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전문지가 선정한 2018년의 자동차 뉴스들

2018년도 이제 며칠 안 남았습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죠. 자동차 시장도 그랬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언론이 2018년을 정리하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정리를 할 텐데요. 오늘은 이곳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1'이 선정한 굵직한 소식들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VW 2026년 이후 새로운 엔진 개발 안 한다

사진=VW


많은 분이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디젤 게이트 이후 빠르게 전동화로 방향을 튼 폴크스바겐이 2026년 이후에는 새로운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죠. 2026년에 엔진을 단종한다는 게 아니라 더는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2026년 이전에 개발된 엔진만을 가지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내놓다가 적당한 시기, 대략 2040년 이후로 예상됩니다만, 그때부터는 전기차만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현재 폴크스바겐 그룹의 계획으로 보입니다. 


이미 폴크스바겐의 발표 이전에 몇 제조사가 비슷한 계획들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어쨌든 가장 판매량이 많은 자동차 그룹이 공개적으로 내연기관의 끝을 밝혔다는 점에서 제법 뜨거운 소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50년을 유럽은 오래전부터 자동차 세상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얘기를 해왔고, 어쩌면 그것에 맞게 지금 시장이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2. BMW  3시리즈 신형 등장

사진=BMW


BMW 하면 3시리즈죠. 폴크스바겐 하면 골프인 것처럼요. 이 D세그먼트 세단은 BMW의 정체성은 물론 판매량을 주도하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후륜 세단입니다. 올해 파리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신형이 벌써 9세대니까 40년 이상 됐고, 그 긴 세월 쌓아온 노하우는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겠죠.


커진 차체와 고급스러워진 실내 디자인 등, 보이는 부분의 변화가 컸던 그런 모델이 아닌가 하는데요. 그래도 무엇보다 주행성능에서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게 3시리즈의 숙명일 겁니다. 독일에서는 현재 한창 주문을 받고 있는데, 지점 등에서는 기본가 기준 대략 10% 정도는 할인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견적을 받아봐서 압니다.) 과연 어떤 평가가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이어질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3. 아우디와 닛산-르노 회장의 구속

카를로스 곤 / 사진=르노


올해는 자동차 제조사 최고 경영자들 수난(?)의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업자득, 혹은 권력 다툼의 결과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아우디 루페르트 슈타들러 회장은 디젤 게이트와 관련,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에 전격 체포됐죠. 그리고 올 10월에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회장직에서 쫓겨난 상태로, 재판 이후 어떤 가혹한 형벌이 그를 또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일본 검찰에 의해 체포돼 현재도 구금 상태에 있습니다. 닛산과 르노 사이의 힘겨루기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죠. 르노는 그를 지키려 하고, 닛산은 주도권을 쥐고 가기 위해 카를로스 곤 회장을 어떻게 해서든 쫓아내려 한다는... 최근 소식을 보면 그 역시 곧 보석으로 석방이 될 거 같은데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는 그런 거대 기업의 권력 다툼이 본격화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4. L.A. 모터쇼 급부상


해당 매체는 미국의 모터쇼 하면 떠올리던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지고, 새롭게 L.A. 모터쇼가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디트로이트는 힘을 잃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상징한다는 점 때문에 여기보다는 따뜻하고 더 역동적인 L.A. 모터쇼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조사들이 어떤 곳에 더 집중할지, 그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갑니다.


5. 테슬라 대량 생산 문제


올해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가 된 브랜드가 있다면 테슬라가 아닐까 해요. 일론 머스크 회장의 갖가지 실언 등으로 브랜드에 부정적 이미지를 줬죠. 또 품질 문제와 함께 다량 생산 시스템을 통해 모델 3가 시장에 정체되지 않고 나올 수 있느냐는 것 역시 큰 관심사였습니다. 


비관적 전망이 많았던 가운데 그래도 테슬라는 최근에 와 매주 수천 대의 모델 3 생산을 해내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여전히 해외 등에서 이뤄진 주문을 맞추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과연 모델 3가 위기설에 쌓인 테슬라의 구세주가 될지, 아니면 반대로 발목을 잡게 될지, 궁금하네요.


