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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머리받침대, 얼마나 신경 쓰세요?


"반성하며 시작합니다."


오늘 포스팅은 반성하면서 시작할게요. 그동안 안전벨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꾸준히 강조를 했고, 에어백이나 그밖의 첨단 안전장치에 관심을 가지며 이러니 저러니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정착 헤드레스트(머리받침대)라는 것에 대해선 단 한 번도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던 거죠.


피아트 500의 머리받침대 모습. 사진=netcarshow.com



교통사고 부상자의 절반 이상이 목에 이상


교통사고 부상자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곳을 조사해 봤더니 목이 절반 이상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드라마 등에서 추돌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뒷목 붙잡고 내리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게 현실에서도 흔한 광경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목을 많이 다칠까요?


다른 차에 의해 내 차가 받히고, 그 충격이 운전 중이던 나에게 전해질 때 목은 자동차의 어떤 곳과도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에 충격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게 됩니다. 시속 30km/h 정도의 속도에서 받혀도 목은 앞뒤로 180도까지 꺾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목의 부상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장치로 머리 받침대, 영어로는 헤드레스트(Headrest)가 마련된 것입니다.


이미 1921년 미국인 벤자민 캐츠에 의해 특허 등록된 오랜 물건이지만 이게 지금처럼 모든 차에 장착된 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닙니다. 답답하다고 머리받침대 뽑고 운전하는 분들이 많았을 정도로 한 때 머리받침대는 의미 없고 불편한 존재로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푸대접 받을 존재가 아닙니다.



미국은 45년 전에 이미 법으로


운전석과 그 옆 좌석에 머리받침대를 의무적으로 달게끔 한 곳은 미국이었습니다. 1969년에 이를 법으로 정한 것이죠. 독일의 경우는 1998년부터 의무적으로 1열에 머리받침대를 달게 했는데요. 예전에는 소형차들만 하더라도 이 머리받침대의 보호 기능이 많이 떨어졌었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의 경우만 하더라도 유로NCAP 테스트에서 헤드레스트의 안전성을 별도로 측정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헤드레스트의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예전에는 그냥 시트에 꼽아서 고정 상태로 쓰던 것이 지금은 틸트식이니 액티브 헤드레스트니 해서 점점 그 형태와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머리받침대 


BMW X1에 장착된 기본적인 형태의 머리받침대. 위아래로 위치 조절을 할 수 있다. 사진=스케치북


BMW 3시리즈에 적용된 틸트형 (기울기) 헤드레스트. 머리받침대의 위쪽을 앞으로 기울게 해서 운전자에 맞게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요즘은 아래 쪽을 3~5단계로 나눠 잡아당기는 틸트식 헤드레스트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사진=스케치북



티구안에 적용된 헤드레스트.( 이게 정확히 4웨이 식 헤드레스트인지, 아니면 액티브헤드레스트인지 모르겠네요. 액티브 헤드레스트 같긴 한데...) 사진=스케치북


전자식 액티브 헤드레스트의 작동 모습. 충격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운전자 머리 쪽으로 온다. (동시에 살짝 위로 머리받침대고 솟아 오름)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블로그


제네시스 1열에 적용된 헤드레스트. (구조로 봐서 액티브헤드레스트로 보입니다) 사진제공=모터그래프


스포츠카나 해치백 스타일의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일체형 (하이백 시트) 헤드레스트. 메르세데스 A클래스 스포츠 시트의 모습. 사진=스케치북


볼보 XC70에 적용된 일체형 헤드레스트. 고정되어 있는 형태. 볼보는 모든 모델에 일체형 머리받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netcarshow.com


사진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머리받침대를 보셨습니다. 머리받침대의 종류는 크게 기본형, 틸트형, 액티브 헤드레스트, 그리고 의자에 연결된 고정형 (혹은 일체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기본형은 높이 조절만 가능한 형태로 여전히 가장 대중화 되어 있습니다. 틸트형은 기본형에 각도 조절이 가능하게 한 건데, 보통 여기서부터 옵션 적용이 된다고 보면 될 겁니다.


요즘 가장 각광 받는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부속 장비들이 의자 속에 숨겨져 있어서 이것들이 추돌 시 작동을 해 머리를 보호해 줍니다. 또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보통 한 번 사용하게 되면 전체를 갈아야 하는데 최근에는 재 사용할 수 있는 발전된 형태의 머리받침대 등이 현대자동차 같은 곳에서는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가격은 액티브 형이 가장 비쌉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즘 점점 늘고 있는 시트와 연결이 된 '일체형 머리받침대'가 있는데요. 특히 이 일체형에 주목을 해봐야 합니다. 아예 의자의 일부분처럼 되어 있어 운전자가 높낮이를 조절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고 있는데 스포츠카나 일부 해치백 모델에 적용되는 스포츠시트가 이런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GLA의 일반적인 머리받침대. 사진=netcarshow.com


메르세데스 GLA에 적용된 일체형. 높이가 일반 헤드레스트 보다 높아서 운전자가 조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사진=netcarshow.com



일체형 헤드레스트의 장단점


앉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일체형의 경우 받침대가 상당히 긴 편이라 머리가 이 위로 올라오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번거롭게 운전자의 앉은 키에 맞춰 그 때마다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는 거죠. 하지만 이게 꼭 좋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머리받침대는 크게 두 가지의 기능을 담당하는데 하나는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또 하나는 운전자의 머리를 받혀줘 목의 부담을 덜어주는 '안락함'도 생각해야 합니다.


