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독일 아우토반 시승기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아우디 S6 시승기


남성성이 과장되었을 때 '마초'라는 단어를 가져다 쓰곤 하죠. 특히 이 단어는 자동차를 설명할 때 적절하게 이용될 수 있는데요. 미국의 머슬카와 대형 픽업, 또는 터프한 오프로더 등과도 비교적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단어를 아우디 S6을 위해 써보려 합니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는 달리 여성성이 적절히 배어나는 아우디에 조금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과연 그럴까요?




S6에 대한 일종의 편견

그러나 묘한 기대감


독일에서 아우디 S6 수준의 차를 하루동안 시승할 수 있는 방법은 독일 자동차 매체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 이 차를 시승하게 됐습니다. 아우디 코리아 측의 배려로 언론 시승용 차량이 제게 주어진 거죠. 하지만 처음엔 약간 아쉬운 감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S7 정도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 거기에 RS7면 더 좋고...뭐 욕심이야 끝이 없는 거겠죠. 거기다 A6와 S6 등이 최근 페이스리프트 돼 독일에서는 신형이 팔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기존 S6는 끝물 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특히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이라고 하면 RS라는 인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S는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우디 코리아가 직접 나서 블로거에게 차를 내주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일단 고마운 마음으로 키를 받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그릴에 박힌 S6의 로고를 보니 단정하고 차분하게 수트를 걸쳤지만 셔츠 사이로 슬쩍 슬쩍 드러나는 근육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필요할 때 진가를 발휘할 것만 같은 그런 묘한 기대감 같은 게 생겼다랄까요? 


이 인상평가가 허상일지 실제일지 확인하기 위해 S6에 앉아 시동키를 눌렀습니다. "부르릉~" 부드러운 8기통 엔진음과 함께 계기판이 화려한 춤사위를 보이며 준비가 되었음을 알립니다. 차는 부드럽게 구르기 시작했고 곧 만난 야트막한 언덕길에서 처음으로 420마력짜리 세단의 맛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마치 당신의 편견을  깨뜨려 주겠노라고 하는 듯 말이죠.





RS6의 모자람이 아닌

A6에 더해진 강력함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일산 신도시와 구 일산의 외진 곳 등으로 시승코스를 잡았습니다. 일단 강남을 빠져 나오면서 든 생각은 '정말 무지무지하게 수입차가, 그것도 고가의 수입차들이 많다'는 것이었는데요. 앞에는 BMW 7시리가 달리고 있었고 뒤에서는 흰색 마세라티가 눈을 치켜 뜨고 빨리 가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었죠. 머스탱 한 대가 부아앙 거리며 달리자 맞은 편에선 검정색 레인지 로버가 도도한 몸짓을 하며 스쳐 지나 갔습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수입차 탄다고 목에 힘줄 일은 없어 보이더군요.


화려함으로 무장된 강남 도로 위에서 아우디 S6는 특별히 눈에 띌 것도 없는, 오히려 평범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나마 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알아 챌 S6의 로고와 사이드 미러의 알루미늄 커버, 그리고 20인치 휠 사이로 보이는 S6 캘리퍼 등이 이 차가 1억짜리 고성능 자동차 임을 알려 줄 뿐이었습니다. 화려한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 사이에서 S6는 겸손해 보이기까지 했죠.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은 시승하고난 직후 알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우디 S6는 어설픈 RS가 아니라 A6의 강력한 버젼이었습니다. 




S6와 RS6 

그리고 경쟁모델들


여기서 잠깐 아우디의 라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아우디는 경쟁 브랜드인 BMW와 벤츠 등과는 조금은 다른 고성능 트림을 구성을 하고 있는데요. BMW의 M, 메르세데스의 AMG의 맞상대로는 RS가 존재하고 있고, 그 밑에 다른 경쟁사들에는 없는 고성능 로고 'S'가 하나 더 부여돼 있죠. S6의 420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힘에 맞설 경쟁 모델로는 BMW 550i(430마력), 메르세데스 E 500(408마력) 등인데 두 모델은 한국에서 판매가 안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BMW M5와 E63 AMG 같은 500마력이 훌쩍 넘는 고성능 대표 모델들이 한국에서 판매가 되는 대신 아우디는 RS6을 팔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유는 아우디의 경우 짝수 모델들은 모두 RS를 아반트, 그러니까 왜건으로만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6 이상의 맛을 원하는 경우 RS6이 아닌 RS7을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우디 RS6 아반트. 사진=netcarshow.com



