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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휠의 대명사 BBS가 네 번째 파산을 한 이유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된 9 28, 독일에 있는 자동차 휠 전문 제조업체 BBS가 파산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들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2007, 2011, 2020, 이렇게 세 번의 파산 후 다시 파산을 하게 된 것인데요.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입니다.

사진=BBS

 

BBS는 자동차 휠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1970년에 세워졌으니까 50년이 넘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죠.  BBS라는 이름은 회사를 만든 두 명의 동업자 이름()과 회사를 세운 쉴타흐라는 작은 도시명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습니다. ‘나는 굴러간다는 뜻의 볼보보다도 더 의미가 없죠?

 

BBS는 처음에 차체 부품을 제작하다가 2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레이싱용 휠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휠 제작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빠르게 업계 최고로 자리 잡게 됩니다. 유명한 일화도 있죠. 1995년 미하엘 슈마허가 베네통 르노팀이 BBS 휠을 장착하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인데요. 회사 창립 25주년을 정말 화려하게 기념했습니다.

 

2000년부터 사세를 확장하는 등, BBS는 성장하는 일만 남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알루미늄 가격 급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죠. 그리고 2007년 첫 파산신청이 이뤄집니다. 2015년에는 한국 기업인 나이스 홀딩스가 인수를 하는데요. 그런데 자동차 관련 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BBS의 안정을 꾀하고 성장을 도모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2020년 세 번째 파산은 코로나19의 영향이라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포르쉐나 페라리, 벤틀리 등의 고가 자동차 브랜드가 BBS에 자신들의 휠 제작을 의뢰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 내던 BBS였기에 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 등의 어려움으로 자동차 생산이 크게 줄면서 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사진: MYPEGASUS GmbH

 

겨우겨우 금속노조의 도움 등을 받으며 독일에서 서스펜션 등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KW 오토모티브 그룹에 넘어가게 되는데요. 5백 명 넘는 직원 중 108명만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직원은 270명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에너지 가격 폭등, 그리고 전쟁과 코로나19, 그리고 물가 상승 등의 복합적 이유로 고품질의 휠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줄면서 다시 BBS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처럼 BBS는 매번 외부 환경이 변할 때마다 심하게 휘청였습니다. 좋은 휠을 만들 줄은 알았지만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며 자생력을 키울 줄은 몰랐던 겁니다. 또 충분한 경영 자금이 투입되지 못했다는 것도 BBS가 생존을 위한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할 수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자본과 경영 능력이 좋은 자동차 기업이 인수를 만약 했다면 괜찮았을까요?

사진=BBS

 

우리나라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아니 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최고의 자동차 휠 하면 BBS를 떠올립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나 아우토빌트 등의 브랜드 이미지 조사를 보면 자동차 휠 부분에서는 압도적으로 BBS 1위를 차지합니다. 그것도 수십 년째 말이죠. 세계 휠 어워드에서도 2020년과 2021년에 최고 상을 수상하는 등, 그들의 기술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제품 판매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BBS의 네 번째 파산 뉴스를 보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자와 수입 구조의 다각화 등, 한 기업이 과감한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 역시 BBS 파산을 보며 해보게 됩니다. 휠 시장에서 압도적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는 BBS가 이번에도 회생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 아쉬운 브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