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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에어백에 대해 알아야 할 몇 가지


지난 3월 독일의 일간지 디벨트는 자동차 에어백과 관련한 조금은 놀라운 내용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자동차의 주요 안전 장치들, 그러니까 ABS, ESP, 에어백 등의 고장률을 조사했더니 그 중 에어백이 가장 많았다는 내용이었죠. ABS(차량잠김제동장치)는 아시다시피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여러 번에 나뉘어 바퀴가 잠겼다 풀렸다를 반복하게 해주고, ESP(차체자세제어장치)는 ABS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차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그런 장치입니다. 모두 요즘은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 안전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 중 에어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조사된 것입니다.



사진=emercedesbenz.com




오류 많은 에어백


독일에 큐스(KÜS)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자동차 관련한 안전 부분을 모니터링하는 회사인데 독일 정부의 감독 아래 있는 준 공기업 정도로 보입니다. 암튼 여기는 사고를 분석하는 분석관들과 자동차의 안전장치들을 모니터링하고 연구하는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는데요. 이들이 자동차 안전 관련 장치들의 오류 정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발표를 했습니다.


작년 독일 내에서 차량 정기검사의 내용을 분석하다 눈에 띄는 내용을 하나 찾아냈는데요. 유독 에어백과 관련한 검사 불합격이 많았다는 점이었죠. 총 269만대의 정기검사 내용 중 15,420대의 자동차가 에어백 미전개 혹은 급전개 등의 문제가 발견돼 정기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입니다. 


미전개는 말 그대로 터져야 하는 상황에서 안 터지는 것이고, 급전개는 터지지 말아야 하는 상황 (예를 들어 인도턱에 살작 바퀴가 부딪혔는데 그 충격에서 에어백이 전개된)에서 너무 쉽게 작동을 해버릴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큐스는 여기서 더 나가 최근 조사한 자동차 안전장치에 관련한 오류의 내용을 기록한 문서를 공개했는데요. 총 3,046,989 건의 불합격 내용 중 32,100 건이 안전 장치 불합격이었습니다. 


에어백 오류 : 48%

ABS 오류 : 32%

차체자세제어장치 오류 : 4.3%


그 중에 보신 것처럼 에어백 오류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자동차 검사 기관에서도 이 에어백 오류의 완벽한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걸 자세하게 검토하기 위해선 차를 다 뜯어내서 검사를 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정기검사 현장에서 하긴 어렵죠. 결국 여기서 오류 판정을 받게 되면 정비소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에어백 보증기간 제한 없는 독일?


그런데 저도 이 기사를 읽다가 놀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자동차 에어백 관련한 보증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에어백 관련해 제조사 무상보증 기간이 정해진 것으로 아는데 독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이게 독일만 그런 것인지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이런 워런티 보증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무상보증이 맞다면 적어도 비용 면에선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백 보증기간과 관련해 아무래도 궁금하고 좀 찜찜해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FDS라는 기관에서 내놓은 일종의 자동차 검서 지침서 중 한 부분인데요. 자동차 제조사가 내놓은 에어백 보증기간은 평생보증이고, 혹 에어백에 유통기간이 있거나 사용 제한 기간이 적혀 있는 경우는 잘못된 것임을 적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선 차량 소유자에게 이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FSD라는 곳은 또 뭐냐? 잠깐 이 조직을 설명을 드려야 할 거 같은데요. 독일의 대표적 안전인증 기관들 (TÜV, Dekra가 대표적)이 만든 연구 분석을 하는 비영리 조직을 말합니다. 독일에선 안전인증 기관들이 자동차 정기검사를 맡는데 자동차 뿐 아니라 산업체 전반의 안전점검을 국가를 대신해 하고 있죠. 엄청난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런 곳에서 FSD같은 곳을 만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좀 더 안전하고 정확한 차량 검사를 하기 위해서죠.


FDS는 정부가 관리를 하기도 해서 역시 준 공기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에 검사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요구에 응해 자료를 제공하게 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들은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사와 정기검사 기관과는 이런 유기적 관계가 형성이 잘 안되어 있는 모양이더군요. 어쨌든 자동차 회사들에게 얻은 자료를 가지고 어떤 차에 어떤 장치가 마련되었고 그 장치의 기본적인 원리는 어떤 것인지 파악해 정기검사를 할 때 이 부분들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의 자료에(2011년 자료) 따르면 독일에선 그 당시 피아트와 쉐보레 정도만 아직 불명확하고 나머지 브랜드는 모두 평생보증을 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백 고장률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평생 보증이라는 점에선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에어백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1. 경고등 불이 켜졌다?



에어백 안내등 이미지 출처 = welt.de


에어백 경고등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보통 시동을 걸면 처음에 여러 체크등이 들어올 때 같이 켜졌다 같이 꺼지는 게 정상이죠. 그런데 만약 이 경고등이 꺼지지 않았다면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정비소로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이 체크등이 켜지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한데요. 특히 요즘처럼 측면 에어백이다 커튼 에어백이다 해서 점점 에어백이 많아지는 상황에선 정확하게 어느 부분의 오류인지 찾아내기 쉽지가 않다고 하는군요.


특히 에어백 자체의 문제도 문제지만 싸구려 배선을 이용했거나 배선 자체에 오류가 있거나 하는 등의 조립이나 소재의 문제도 에어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는군요. 또 사고가 나서 에어백이 이미 작동을 했던 차에서 에어백이 제거된 말도 안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까 중고차 거래 시엔 이런 점도 정확히 확인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개인 간 거래에선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2. 최신 4세대 에어백이 가장 좋다?