부드러움과 강함의 조화


평일 낮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변북로는 꽉 들어찬 자동차들로 제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다서다를 반복했고, 이런 상황에서 S6의 고마력 고토크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아우토반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달리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죠. 하지만 아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사거리에서 빈틈이 보일 때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차는 여지없이 멋진 배기음을 내뿜으며 복잡한 곳을 탈출했습니다. 워낙에 토크 자체가 높은 차라 가솔린임에도 디젤차의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 것이죠. 부분부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구간에서는 400마력대의 자연흡기 엔진에서 느끼는 부드러움은 물론, 터보차처답게 치고 나가는 힘까지 발휘할 줄 알았습니다. 


특히 가속페달의 부드러움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가볍게 쑥 들어가는 것 같지만 적절한 깊이에서 터지는 힘은 경쾌한 느낌을 배가시켰습니다. 제동도 좋았습니다. 팍 하고 꽂히듯 멈춰서는 불편함이 아닌, 부드러우면서도 밀리지 않고 정확하게 멈춰설 줄 알았죠. 주행 모드의 경우는 컴포트에 한정 지어 달려 봤는데, 전체적으로 세단의 부드러움과  고성능 모델이 갖는 하체의 단단함이 어울려 직선주로에서의 주행 안정성을 높여 줬습니다.


요철 구간이나 도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곳에서 서스펜션은 만점에 가까왔습니다. 단단함이 주는 안정감과 부드러운 안락함이라는 공존이 쉽지 않은 두 요구 사항이 적절히 조화를 잘 이뤘는데, 나중에서야 이 차에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되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확실히 에어 서스펜션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각 종 작동 버튼들은 정확하고 단단했습니다. 너무 단단해서 창문 개폐 버튼은 뻑뻑하기까지 하더군요;;


S6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부드러움과 강함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엔진은 매우 부드러웠고, 가속페달은 경쾌한 느낌까지 줬습니다. 운전대는 폴크스바겐 그룹의 차들이 그러하듯 쥐었을 때 다소 얇다는 느낌, 그리고 너무 가벼워 고속에서 어떨까 걱정을 하게 되지만, 일단 속도가 올라가며 더하가는 그 안정감은 역시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8기통 엔진음은 추천할 수준이었고, 에어서스펜션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었습니다. 물론 아쉬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요. 우선 조향감은 경쟁 모델인 BMW에 비하면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줬습니다. 또 멋진 계기판은 많은 눈금으로 인해 다소 산만했는데, 이는 BMW 오너 입장에서 본 평가니 그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또 작은 부분이었지만 온도계와 연료계를 표시하는 LED 표시등은 좀 더 단순화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진 시트의 경우 등받이 쪽은 부드러웠지만 앉는 부분은 다소 딱딱해서, 더 부드러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뒷좌석과 트렁크 역시 한국의 동급 모델에 비하면 다소 좁지 않나 싶더군요.




개인적으로 운전대는 S나 RS 보다는 BMW의 M 이나 M 패키지의 그것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립감에서는 여성들을 고려해 봤을 때 아우디가 BMW 보다 낫지 않나 생각되네요.





 


1억의 가치를 하는가 묻는다면


엔진룸 사진을 찍기 위해 보닛을 들었을 때 꽉 들어찬 내부가 멋지기도 했지만 너무 빡빡한 느낌 때문인지 괜히 수리할 때 어려움은 없을지부터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그 만큼 빈틈이 없다는 얘기겠죠. 3세대 S6까지만 하더라도 5.2리터 V10기통의 자연흡기 엔진이었습니다. 마력도 435마력으로 시승한 모델 보다 모든 면에서 수치상 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운사이징을 통해 오히려 경쾌함과 강력함이 더 커졌고, 주행성능 또한 나아졌습니다. 무엇보다 기본가격이 더 낮아졌던 신선한(?) 충격까지 줬었죠.


