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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가격 얼마나 올랐고 왜 올랐나?

요즘 안 오르는 게 없습니다. 물가 얘긴데요. 교통비부터 생필품 구매비까지, 무섭습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느 정도나 오른 걸까요? 마침 독일에서 최근 이와 관련해 조사한 자료가 있어 소개해볼까 합니다.

 

유럽 최대 자동차클럽 아데아체는 최근 자료를 통해 모든 세그먼트의 자동차 평균값이 5년 전과 비교해 올랐으며 최대 44% 더 비싸진 경우까지 생겼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감이 잘 안 오실 테니 세그먼트별로 아데아체가 조사한 내용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차 평균값

2017 10 : 15,275유로

2022 7  : 22,048유로 (44.3%)

 

소형차 평균값

2017 : 20,237유로

2022 : 26,325유로 (30.1%)

 

준중형 평균값

2017 : 30,266유로

2022 : 36,707유로 (21.3%)

 

중형 평균값

2017 : 43,645유로

2022 : 52,781유로 (20.9%)

 

준대형 평균값

2017 : 54,725유로

2022 : 64,948유로 (18.7%)

 

대형 평균값

2017 : 105,302유로

2022 : 118,345유로 (12.4%)

자료 : 아데아체

 

모든 차급에서 신차 가격이 크게 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세그먼트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19%가 올랐는데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8%와 비교하니 그 차이가 큽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경차와 소형차 등, 차가 작을수록 가격 상승 폭이 더 컸다는 점인데요. 이런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유럽 자동차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들이 작은 차에 적용이 되었다는 점을 꼽기도 했습니다.

회색 그래프는 독일의 물가 상승률, 노란색은 자동차 가격 상승률 / 자료=아데아체

 

그러니까 차급이 큰 중형 이상에 이미 적용되었던 안전 관련 장치가 작은 차로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상승이 됐다는 얘기인데,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올라도 너무 오른 차 가격을 소비자가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또 어떤 요인들이 차 가격을 끌어올렸을까요? 유럽에서는 부품 조달에 애를 먹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누구나 아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도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죠. 상위 트림, 옵션이 풍부한 모델 중심으로 부족한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옵션이 적게 적용된, 하위 트림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택이 적었고, 결국 원래 계획보다 소비자는 돈을 더 쓸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와 연결 지어 볼 수 있는 중요한 가격 상승 요인이 또 있는데 아예 저가 트림 모델을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아데아체에가 예로 든 골프를 볼까요? 22 7월 기준, 1년 전까지 존재했던 90마력 엔진이 들어간 20,700유로짜리 골프를 독일에서는 더는 살 수 없게 됐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130마력 29,560유로짜리 골프가 담당하게 됐습니다. 해도 너무 하죠?

 

그런데 이런 식의 저마진 트림 없애기는 폴크스바겐만의 행태는 아닙니다.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현재 알게 모르게 저가형 구성을 빼버리고 있습니다. 또한 보조금에 가려져 있는 배터리 전기차의 높은 가격도 전체 신차 시장 인플레를 이끄는 주요 요인입니다. 전기차 자체가 비싼 것도 있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연식 변경과 함께 크게 가격을 올려 버린 겁니다. 아데아체가 예로 든 것은 포드 머스탱 마하-E인데, 동일한 구성의 모델이 1년 만에 46,900유로에서 56,500유로가 됐습니다.

 

물가 상승, 원자재 가격의 상승, 생산 비용의 상승 등에 따른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에서 아예 더 저렴한 모델을 선택할 수 없게 한다든지, 또 적정 상승률 이상의 가격 책정을 통해 노골적으로 마진을 끌어 올리는 등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합니다. 독일을 예로 들었지만 독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서민들이 덜 부담을 느끼며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선택지를 마련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거, 너무 비현실적인 바람일까요? 슬픈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