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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 아우토반 시승기

[시승기] 아쉬움 가득했던 기아 올 뉴 카렌스



개인적으로 현대 기아차를 운전했던 건 90년 대 중반에 나온 기아 크레도스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때 인연때문이었는지 기아차에 대해선 애정 같은 게 계속해서 남아 있는 상태였죠.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번 한국 방문 기간 중 기아차를 다시 타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올 뉴 카렌스가 그 주인공이었죠.



비록 렌터카이긴 했지만 4일에 걸쳐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시내 등을 골고루 타고 다녔기 때문에 특징을 비교적 상세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주행에 중점을 둔 시승기를,, 아주 간단하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일 및 공간

요즘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스타일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굳이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아도 다들 자신들의 감각과 시선으로 파악을 하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신형 카렌스는 스타일에서 좋은 평가를 특히 해외에서 받은 터라 제가 뭐라 하는 건 사족이 될 거 같습니다.


한 가지만 말한다면, 정면에서 보면 어떨 땐 약간 꺼벙(?)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 게 유일한 아쉬움 정도라 할 수 있겠네요. 미니밴으로서의 성격과 SUV와 경쟁하기 위한 고민이 적절하게 잘 배합이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실내는 작아진 차체에 대한 우려에 비하면 현기차의 장점인 공간에 대한 배려가 드러나 있는 거 같더군요. 


하지만 이런 평가는 역시 5인승일 때의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7인승으로 넘어가면 아무래도 태생적 한계로 인해 3열은 꼬마들의 좌석 정도로 만족해야만 할 거 같더군요.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이 급의 미니밴들이 공통적으로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으니 카렌스만의 문제는 아니라 하겠죠. 트렁크의 경우 여행용 가방 큰 것 두 개 정도 나란히 놓이는 수준이었고 특별히 넓거나 좁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괜찮은 조립, 하지만 싼 티나는 소재



사진으로 봤을 때 받았던 비교적 정돈되고 깔끔한 카렌스의 실내는 실제로 만져보고 느껴보니 좀 다르더군요. 조립 상태는 기대 이상이었지만 플라스틱 소재가 너무 많고, 그 소재의 조합이 그리 고급스럽지 않아 보였습니다. 대시보드를 우레탄을 쓰지 않은 점 등은 역시 원가에 대한 부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가족용 밴으로서 좀 더 안전한 차라는 이미지가 이런 소재 등을 통해 카렌스에 반영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수납공간의 활용도는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었고, 운전대 버튼들이 어수선하고 다소 싸구려 냄새를 풍기고 있는 점이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연결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방향지시등이나 핸드 브레이크, 에어콘 조절기와 와이퍼 작동 레버, 기어 노브 등의 작동 질감이 매우 떨어졌는데요. 쉽게 말해 누르거나 레버를 조절할 때 탄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여기서 받게 되는 감성적인 만족도가 부족했습니다.


한국에선 올란도가 경쟁 모델이지만 유럽으로 넘어가면 오펠 자피라 투어러, 포드 C맥스, 푸조 5008 등의 경쟁 모델이 있고, 이 급에서 유럽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폴크스바겐의 투어란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데, 과연 이런 조작질감으로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유럽형은 어떻게 조율이 되었는지 경험을 해봐야겠지만 일단 한국에서 판매되는 올 뉴 카렌스의 실내는 전반적으로 계기반을 제외하면 아쉬웠습니다.





주행 시 조향감과 토크감은 개선이 필요

1.7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된 시승차는 140마력에 최대토크가 1,750rpm에서 33.0kg.m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일단 수치상으로 보면 나쁘지 않죠. 카렌스 유럽형은 136마력에 34.98kg.m으로 내수용과는 미세하게 다른데요. 어쨌든 디젤이라는 점은 LPG에 비해 높은 토크감을 느낄 수 있고 연비도 (공인 리터당 13.2km/h) 무난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달려 보니 이 토크감이 실망스럽더군요. 비슷한 토크가 나오는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몸이 비교적 선명하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뭐랄까...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투욱~하고 치고나가지 못하고 수치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밴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겠지만 적어도 공표한 수치만큼의 토크감은 나와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하지만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 그러니까 조향감의 아쉬움이 제가 카렌스에서 느낀 가장 큰 실망이었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주행을 시작하고 채 5분도 안돼 느껴진 묘한 이질감과 부정확성은 차를 반납하는 내내 고개를 갸웃하게 하더군요. 미세하게 바닥에서 진동이 올라왔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고, A필러가 시야를 방해했지만 시트로엥 DS5 같은 차처럼 구조가 만드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함 정도로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전대를 쥐고 돌릴 때 받는 그 불편한 기분은 쉽게 지워지지 않더군요.



운전을 마치고...

시승을 목적으로 운전을 한 차가 아니어서 연비를 체크하거나 곡선 구간에서 차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체크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제한속도에 맞춰 운전을 하다 보니 풀가속을 할 때 느껴지는 직진 안전성, 고속 시 소음의 정도 등도 확인을 못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유럽에서 판매가 되는 카렌스를 타보고 내수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체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카렌스는 외모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딱히 흠을 잡을 데가 없는 좋은 결과물이었죠. 그에 비하면 실내 디자인이나 플라스틱을 이용한 소재 활용도에서는 기대 보다 못했습니다. 이는 그랜져나 신형 제네시스 등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게 느껴지는 아쉬운 대목이었는데요. 하지만 카렌스의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주행 시 느껴진 조향감과 토그감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앞서 감성품질, 질감의 감성적인 만족도를 언급했습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제네시스 신형을 만들면서부터입니다. 계량화하고 시스템화해 깜빡이 레버의 작동감을 어느 정도 탄력을 줘야 하는지 등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니 아직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현기차에 만족을 느끼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런 평가는 유럽 등 해외 고객들로부터 더 날카롭게 지적받게 될 것입니다. 


그냥 무난하게 타기 위한 차로 카렌스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름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올 뉴) 카렌스가 되기 위해선 개선이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저는 유럽에서 경쟁을 펼치는 자동차라는 관점에서 현대 기아차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에 받은 아쉬움이 더 깊고 크게 남는 것 같은데요. 한 두 과목 만점 받는 브랜드가 아닌, 모든 과목 평균을 끌어 올리는 그런 브랜드로 성장해주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