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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겨울용 타이어 의무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주말 첫눈이 내렸죠. 어떤 이들에게는 로맨틱한 하루였겠지만 많은 운전자에게 이날은 긴장한 채 보낸 하루였을 겁니다. 이렇게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의 눈길, 또는 빙판의 도로를 달려야 할 때는 이래저래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타이어 선택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요.

사진=르노공식블로그


독일의 경우 윈터 타이어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 같은 게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럽 국가가 독일처럼 겨울용 타이어를 필요로 하거나 의무화하는 건 아닙니다.  장착 규정 또한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데요. 크게 4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겨울용 타이어 의무 장착 국가(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곳들)


우선 EU 회원국 중 '겨울용 타이어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용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한 곳들이 있습니다.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입니다. 이중 리투아니아는 11월 10일부터 4월 1일까지가 의무 장착 기간으로 가장 깁니다. 5개월가량 되네요. 스웨덴은 1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핀란드는 12월 1일부터 2월 말까지입니다. 국가마다 기간이 조금씩 다르죠?


2. 기간 명시 없는 의무 장착 국가


두 번째는 겨울 타이어 장착 의무국 중 언제부터 언제까지 장착하라는 기간 명시가 없는 곳들입니다. 노르웨이,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등입니다. 기간을 정해놓지 않은 이유는 정해놓은 기간보다 더 일찍 기온이 떨어지거나 더 일찍 기온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독일은 보통 10월 셋째 주부터 장착을 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래서 4월에 들어서면 보통 여름용 타이어로 바꾸게 되는데 도로면 기온이 섭씨 7도 정도가 타이어 교체를 위한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기온입니다. 이는 독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곳에서 통용되는 일반적 기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독일은 이번에 새로운 법을 하나 만들었죠. 그동안은 타이어에 M+S(진흙+스노우)표시만 있어도 겨울용 타이어로 인정을 했지만 앞으로는 산 모양에 눈송이 표시(알파인 심볼)가 들어가 있어야 겨울용 타이어로 인정한다고 합니다. M+S 표시만 있는 타이어는 2017년 12월 31일까지 제조된 것일 경우 2024년 9월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파인 심볼과 M+S / 사진=ADAC



3. 표지판 있는 곳에서 겨울용 타이어 장착하면 되는 곳


겨울용 타이어 장착이 필요하다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만 장착을 하면 되는 나라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입니다. 기온이 높은 스페인 대부분과 이탈리아 남부, 남프랑스 등에서는 의무화할 필요가 없겠죠? 대신 북부 이탈리아는 알프스산맥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특정 도로에서 의무적 장착을 요구합니다. 


4. 의무 규정이 없는 나라들


네덜란드, 벨기에,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영국, 포르투갈, 그리스, 키프로스, 몰타 등은 겨울용 타이어 의무 장착 규정이 없습니다. 중립국인 스위스 역시 마찬가지죠. 다만 스위스의 경우 겨울철에 여름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다니다 사고가 났을 경우, 이로 인해 운전자의 책임은 굉장히 커집니다. 


독일도 겨울철에 여름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보험사에서는 과실을 크게 봅니다. 또 내가 접촉 사고를 당했더라도 만약 타이어가 겨울용이 아닌 여름용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면 이 경우 피해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하니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꼭 장착해야만 합니다.


사계절 타이어의 경우는?


그렇다면 사계절 타이어는 어떨까요? M+S와 알파인 심볼 표시가 있는 사계절 타이어는 겨울철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역시 겨울용 타이어로 간주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겨울용 타이어만큼 사계절 타이어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여름용과 겨울용으로 구분해 쓰는 것을 권하는 편입니다.


제조사마다 차이도 있습니다. 어떤 곳은 SUV에 사계절 타이어를 장착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엄격하게 구분해 장착하지 않기도 합니다. 다만 최근 독일의 몇 테스트 결과를 보면 사계절 타이어 중에서도 (마른 노면) 제동력은 어지간한 겨울용 타이어보다 좋은 결과를 보인 것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되도록 여름에는 여름 타이어,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로 타이어를 구매할 때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라벨을 잘 보셔야 합니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정보가 들어가 있는데요. 하나는 연비, 그리고 하나는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 능력입니다. 연비와 제동력은 대립 관계이기는 하지만 점점 좋은 타이어들이 개발되면서 두 가지 모두 좋은 점수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를 받은 것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잘 참고하셔야겠습니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라벨 / 출처=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바로 트레드 홈!


우리는 보통 겨울용 타이어를 이야기할 때 장착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있죠. 하지만 또 하나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바로 트레드(노면과 닿는 부분)의 홈 깊이입니다. 앞서 소개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겨울용 타이어의 의무 장착과 함께 트레드 홈의 깊이도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스웨덴 최소 트레드 홈 깊이 : 3mm

오스트리아 최소 트레드 홈 깊이 : 5mm

핀란드 최소 트레드 홈 깊이 : 3mm

벨기에 최소 트레드 홈 깊이 : 4mm

사진=ADAC


벨기에는 겨울 타이어 의무 장착하는 곳이 아니지만 트레드 홈의 깊이는 4mm 이상이어야 한다고 정해 놓았습니다. 그만큼 이 트레드 홈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모든 타이어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겨울에는 조금 더 깊이를 신경 써야 합니다. 반면 독일이나 루마니아는 1.6mm가 최소 트레드 홈 깊이로 규정돼 있는데 현재 독일에서는 이 규정이 너무 안일하다며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눈길에서 시속 50km/h로 달리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트레드 깊이에 따라 제동 거리 차이는 무척 큽니다. 바닥의 홈이 깊지 않은 등산화를 신고 겨울 산행을 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은데요. 겨울용 타이어라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트레드 깊이도 함께 잘 체크해야겠습니다.

눈길 시속 50km/h에서 트레드 홈 깊이에 따른 제동력 결과, 젖은 노면에서 시속 100km/h로 달렸을 때의 제동력 결과 / 출처=ace.de


겨울철 타이어 의무 장착, 우리나라는?


춥고 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용 타이어는 유럽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평지뿐만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우리의 도로 환경에서는 더 타이어의 안전성을 신경 써야겠죠. 따라서 사계절 타이어를 포함해 겨울철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여름용과 겨울용을 나누어 쓰는 게 가장 좋지만 타이어 보관 문제 등을 생각한다면 안전성이 높은 사계절 타이어의 개발도 우리 현실에서는 필요한 부분입니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눈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우리나라 운전자 열 명 중 7명은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았다고 하죠. 반대로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한 운전자 대부분은 사고를 피했거나 사고 정도도 가벼웠습니다. 겨울에 겨울용 타이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아닌가 싶은데요. 오늘 내용 다 잊어 버려도 이것만큼은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여름에는 여름용 타이어,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 트레드 홈 깊이도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