들이죠. 우선 세계적으로 크게 보도된 건 슈퍼차저 팀의 집단 해고 소식이었습니다. 무려 500명이 잘려 나간 건데요. 최고 충전 시스템을 개발했고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테슬라의 관련 팀 해고 소식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열흘도 안 돼 일론 머스크는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이고 엄청난 자금을 이를 위해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에너지기업인 BP가 테슬라에서 해고된 인력을 흡수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충전 사업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성명서가 공개되는 등, 경쟁 사업자들의 빠른 움직임에 따른 일종의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사진=테슬라

 

전기차 충전 사업의 복잡하고 민감한 구조로 인해 이 이슈는 당분간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유럽, 그것도 테슬라의 유일한 유럽 공장이 있는 독일에서는 또 다른 문제들이 테슬라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야심작 사이버트럭을 지난해 공개했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지 약 4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올해 1분기 미국에선 약 2,800대의 사이버트럭이 판매됐다고 JATO 다이내믹스가 밝힌 바 있죠. 월별로 조금씩 판매량이 늘고는 있습니다만 예상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게 모터1 같은 글로벌 자동차 매체의 설명입니다.

 

미국에서는 올해 1분기에만 약 60만 대에 달하는 픽업트럭이 팔려나갔고 그중에서 전기 픽업의 수는 14,200대였습니다. 사이버트럭 판매량은 미국에서 같은 기간 동안 팔린 전기 픽업트럭 중 2위에 해당하지만 1위인 포드 F-150 라이트닝(7,335)과의 차이도 많이 나고 3위인 리비안 R1T(2,737) 등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진=테슬라

 

모델 S, 모델 3, 모델 Y 등이 등장 초기에 누린 그런 판매 독점 분위기가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픽업은 내연기관과 함께이어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인식을 단기간 바꿀 수 없을 듯 보여 사이버트럭이 등장 때 받았던 엄청난 관심과 달리 시장에서 일정 성과를 내기까지 제법 긴 싸움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이버트럭은 유럽에는 아직 진출 전으로, 공개 때부터 과연 이 차가 좋은 전기차인가로 갑론을박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보행자 안전성 문제와 사이버트럭을 연결 지어 전기 괴물이라는 차가운 비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충돌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어 통과 가능한 차종 분류 변화 등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유력 언론의 분석 기사가 나오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기대를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여가를 위한 자동차가 될 수 있을 거란 의견인데요. 어쨌든 이전 모델들과 달리 사이버트럭의 유럽 성공 가능성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게 유럽의 현재 분위기가 아닌가 합니다.

 

사이버트럭을 놓고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독일 베를린 인근 그륀하이데에 있는 공장 확장을 놓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엄청난 숲으로 이뤄진 그륀하이데의 벌채 문제와 물 과다 사용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 좀 더 본질적인 비판이 있는 듯합니다.

독일 그륀하이데의 테슬라 공장 전경 / 사진=테슬라

 

쉽게 말해서 전기차 공장 (테슬라 공장)의 확장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발전과 부딪히는 모순이다. 대중교통 투자 등, 공공 교통 정책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사업에 고려해야 한다. 또 기후 위기를 위한 보다 본질적이고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보다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시위대는 도시에서의 시위는 물론 공장 부지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시도하는 등, 과격하게 시위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이를 두고 진보적 성격의 독일 유력 언론 디차이트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증오 : 좌파의 자기 파괴 행위인가?라는 공격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사진=테슬라

 

디차이트는 이번 반대 시위는 물과 숲의 보호를 넘어선, 전기차 자체에 대한 진보 진영의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좌파 진영의 자기 파괴적인 운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을 위해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이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들이 이제는 전기차 산업 자체를 부정하고 비판하는데 이게 옳은 것이냐고 독자들에게 물은 겁니다.

 

리튬 채굴 등, 자원 획득 과정에서 벌어지는 노동력 착취나 환경 파괴의 문제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본질적 부정보다는 기술 개발과 합리적 규제 등을 통해 잘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디차이트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이처럼 전기차를 배척하는 것이 다시 석유 기반의 자동차 산업으로 돌아가는, 그렇게 의존도를 높여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전기차 반대 시위는 진보 진영의 목표나 철학에 반하는 행위이고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시대를 위해 협력하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왜 우리에게만 이러느냐?”는 일론 머스크의 짜증스러운 반응도 일부 언론에서 소개를 했는데요. 사실 유럽 친환경 단체의 이런 태도는 테슬라만을 향한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독일의 진보 성향의 언론들조차 환경단체들의 이런 대규모 반전기차 시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될 것인지도 독일이나 유럽에서는 큰 관심거리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일런 머스크

 

그렇지 않아도 독일의 행동주의 환경론자들은 1~2년 전부터 과격한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술작품에 페인트를 뿌리거나 고속도로 입구에 앉아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붙이고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등의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그들의 주장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행동으로 반대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반발이 커지는 부작용도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테슬라의 독일 공장이 들어설 때 반대의 목소리는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당면 과제에 의해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이후 환경론자들의 기후대응 목소리가 엄청나게 커졌고, 그런 분위기 속에 테슬라 공장 확장 계획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갈등과 충돌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점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요즘 테슬라는 여러 이슈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그들 내부의 구조적 문제, 이익 감소에 따른 경영의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유럽에서는 야심작 사이버트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독일에선 공장 확장과 관련한 환경 시위대와의 강한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 모든 이슈를 뚫고 테슬라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요? 그들의 대응과 해결 과정을 잘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