얼핏 스타일로만 보면 과연 이 차가 1억이 넘는 가격에 합당한가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운전대를 잡고 야성을 뽐내기 시작하면 그 매력은 상당히 크게 느껴집니다. 특히 요란한 스타일 싫어하고 드러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S6는 겸손한 강력함이라는 매력을 선사할 것입니다. 일상에서의 안락한 주행에서부터 필요 시 강력한 420마력의 힘을 제대로 전해주는 실력까지, S6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은 넓다고 하겠습니다.



독일 기준으로 6,000유로가 넘는 고가 옵션이지만, 사운드의 입체감 등이 뛰어나 음악 감상에서 확실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범퍼 하단에 있는 동그란 것을 안개등으로 착각하는-심지어 기자 조차- 경우가 있는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을 위해 사용되는 센서죠.



S6 4.0 TFSI의 공인연비는 7.9 km/L입니다. 항속 주행 시 실린더의 절반만 사용하는 실린더 온 디멘드 기능이 탑재돼 있어 가능한 수치라는데, 어지간한 운전자 아닌 이상엔 이 가변형 실린더 시스템을 눈치채기란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번 시승에서 연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성능 모델이라고 해도 연비 효율성까지 갖춰주는 건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 의무가 되었다는 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독일에서 평가된 테스트 연비를 추가로 알려드릴 텐데요.


한국 공인 연비 : 리터당 7.9km

아우토빌트 : S6 아반트 실 테스트 연비 : 리터당 7.75km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 S6 테스트 연비 : 리터당 7.46km

아우토뉴스 : S6 테스트 연비 : 리터당 7.81km


우리나라 공인연비와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의 테스트 연비의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는 결과였는데요. 독일의 전문지들의 전체적인 평가 역시 별 다섯 개 만점에서부터 4개 반까지 좋은 점수를 줬습니다.



아우토뉴스의 S6 평가 내용. 캡쳐화면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퇴근 차량들과 뒤섞여 꽤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끓어 오르는 엔진음과 함께 치고 나가는 강력한 힘은 도심의 막힌 주행이 주는 답답함을 한 방에 날려줬습니다. 250km/h라는 최고속도까지 치고 올라가도 왠지 이 녀석은 안정적인 주행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죠. 무엇보다 전체적인 조화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콰트로 사륜구동과 7단 S트로닉, 그리고 에어서스펜션과 V8 터보차저의 팀웍은 독일 축구팀을 연상시켰습니다.


기름값 걱정만 없다면 이 멋진 자동차를 굴리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처음과는 달리 아쉬움 속에 차 키를 반납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우디코리아에 미안한 이야기를 하자면, 앞서 말씀 드렸듯 부분변경된 S6가 유럽에서는 벌써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모델에는 없던 엔진 스탑 & 고 기능과 아우디가 자랑하는 매트릭스 헤드램프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마력 또한 현재 420PS에서 450PS로 올랐죠. 


S6 구매를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조금만 더 기다렸다 신모델이 선택하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가격은 현재 모델 보다 독일 기준으로 200만 원 가량 더 올랐으니 이 점 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끝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를 하자면요. 아우디 S6를 언론들과 양대 포털들에서는 여전히 중형으로 분류를 해놓고 있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보통 체급 분류의 기준으로 삼는 전장으로 한 번 볼까요?


아우디 A6 전장 : 4915mm

현대 그랜저 전장 : 4920mm

아우디 S6 전장 : 4931mm


어떠세요, 좀 이상하죠? 별 것 아닌 거 같아도 이런 정보의 오류가 차에 대한 편견을 또한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더모터스타 카페 (<= 여기 클릭) 에서도 좋은 정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말씀 전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수입사로부터 어떤 금전적 제공도 받지 않고 작성된 시승기임을 밝힘니다. 요즘은 이런 거 적어야 한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