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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짜증나는 요즘 자동차 트렌드 5가지'

요즘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팔리는 일련의 흐름, 그러니까 문화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차이퉁에 이와 관련한 재밌는(?) 기사 하나가 올라와 소개를 할까 합니다. ‘짜증나는 최근 자동차 트렌드 5가지’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요. 도대체 이 매체는 무엇에 그렇게 짜증이 났던 걸까요?
 
1. 더 커지고 무거워지다

2세대 골프 / 사진=폴크스바겐

 
첫 번째 불만은 차가 갈수록 더 커지고 무거워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는 B세그먼트 폴로의 크기가 1, 2세대 C세그먼트 골프보다 더 크다고 했습니다. 또한 무게 또한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을 시켰는데요. 이런 변화의 이유로 다양한 안전사양, 편의사양이 적용되면서 이게 무게나 크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SUV의 열풍도 빼놓지 않고 설명했죠. 여기에 저는 미국과 같은 중요한 자동차 시장도 한몫 거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픽업이 오래도록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넓고 긴 도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후발 주자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차들처럼 덩치를 키웠고, 이런 전략은 상대적으로 작은 차를 선호하던 유럽 브랜드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사에는 연비 효율의 문제, 또 차가 커지면서 더 쉬워진 도로의 병목현상 등도 간단하게 문제점이라고 짚었는데요. 여기에 더 크고 무거운 차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굴러다니면서 만드는 환경 문제, 그리고 더 커지고 더 무거워지면서 그와 함께 더 비싸지고 있다는 것 등도 달갑지 않은 흐름이라 하겠습니다.
 
2. 더 나빠진 시야 확보

사진은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에스컬레이드 / 사진=캐딜락

 
두 번째는 탑승자의 시야 확보가 과거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커지고 무거워진) 신형 SUV를 타고 주차를 할 때 주차 경고음이나 카메라 도움 없이 주차를 해본 적 있는지를 물으며 상상 이상으로 피곤한 일이 될 것이라고 기자는 주장했는데요. 숄더 라인이 더 높아지고 A필러 구조 등은 마치 장갑차에 앉아 있는 느낌을 준다고 표현했습니다.
 
과거 6, 70년대 만들어진 클래식 세단을 타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더 선명하게 이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죠. 차의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이기도 하겠지만 스타일, 좀 더 구체적으로는 쿠페 타입의 자동차가 현재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강화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기역학이나 더 좋은 시야 확보 등이 스타일을 따지는 분위기에 밀려 약화하는 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 업계 관계자의 과거 발언이 떠오르네요.
 
3. 성가신 경보음
요즘 차에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고 그에 비례해 다양한 경보음이 있습니다. 안전벨트 경보음과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하차 시 충돌 위험을 알리는 사운드 등, 종류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한 경고는 좋은 것이지만 음성이나 디스플레이를 통한 심플한 메시지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다며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했습니다.
 
4. 버튼의 누락

버튼이 거의 안 보이는 모델 S 실내 / 사진=테슬라

 
이제 웬만한 신형 차에는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1개 이상은 달려 나오고 있죠. 많은 정보를 깔끔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발전되어 오고 있는데요. 시각적으로 분명 정보를 읽기 쉽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의외의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물리적 버튼이 더 유용한 기능들까지 디스플레이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에는 에어컨 조절 기능, 또는 오디오 볼륨을 작동하기에는 이런 물리적 버튼이 더 안전할 수 있는데 계속 사라지고 있다면서 나쁜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 2년 전에 제가 쓴 글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테슬라 운전자가 와이퍼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려고 하다가 차로를 이탈해 구조물 및 나무들과 부딪히는 사고와 관련한 것이었는데요.
 
모델 3에 있는 와이퍼 속도 조절 버튼은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조절을 하게 되면 운전 중에 작동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폭우를 만난 운전자가 이 버튼을 조작하려다 사고를 냈습니다. 독일 법원은 운전 중 휴대전화에 귀를 대고 통화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수준의 위험 행동으로 간주를 해 운전자에게 벌금과 1달 운전금지 명령을 내렸죠. 갈수록 물리적 버튼이 사라지고 있는데, 과연 이런 흐름을 무조건 반겨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5. SUV 과잉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SUV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 / 사진=메르세데스

 
SUV 인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소비자는 찾고 있고, 제조사는 더 SUV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진율이 좋은 SUV이기에 갈수록 돈 안 되는 모델의 자리에 돈이 되는 SUV를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SUV가 갖는 장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조사가 너무 SUV에만 몰입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아쉽다는 것이 해당 매체의 주장이었습니다.
 
아우토차이퉁의 ‘짜증나는 요즘 자동차 트렌드 5가지’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읽는 분에 따라서는 공감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시장의 흐름, 변화를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그 변화의 이면도 좀 읽고, 또 그것이 과연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