몇년 전에 한창 이 문제로 시끄러웠죠. 디파워드 에어백 (2세대) 보다 어드밴스드 에어백 (4세대)이 더 낫다는 내용인데요. 원리만 놓고 보면 충돌 시 에어백 팽창력을 감쇄시켜주는 디파워드 보다 탑승자의 몸무게와 앉은 자세를 읽고 감쇄력을 스스로 조절하는 어드밴스드가 좋습니다. 그런데 2세대와 4세대 사이에 효과의 차이는 가격 차이나 원리의 차이만큼 크지 않다는 게 테스트 결과를 통해서 나온다는 얘기들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이나 일본 호주 등에서도 딱히 어떤 에어백을 쓰라고 규정을 짓지 않고 있고, 이런 이유로 디파워드가 경제성을 고려해 대부분 장착이 된다고 합니다. 오히려 요즘은 어떤 에어백을 장착하느냐의 문제 보다는 얼마나 에어백이 제대로 터지느냐 하는 문제로 논의가 한국에선 옮겨간 것으로 보여지더군요. 저는 오히려 이게 더 현실적이고 맞는 접근법이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할 얘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에어백 모듈 자체를 자동차 회사가 만드는 게 아니라 전문 회사들이 만들어 납품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제조사 책임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논란이 되는 에어백 센서의 갯수는 제조사 마다 다릅니다. 에어백의 전개 원리는 같지만 충돌을 감지해 전개를 시키는 에어백 센서는 어디에 얼마나 달렸느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3. 에어백은 모든 충돌을 인식하지 못한다?


특히, 제조사 입장에서 수많은 각도에서 다양한 형태의 충돌사고가 나기 때문에 이 모든 경우를 에어백이 커버할 수 없다는 반론을 펼 수 있습니다. 근데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기계가 충돌을 감지해 이를 에어백 모듈에 전달한다는 건, 모든 경우의 수를 적절하게 인식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엉뚱하게 살짝 충격에도 터질 수 있고, 물웅덩이를 지나는 충격에도 에어백이 민감한 센서에 의해 터지면서 오히려 운전자를 더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지금 주장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작 터져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터져서는 안되는 상황과 터져야 할 상황의 간극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일 것입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에어백 미전개 논란은 급발진 논란 만큼이나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우리가 유의를 해서 봐야 할 부분은, 유독 한국에서 그것도 특정 메이커에서 에어백 미전개 사건이 자꾸 발생하고 그게 문제가 된다는 점인데요. 이건 분명하게 시시비비를 따져 봐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에어백 미전개 사고들의 모든 데이타를 분석해서 놓친 부분들은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연구해야 할 겁니다.



4. 에어백 보단 안전벨트가 우선


에어백은 충돌 시 운전자의 가슴이나 머리 쪽 부상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안전벨트의 효과 위에 에어백의 효과가 추가되는 것이지 안전벨트 없이 에어백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운전자의 안전 운전 마인드이고, 그 다음은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일입니다. 에어백을 비롯한 나머지 안전장치들은 기계에 의존해야 하지만 안전벨트 만큼은 내 의지로 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안전벨트를 소홀히 생각하고 한국에선 안전벨트 착용 경고음이 듣기 싫다고 이상한 클립을 끼우는 경우도 있는데요. 자신의 목숨과 몇 천 원짜리 클립과 바꾸는 잘못을 범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5. 어린이들에겐 위험할 수 있는 에어백


운전자 옆 보조석에 어린 아이들을 앉히는 경우고 있는데요. 애들은 뒷좌석에, 그리고 어린이 시트가 필요한 연령대 아이들에겐 시트에 앉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 보조석에 앉혔다면 차량들 마다 보조석 에어백 잠그는 장치가 있으니 이를 꼭 OFF에 놓고 운전을 하시기 바랍니다. 



6. 에어백 보증기간 한국도 늘려라!


그리고 독일에선 앞서 보여드린 것처럼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에어백 모듈에 대한 보증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까요? 정확한 내용을 모르겠지만 킬로미터와 기간 모두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2년, 혹은 거리로 4만에서 6만 km 내) 유럽에서 법으로 이를 강제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법으로 이런 부분을 보장해줘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 자율적인 제조사들의 선택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에어백 보증기간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유럽인 목숨 더 소중하고 한국인 운전자 목숨 덜 소중한 건 아니잖겠어요? 제도가 미흡한 것이라면 빨리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랍니다.



결 론


에어백 오류가 독일에서도 많이 발견된 모양입니다. 디벨트는 현재 독일에서 돌아다니는 자동차들 중 약 10만 대 이상이 에어백 문제를 안고 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 그나마 여긴 에어백에 대한 보증기간이라도 보장이 되어 있으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중요한 건 사고 시에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생명을 잃기라도 한다면 이런 보증기간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하는 겁니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에어백 제조사나 자동차 회사들이 연구하고 해결 의지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에어백 수십 개 차 안에 달려도 정작 사고가 났을 때 작동을 안 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게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돈 내고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했는데 돈 값도 못하고 내 안전 책임지지도 못하면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설령 모든 경우 완벽하게 대응하는 에어백이 없다고 해도 최대한 많은 경우를 감당할 수 있는 에어백이 되어 줘야 합니다. 이건 자동차라는 물건을 파는 것 이전에 신뢰와 안전을 파는 행위이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기술적으로 개선해 내야 하는 부분이죠.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실험실에서 나온 데이터가 아닌 도로 위에서 발생한 자료를 가지고 에어백 오작동, 혹은 미전개 부분을 점검하고, 그래서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았음 합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으면 그걸 다시 세우기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거라 봅니다. 안전은 이런 신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거 잊지 말아야겠죠.  그리고 끝으로 운전자들 역시 안전벨트 착용하는 태도를 꼭 갖추시기 바랍니다. 에어백 보다는 안전벨트를 믿는 게 내 안전, 가족의 안전을 위한 태도라는 거 잊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