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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매체 기자로 일한다는 것

자동차 좋아하고, 자동차 관련 정보에 관심이 많은 분, 특히 유튜브 등, 동영상으로 시승기나 론칭 행사장 스케치를 즐겨 보는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실 두 분이 있습니다. 모터그래프의 김한용 기자, 그리고 카미디어의 장진택 기자죠.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자신들이 몸담았던 매체에서 나왔습니다. 장진택 기자의 경우 본인 이야기대로라면 해고가 된 것이고, 김한용 기자는 퇴사를 한 것이 맞습니다. 사실 제가 외국에 있다 보니 이런 얘기를 접하는 게 좀 늦는 편입니다. 국내 소식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이유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두 분 소식은 개인적 인연으로 더 크게 와 닿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카미디어의 경우 만들어진 직후 한국 방문 때 직접 사무실까지 찾아가 축하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던 곳입니다. 한 때 저도 뭔가 해보(?)겠다고 했을 때 더모터스타라는 이름을 제안했던 분이 장 기자이기도 했으니 이래저래 인연이 남다르다면 다르다고 해야겠네요. 이후 교류는 없었습니다만,

초기 스케치북다이어리로 자동차 관련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관심을 가져주었던 분이고, 차에 대한 전문성이나 열정이 남다르기에 잘해나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운영이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몇 번의 부침을 겪었고, 자신의 손으로 만든 매체를 다른 곳에 넘기고 자신은 그곳의 기자로 일을 했는데, 이번에 이런 안 좋은 일을 겪게 됐습니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인수한 곳의 기대한 바와 매체를 넘긴 장 기자의 기대가 서로 달랐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한용 기자 역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분으로 모터그래프 간판 기자로 활약하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분입니다.. 저 또한 김한용 기자와의 인연으로 현재도 모터그래프에서 글을 정기적으로 쓰고 있습니다만, 퇴사 얘기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김 기자와 통화를 했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거 같았지만 비용을 들여 매체를 꾸려야 하니(제조사나 수입사들은 개인이 아닌 매체와 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결제를 받기 어려운 구조, 환경이기 때문이죠.) 그에 따른 부담감도 상당한 듯 보였습니다.

한 분은 매체의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다 자신이 만든 매체와 이별을 하게 됐고, 또 한 분은 출발점에서 과연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낼지 고민을 하는 입장에 서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전문 매체가 가진 수익 구조의 한계를 잘 알고 있고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두 사람에게는 있다고 해야겠네요.

한국 자동차 매체의 특징이라면 전적으로 제조사나 수입사의 광고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온라인으로 특화되어 있다 보니 정기구독도 불가능하고 책이나 잡지를 팔아 그 비용으로 운영을 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죠.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고, 발전하는 그런 경영 환경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매체들 또한 대체로 규모가 작고, 이런 작은 규모의 온라인 중심 매체가 생각보다 많아, 서로 경쟁도 치열합니다. 자동차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정돼 있는데 이를 원하는 매체가 많으니 보이게 보이지 않게 경쟁할 수밖에요. 늘 드리는 이야기이지만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 매체를 키우고 응원하는 그런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보에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을 불편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경쟁력 있는 그런 자동차 콘텐츠와 그 생산자가 지속해서 결과물을 낼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합니다. 소비자의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라면 제조사 눈치 덜 보고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글을, 영상을 만들 겁니다. 좋아요 버튼 누르고, 기사에 추천 버튼 누르는 것도 힘이 되지만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독일도 과거에 비해 잡지 구독자 수가 줄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죠. 그렇다 보니 기획 기사도 많아지고 광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종이 잡지는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또 저처럼 종이 대신 온라인으로 잡지를 구독하는 등, 유료 독자로 머물며 경쟁력 있는 자동차 전문지가 계속 자신들 역할을 하는 독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문화가 오래된 독일에서는 자동차 전문 매체, 저널리스트의 영향력과 책임감이 굉장히 큽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 조차 중요한 상황에서는 유명 자동차 저널리스트의 힘을 빌리기도 했을 정도이니까요.

이처럼 자동차 문화, 자동차 언론 문화가 든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도 독자들 지원으로 다양한 실험과 양질의 기사 발굴이 이뤄졌고, 이것이 경쟁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정보를 얻는 모양과 방법이 과거와 달라지기는 했어도 정보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여전히 저항감이 없는 독일 환경이 한국 자동차 전문지들 입장에서는 많이 부럽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에는 너무 많은 온라인 매체가 서로 경쟁합니다. 최소 인원으로 운영이 되다 보니 콘텐츠 개발, 깊이를 더하는 것이 쉽지 않죠. 현상 유지만 되어도 좋다는 느낌을 매체로부터 받을 때도 많습니다. 전문성 있는, 신뢰받을 만한 자동차 전문 매체가 주도하는 그런 환경이 되어야 독자들 입장에서도 응원하고 지원할 텐데 과연 이런 환경으로의 전환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서로 제 살 깎아 먹기나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또 많은 분이 좋아하는 두 중견 자동차 기자의 소식을 접하고 여러 생각이 들어 좀 두서없이, 다소 직설적으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아무쪼록 두 분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여러분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덧붙여서, 하루라도 빨리 자동차 콘텐츠의 전문성과 대중화를 위해 우리 자동차 문화가 좀 더 깊어지고 확장되길 바랍니다. 저요? 한국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저는 늘 해왔던 것처럼 제 길 묵묵히 갈 겁니다. 더 좋은 정보 공유할 수 있도록 이곳 유럽 자동차 소식 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가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