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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신호위반했다고 감옥에?' 강화된 독일 교통법 논란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잘못이라면 과속과 신호위반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경력 좀 된 분들 중 시내 주행에서 신호위반 한 번쯤 안 걸려 본 운전자는 없을 텐데요. 최근 독일 정부는 이와 관련해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실수였는지 그것이 의도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속은 적색 신호기에 불이 들어오고 난 후 시간 경과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정지 신호등이 켜진 후 1초 미만 위반을 했을 경우는 단순 위반으로 분류됩니다. 그렇다면 봐주는가? 아니요. 범칙금이 무려 118.50유로입니다. 벌점 1점도 부과되죠. 118.50유로는 약 17만 원쯤 됩니다.

 

만약 보행자에게 위협을 줬거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면 벌점은 2점이 되고 벌금은 최대 268.50유로가 됩니다. 우리 돈으로 38 6천 원가량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산상 피해라고 하면 사람을 제외한, 그러니까 자전거나 그 밖의 보행자가 소지한 물건, 혹은 주변 구조물 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기까지가 단순 위반의 경우입니다. 참고로 벌점 2점은 독일에서 운전 금지 1개월입니다.

 

그렇다면 적색등이 켜지고 1초 이상 지난 시점, 그러니까 실수라고 하기엔 의도가 있는  위반인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벌금이 228.50유로부터 시작됩니다. 33만 원쯤 되겠네요. 앞서 언급한 재산 피해가 발생하면 벌금은 최대 388.50유로(56만 원)까지 늡니다. 1초 미만이냐 이상이냐, 그 순간의 차이로 벌금과 벌점이 크게 올라가게 되는 겁니다.

 

만약 신호 위반으로 다른 운전자(바이크나 자전거 포함)를 포함해 상당한 수준의 위협을 가했거나 또는 타인의 재산이 손상되는 경우는 형사 범죄로 간주됩니다. 상황이 심각해지는 거죠. 그래서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보운전자가 이런 잘못을 저지르면 더 엄격하게 처리합니다.

 

초보 운전자가 신호 위반을 했을 때는 위의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물론, 꽤 긴 시간의 교육에 참여해야 합니다. 만약 정부에서 지정한 교육 시간을 안 지키는 등, 수강 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운전면허증을 압수하는 것은 물론 면허가 영구적으로 취소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의 '영구적'은 상당히, 아주 긴 시간 운전을 못 하게 하는 것 정도로 이해됩니다.

 

면허 딴 지 얼마 안 된 운전자가 신호 위반을 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운전을 10년 가까이 못 하게 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상상이 안 가지만 엄연히 이제 독일에서는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일 내에서도 가혹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교통 당국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합니다.

 

독일 정부가 이처럼 강력하게 처벌 규정을 마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갈수록 운전자들이 노란 신호에서 멈추지 않고 빠르게 주행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독일은 신호위반에 엄격한 편이었습니다. 독일이 아우토반 등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환경임에는 분명하지만 규칙을 어긴 운전자에겐 확실하게 잘못을 묻는 문화가 있습니다.

 

특히 적색등을 무시하고 운전하는 경우를 심각하게 보는 편인데 만약 여기에 과속까지 포함된다? 이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큰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이런 강력한 처벌에 대해 크게 저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처벌 수위가 가능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신호위반의 상황을 단순 위반과 그렇지 않은 의도된 위반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1초 전후? 이걸 어떻게 객관화할 수 있을까요? 단속카메라가 있는 곳이라면 논란은 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어떻게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CCTV라도 있는 곳이거나 차량 블랙박스가 우리나라처럼 흔하다면 그래도 논란이 줄 수 있겠지만 독일은 둘 다 흔하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단속 경찰의 판단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현령비현령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긴장할 만한 조치들이 유럽 전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도시 환경이 점점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중심으로 강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인데요. (물론 자전거 운전자들도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확실한 것은 운전자가 철저하게 규칙에 맞게 운전을 하는 것입니다. 과속하지 말라는 곳에서는 하지 않고, 신호기 노란불에 무리한 주행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당장은 먼 유럽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마냥 남의 일만은 아닙니다. 모두 안전운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