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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유럽인들도 잘 모르는 유럽의 이상한 교통법규들

운전 좋아하세요? 유럽 여행은요? 둘 다 좋아하는 분들에겐 유럽에서 운전하는, 유럽 자동차 여행만큼 행복한 경험은 없을 겁니다. 이미 경험을 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직 경험 전인 분들, 그래서 언젠간 꼭 유럽 여행 가서 자동차로 곳곳을 돌아보고 싶다는 계획을 가진 분들에겐 오늘 내용이 조금,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몇 년 전입니다. 독일인을 대상으로 자가용으로 유럽 다른 나라를 갈 때 얼마나 자신이 해당 지역의 교통법규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한 언론이 물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응답자의 97%가 자신은 잘 알고 있다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의 67%가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들)

 

저의 경우는 자동차로 독일 이외의 나라, 주변국을 갈 땐 해당 국가의 중요한 교통 규칙을 미리 파악하는 편입니다. 특히 과속 규정이나 고속도로 이용 규칙, 시내 이용 시 주의해야 할 점, 또 주차와 관련한 특이 사항은 없는지 등을 자세히 보는 편인데요. 가장 좋은 건 표지판에 나와 있는 대로 운전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친절하게 내비게이션이 과속 정보를 미리 주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교통 표지판을 잘 살피고 그에 맞게 운전을 하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수포가 될 때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도 알아둬야 할 해당 국가만의 특이한 규칙 같은 게 있는데 이를 미리 알아두지 않아 결국 법을 본의 아니게 위반하게 되는 그런 경우인데요. 도대체 어떤 규칙들인지, 몇 개 국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스

십중팔구 그리스인이 아닌, 외국인이라면 덜컥하고 당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주차금지 표지판에 관한 것으로, 그리스에는 주차금지 표지판이 두 가지로 되어 있습니다. 세로 1줄로 쭉 그어진 것과 세로 두 줄로 그어진 것인데요. 이 주차금지 표지판은 각각 홀수일과 짝수일을 가리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출처 : Die Welt

 

독일의 메이저 언론사 중 하나인 디벨트에 올라온 것으로, 그리스에 주차금지 표지판은 저런 식으로 되어 있으며 세로 한 줄은 홀수일, 세로 두 줄은 짝수일을 가리킨다고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로 한줄짜리 주차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서는 짝수일에는 주차가 가능하지만 홀수일에는 주차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인데요. 진짜 독특하죠?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홀수일은 언제이고 짝수일은 언제인가? 날짜로 이해하기 쉽지만 여기서는 요일을 의미합니다. , , 금은 홀수요일이고 화, , 토가 짝수요일입니다.

 

프랑스

만약 프랑스에서 주차 위반으로 벌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담배를 파는 가게를 찾으면 됩니다. 프랑스는 2천 년대 후반부터 교통 법규 위반에 따른 벌금을 담배 판매점에서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독일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벌금을 냈다는 영수증 발급도 해주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깜빡 잊고 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벌금을 내게 되면 벌금이 더 비싸지기 때문에 기다리지 말고 담배 가게를 찾으라는데, 갈 일이 없어야겠죠?

 

스페인

벌금 하니까 스페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스페인의 경우 벌금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스페인을 찾았다가 신호위반으로 벌금을 물게 됐다고 해보죠. 벌금 고지서가 독일로 날아오고, 그 편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안에 벌금을 납부하면 전체 금액의 50%까지 깎아준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에서 운전을 하다가 만약 접촉사고가 났다고 해보죠. 그때 경찰을 호출하게 되면 돈을 내야 합니다. 경찰을 호출하는 데 비용이 든다? . 오스트리아는 그렇습니다. ‘블루라이트세(36유로)’라고 해서 운전자들끼리 (보험사를 끼고) 해결이 가능한 접촉사고 시 경찰을 부르면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람이 부상을 입었거나 재산상에 피해가 큰 경우에는 블루라이트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경찰 호출도 봐가면서 하라는 거네요;

 

스위스

유럽 내에서도 과속에 아주 민감하고 과속 운전자 처벌에 엄하기로 유명한 곳이 스위스입니다. 교통 위반의 정도가 무거운 경우 천만 원 이상의 벌금을 내는 것은 물론, ‘과속 운전이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형은 물론 차량을 압수해 처분해 버리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속 위반은 시속 30km 구간에서 시속 40km 이상으로 운전을 한 자, 또 고속도로에서 최고제한속도보다 80km/h 이상으로 운전한 자들을 말합니다.

 

얼마 전 독일의 한 운전자가 스위스 고속도로 터널에서 시속 200km 이상으로 질주를 하다 걸렸는데 징역 30개월형이 내려져 실제로 감옥에까지 간 일도 있었습니다. 조금만 과속을 해도 규정속도위반에 따른 벌금이 상당하니까 이래저래 스위스에서 운전할 분들은 철저하게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해야겠습니다.

 

이탈리아

사진: 위키독일 & Alain Caraco

 

하얀색 표지판에 붉은색 원이 그려져 있고 ‘Zona a Traffico Limntato’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면 그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가면 안 됩니다. 보통 이 표지판은 역사적인 지역, 건물 등이 있는 곳에 세워져 있으며, 진입해도 좋다는 당국의 허가를 받은 자동차만 갈 수 있습니다. 이 표지판 무시하고 들어가면 100유로( 14만 원)부터 시작되는 벌금 고지서를 받게 됩니다.

 

덴마크

덴마크는 자동차 압류로 유명합니다. 너무 심한 과속 운전자의 자동차를 그 자리에서 압수하는데 2021 4월부터 2023 3월 사이, 그러니까 2년 동안에만 무려 1,902대의 자동차가 과속 운전으로 인해 압류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압류된 차들은 모두 경매되어 덴마크 국고로 환수된다고 하네요.

 

덴마크 외에도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등, 여러 유럽 나라가 다양한 이유로 자동차를 압수하고 있으니 어디서든 늘 과속은 NO! 그리고 끝으로 하나 더! 자동차와 관련해 특이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유럽 국가라고 한다면 루마니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더러운 차를 운전하는 것이 불법입니다. 차 더럽다고 경찰한테 지적당하고 벌금까지 문다면 차보다 더 기분이 더러워(?)질 수도 있겠죠? 차로 루마니아 국경을 넘어야 할 분들은 세차 시원하고 하고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