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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아우토반에 대해 잘못 알려진 3가지

독일 하면 자동차, 그리고 아우토반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자동차를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이들 기준에서요. 어쨌거나 아우토반은 독일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도로라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도로에 대해 잘못 알려진 얘기들이 있어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정보를 공유해 볼까 합니다. 주로 초기 역사와 관련된 것들인데요. 어떤 것들인지 바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초 아우토반은 이탈리아에 있다?

보통 최초의 아우토반, 그러니까 일반 자동차를 위한 고속도로의 시초는 1924 9월에 개통된 오토스트라다(Autostrada)라고 얘기되기도 합니다. dei Laghi라고 불리는 이 고속도로는 현재 A8 A9 고속도로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밀라노에서 바레세를 거쳐 코모와 마조레 호수 등으로 이어진 경로죠.

 

그런데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아부스(AVUS)라는 이름의 도로를 최초의 아우토반으로 얘기합니다. 1921년 독일 베를린에 길이 약 9km(왕복 약 19km)의 도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도로는 자동차 테스트 트랙, 또 자동차 경주 트랙처럼 사용이 되었고, 레이싱의 경우 1989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아부스 전경 / 사진=위키백과독일, A.Savin

 

독일은 1909년 자동차 레이싱 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을 개선하고, 자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도로 건설을 위한 AVP라는 회사를 설립합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1914년 완공 직전에 공사가 중단되고 마는데요. 결국 민간 자본이 들어오면서 1921년에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아부스의 유명한 급경사 유턴 구간을 질주하는 경주차와 관람객들 / 사진=위키백과독일

 

아부스가 지금은 일반 자동차들이 다니는 A115 아우토반의 한 자락에 있는, 일반적인 독일 고속도로이지만 1940년 아우토반과 연결되기 전까지는 일반 자동차가 다닐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우토반의 역사에서 '최초' 타이틀이 외면되기도 하지만 토목의 관점, 도로 건설의 관점에서 보면 최초의 자동차 고속 전용 도로로 볼 수 있습니다. 

 

아우토반은 히틀러의 작품?

독일의 아우토반 계획은 앞서 밝힌 것처럼 1900년 들어서며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부터 계획이 된 것이었습니다. 아부스에 이어 당시 독일은 한자동맹도시(함부르크 중심)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스위스 바젤까지 이어지는 아우토반 건설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요. 이 프로젝트(HaFraBa)를 담당한 회사를 이끌던 로베르트 오트첸이라는 사람이 아우토반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철도처럼 도로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듯한데요. 1932년 관련 책자에 '아우토반'이라는 명칭이 등장하면서 대중에게도 알려졌다고 합니다.

 

HaFraBa 프로젝트의 비록 일부분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1928년 착공돼 1932년 완공된 아우토반 555(Bundesautobahn 555)는 히틀러 집권 이전에 생긴, 독일 최초의 민간 자동차 전용 도로였습니다. 쾰른에서 본까지 이어진 약 20km 구간의 이 아우토반 건설 책임은 당시 쾰른 시장이었던 콘라드 아데나워가 지고 있었는데, 그는 이후 독일연방 최초의 총리 자리에 오릅니다.

A 555 전경 / 사진= 위키백과독일

 

참고로 히틀러의 3 제국 시절 만들어진 첫 번째 아우토반은 A5였는데요. 그중 프랑크푸르트에서 다름슈타트까지의 구간이 1935년에 우선 개통되었습니다. 이 구간에 독일 최초의 고속도로 주유소가 만들어졌고, 이 도로에서 베른트 로즈마이어가 아우토 우니온의 레이서로 최초로 시속 400km의 벽을 깨기도 했습니다.

 

▶아우토반 제한속도는 130km/h?

우리에게 아우토반은 속도 무제한 도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앞서 소개한 아우토반 555는 제한속도를 두었습니다. 최고제한속도는 시속 120km였죠. 그런데 이 제한속도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이 제한속도까지 달릴 수 있는 차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제한속도도 1934년 사라집니다. 해당 아우토반뿐 아니라 독일 전역의 도로에 속도제한이 없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사고가 늘면서 1939년 다시 속도제한이 생겼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승용차는 아우토반에서 최고 80km/h까지만 달릴 수 있었고 트럭은 시속 60km까지만 달리도록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빠른 물자 수송이나 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전쟁 후인 1953년부터 독일 정부는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아우토반의 속도제한을 해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우토반에서 사고가 늘면서 다시 부분적으로 속도제한 표지판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아우토반 전체에 속도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권장속도 130km/h였습니다. 이 권장속도 130km/h는 지금까지 독일 아우토반의 약 절반 정도에 적용되고 있으며, 영구적인 제한구간은 전체의 약 1/3 수준입니다. 또 교통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 구간도 제법 됩니다.

아우토반을 달리는 트럭과 자가용들

 

권장제한속도를 법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권장제한속도일 뿐, 130km/h 이상으로 달려도 문제 되지 않습니다. 다만 3.5톤 초과하는 자동차나 트럭, 트레일러, 버스 등은 구간과 상관 없이 속도제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브레멘이 시속 120km 이상을 허용하는 아우토반 구간이 없는 유일한 곳입니다. 결론적으로 2020년 기준 독일 아우토반 전체 구간의 약 70%에서는 여전히 무제한으로 질주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아우토반에 속도제한은 생기게 될까요? 자율주행의 시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평균속도가 낮아지게 될 것으로 예측이 되지만 그전까지는 속도제한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를 한 독일 매체의 표현을 빌려와 소개하며 오늘 글을 마치겠습니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강한 요구 속에서도 독일인들은 아우토반의 무제한 질주를 일종의 불문율(Gewohnheitsrecht)처럼 여긴다. (autozeit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