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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과체중 전기차의 문제점들

독일에서는 SUV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존재합니다. 크고 무거운 이기적인 자동차라는 것이죠. 연료 소비, 환경 오염, 교통 체증, 주차 문제 등, 여러 부분에서 SUV는 비판을 받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SUV의 비판에 전기차가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차이트나 쥐트도이체차이퉁처럼 구독자가 많은 독일을 대표하는 주요 언론이 이런 문제를 주로 다루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SUV인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 SUV 2.5톤까지 무게가 올라갑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고 이를 정부가 소홀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된 비판의 내용입니다. 독자들 관심도 제법 높은 편입니다.

모델X는 공차 중량이 최대 2.6톤에 달한다/ 사진=테슬라

 

그렇다면 이렇게 무거운 전기 SUV는 어떤 문제를 낳을까요? 우선 교통 인프라 손실 가속화입니다. 차이트 기사에 등장한 독일의 한 교통 연구원은 무게가 2톤인 자동차가 1톤인 자동차에 비해 8배 더 많이 도로 손상을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럭은 말할 것도 없겠죠. 40톤짜리 대형 트럭은 소형 해치백 모델보다 다리나 도로에 6만 배 더 부담을 가한다고 합니다.

 

차들이 계속해서 커지고 무거워지면 도로 손상 정도도 커지고 빈도도 잦아집니다. 도로나 교량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수하는 데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차이트의 주장입니다. 두 번째 지적은 차가 크고 무거워지면서 가드레일이 이런 변화에 대응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독일에서는 가드레일 관련한 실험 데이터가 공개돼 제법 이슈가 됐습니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드레일이 충돌 실험 등에서 요즘 차의 무게나 크기를 제대로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안전장치로써 가드레일이 역할을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험,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새로운 가드레일 설치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독일 자동차 및 교통 전문가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독일 국도변에 설치돼 있는 가드레일

 

이 역시 세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가드레일 교체나 보강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과체중(?) 자동차들의 등장으로 안전과 관련한 도로 인프라 구축도 그만큼 더 비용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 하나 독일 언론에서 지적한 부분은 무거운 배터리 전기차가 타이어 마모를 더 시키고, 이로 인해 미세먼지 발생 등, 도시 공기를 악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건조한 날씨에서는 타이어 마모나 브레이크 제동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안개처럼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데아체(독일 자동차 클럽)의 자료를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자동차 타이어 마모로 인해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이 독일 내 전체 배출의 1/3이나 차지한다는 연구 내용이었습니다.

 

엔진 출력이 올라가도 타이어 마모에 따른 미세먼지 발생량은 늘어납니다. 무거운 자동차 중량에 비례해 마모도가 늘어가기도 하죠. 이 두 가지는 현재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그러니까 평균 출력이 늘고 있다는 것과 차의 중량이 늘고 있다는 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아데아체의 계산으로는 독일에서만 매년 8만에서 9만 톤의 마모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니, 그냥 모른 척 넘길 부분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연구 및 테스트 기관 Emissions Analytics는 타이어 마모가 신차 배기가스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경고 내용을 쥐트도이체차이퉁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타이어 마모에 따른 환경 문제 때문에 유럽은 2026년부터 마모 제한을 법으로 정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운전자들 입장에선 이런 안전과 환경 이슈가 자동차 구매 비용에 그대로 전가되는 건 아닌지 또 다른 걱정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도로 손상이나 가드레일 안전 문제, 여기에 무거운 전기차가 만드는 상대적으로 높은 타이어 마모 문제 등은 세금, 또 건강 및 안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크게 보면 오히려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안전을 강화하고 비용을 큰 틀에서 줄일 수 있는 일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회적 이슈로 키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디 독일만의 문제일까요? 우리나라 역시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문제라 생각하고 정부 언론, 그리고 소비자 모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