6. 재규어의 테슬라 헌터 I-Pace

그리고 독일산 전기차들

사진=재규어


몇 차례 이야기를 드렸습니다만 재규어가 내놓은 전기차 I-Pace는 매우 좋은 전략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우디의 e-tron이나 벤츠의 EQC 등, 독일 전기차에 비해 훨씬 미래지향적인 그런 느낌을 주는데요. 그래서 독일의 많~~~은 언론이 I-Pace를 테슬라가 독주하던 고급 전기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꼽기도 했습니다.


물론 독일의 전기차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판매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재규어의 발 빠른 대응과 신선한 전략은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도 긍정적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독일 제조사들이 내년 이후 쏟아낸 전기차들, 그 파상 공세는 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7. 코나와 니로 전기차

코나 전기차 / 사진=현대자동차


모터1은 현대 코너 전기차와 기아의 니로 전기차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하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그리고 이 작은 전기차들이 보여주는 주행 거리였습니다. 완충 후 최대 480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얘기되는 한국산 전기차들은 유럽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이곳의 일반적 평가죠.


SUV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겼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남들 보다 빠르게 소형 SUV와 전기차라는 조합을 통해 시장에 뛰어든 전략은 올해 그나마 몇 안 되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잘한 일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8. 피아트-크라이슬러 회장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사망

사진=FCA


가장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까 싶네요. 흔들리는 피아트 그룹을 과감한 결단으로 붙잡았던 그였지만 수술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6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2004년부터 피아트를 이끌면서 위기를 숱하게 넘겼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은 페라리 상장, 본사의 과감한 이전 등을 통해 흑자 경영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지프를 성공적으로 이끌던 마이크 맨리 현 회장이 과연 전임자와 같은 길을 갈 수 있을까요?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들이 여진처럼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9. 노후 디젤차 운행 금지


독일에서 가장 큰 2018년 자동차 뉴스라고 한다면 아마 이 디젤 금지가 아닐까 합니다. 법원의 판결 이후 함부르크를 시작으로 독일 곳곳 도시에서 유로 5 이하의 디젤차들이 운행 금지를 당하게 됐죠. 최근에는 아우토반의 일부 구간도 노후 디젤 차량 운행을 하면 안 된다는 법원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이 결정으로 독일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겪고 있는데요. 여기에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라는 EU 차원의 합의는 다시 한번 제조사들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당분간 디젤차 운행 조치와 관련한 갈등을 독일은 계속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이와 관련한 글들을 많이 썼는데, 내년에는 좀 다른 이슈로 즐겁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터1은 그밖에 파리모터쇼를 주요 뉴스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신차들이 공개된 반면, 폴크스바겐, 포드, 오펠 등이 참여를 하지 않으면서 갈수록 세계 모터쇼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모터쇼였다는 게 모터1의 평가였습니다. 포드의 픽업과 SUV 투 트랙 전략도 주요 뉴스로 꼽았고, 신형 911이 보여준 젖은 노면 감지 기능 등, 첨단 보조 장치들의 중요성이 영역을 가리지 않고 커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911이 등장할 거라는 소식은 꽤나 충격적이었던 듯합니다. (다, 환경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거죠)

신형 911 / 사진=포르쉐


그리고 추가로 새로운 배출가스 측정법 도입에 따른 혼란으로 아우디나 벤츠, 포르쉐 일부 모델이 판매를 중단했던 점, 폴크스바겐 그룹의 새 회장으로 헤르베르트 디이스가 뽑힌 일, 벤츠 A클래스까지 적용된 거대 디스플레이와 AI 서비스도 화제였습니다. A클래스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할 기회가 있겠지만 자동차에 시큰둥한 요즘 디지털 세대에게 '이 정도면 자동차 안에서 놀아도 되지 않겠니?'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이슈, 어떤 사건과 사고, 무슨 놀라움과 즐거움이 우리를 찾아올까요? 이왕이면 나쁜 소식보다는 재밌고 즐겁고, 희망에 찬 그런 얘기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