일체형의 경우 나에 맞게 조절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만약 의자에 바짝 엉덩이와 등을 대고 수직 자세로 운전을 하는 분들은 이런 머리받침대에 머리가 닿을 수 있고, 이걸 피하려고 등을 떼면 어깨나 목 근육에 부담을 줘서 장거리 주행 시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단점은 꼭 일체형이 아니더라도 머리받침대가 인간공학적으로 설계가 안된 경우 다 해당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운전자의 허리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일체형 머리받침대의 경우 뒷좌석에 앉은 이들의 시야를 많이 방해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액트브 헤드레스트 같은 기능은 적용할 수 없겠죠? 그럼에도 이런 일체형 헤드레스트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디자인적인 측면, 충돌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액티브 헤드레스트 보다 원가가 덜 든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의 척추건강협회 같은 곳에서는 요즘 헤드레스트가  디자인에 너무 치중해서 안락함을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올바른 머리받침대 위치


그렇다면 이 머리받침대의 위치는 어때야 할까요? 운전자의 눈이나 귀가 받침대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을 하면 운전자의 머리끝과 머리받침대 끝이 수평이 되면 됩니다. 살짝 낮거나 높아도 상관은 없지만 가급적이면 머리가 받침대 보다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머리받침대와 머리 사이의 간격은 4~5센티미터 정도면 됩니다. 너무 떨어지면 사고 시 목에 충격이 그만큼 크고, 너무 붙어 있으면 안락함이 떨어지게 됩니다.


시트로엔 DS5 시승할 때 운전 중이던 후배의 자세인데, 머리가 약간 높죠? (조금만 더 내리자~!) 사진=스케치북


올바른 머리받침대와 운전자와의 위치. 간격은 성인 검지손가락 두 마디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사진=gdv.de

 


이제부턴 꼭 체크하세요~


사실 우리는 자동차의 의자가 편하냐 안 편하냐, 히팅이 되느냐, 통풍은 되느냐, 안마 기능이 있느냐, 또는 허리를 잡 잘아주는지, 의자 높낮이 조절은 얼마나 자유로운지 등을 주로 신경 씁니다. 하지만 이제부턴 거기에 체크할 내용을 하나 더 추가하세요. 머리받침대가 나와 얼마나 잘 맞는지 말입니다. "머리받침대 그거 뭐 다 똑 같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조사에 따라, 또는 적용되는 헤드레스트 형태에 따라 나와 맞지 않는 머리받침대가 있다는 겁니다. 최근에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이와 관련해 소식을 하나 전했는데 내용이 대충 이렇습니다. 마쯔다가 내놓은 중형 세단 마쯔다6의 경우 머리받침대가 운전자의 머리를 누르는 경우가 있다는 불만이 제법 접수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후에 나온 모델인 신형 마쯔다3부터는 머리받침대의 간격을 조금 더 넓혀 설계가 됐습니다.


기아 쏘울의 경우 예전 모델은 유럽에 출시될 때 1열에 모두 액티브 헤드레스트가 기본 장착이었다고 합니다. (헉;;) 그런데 새로 나온 모델부터는 이게 기본형으로 바뀌었는데요. 굳이 액티브 헤드레스트가 아니어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게 기아 측의 공식 입장이었지만 결국 비용과 차량의 무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겠냐고 전문지는 평가했습니다. 


폴크스바겐도 2007년부터 골프에서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뺐다고 하는군요. 또 벤츠의 일체형 머리받침대는 포르쉐 수준의 안락함을 주지 못한다며 낮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다임러 측에선 고객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머리받침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고 원론적인 대답만 해왔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볼보의 일체형 (고정식) 머리받침대 역시 안전은 하지만 편안함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됐습니다. 


포르쉐 타르가 주행 모습. 사진=netcarshow.com



머리받침대 보다 머리보호대


머리받침대 혹은 헤드레스트라고 보통은 부르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보다는 '머리보호대'라고 부르는 게 더 좋지 않나 싶습니다. 머리받침대라고 하면 뭔가 주어진 역할에 비해 너무 가볍게 불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반대로 머리보호대라고 하면 의미가 좀 더 부여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용어가 아니겠죠. 


머리보호대가 되었든 머리받침대가 되었든, 이 녀석이 안락함과 안전성이라는 두 가지의 주어진 역할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운전자들이 지금 보다 더 관심을 갖고 꼼꼼히 체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정부도 이와 관련한 규제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겠죠. 적어도 안전에 있어서 만큼은 국민을 위해 어떤 타협이나 양보가 없었음 합니다. 힘차게 시작되는 6월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