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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이 아프리카 자동차에 박수를 보냅니다

케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죠? 우선 달리기를 잘하는 나라. 아프리카에서는 무역과 금융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아프리카에서 경제 성장을 빠르게 이뤄내고 있는 나라. 또 다양한 국립공원들을 통해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나라. 마사이족이 유명하며, 커피와 차(Tea)가 유명한 나라 등등.



케냐의 차(Tea)밭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케냐 수도 나이로비 도심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야생과 함께 하는 나이로비의 또 다른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중심가 모습만 놓고 보면 어느 선진국의 대도시 못지 않게 멋지죠. 계속 경제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중국 같은 곳에선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등 외국 여러 국가의 관심도 높고, 대한항공 같은 우리나라 항공사도 직항로를 만들어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극 빈민촌이라고 할 수 있는  키베라 같은 곳이 존재하고 있고, 여전히 개발이 안된 상태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국민들이 많은, 아직까지는 가난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인당 GDP도 약 1100달러 정도밖에 안됩니다.



케냐 나이로비 외곽에 있는 거대 빈민촌 키베라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키베라의 열악한 환경. 사진=위키피디아


이런 케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해 이동을 하거나 아니면 변두리나 시골로 가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학교나 병원 등을 걸어서 몇 시간에 걸쳐 다니고 있습니다. 나이로비 같은 시내에서도 걸어서 몇 시간씩 이동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케냐 시골 병원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시내의 경우 그나마 자동차들이 달리기가 좋아요. 하지만 그것도 도로 곳곳에 포트홀 (움푹 패인 구멍)이 너무 많아서, "기린이 빠져도 귀만 나올 정도"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도로 관리가 잘 안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곳은 그래도 상황이 나은 겁니다. 도심 외곽으로 나가거나 지방으로 가면 흙길 등 비포장 도로가 천지에 깔려 있어서 어지간히 내구성이 좋지 않은 차들은 버텨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국민들은 가난하고 도로 상황은 안 좋습니다. 거기다 수입되는 차들은 혼다, 토요타, GM, 그리고 현대와 같은, 그들 입장에선 비싼 차들 뿐이라 이런 차를 몰고 다니는 케냐인들은 그래도 살 만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중동이나 인도 등에서 오래된 중고차나 버스나 트럭 등을 들여와 타고 다니는 게 흔한 일이고, 일단 걷지 않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사람들은 안전은 우선 순위가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대 젊은 CEO가 만드는 희망의 자동차


조엘 잭슨이라는 백인 청년이 있습니다. 미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등에 경영 컨설팅을 하는 등 아주 잘 나가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케냐에서 살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눈을 뜨게 됩니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었어요. 자기 차가 없는 경우 버스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걸어야 했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걸어가는 것 역시 몇 시간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죠.


하지만 자신만 그러는 게 아니라 많은 케냐인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만 25세의 나이에 그는 과감하게 스타트업 컴퍼니를 만드는데요. 그 회사가 바로 뫼비우스 모터스라는 자동차 회사입니다. 3년에 걸쳐 프로토타입 모델로 테스트를 하던 끝에 드디어 양산 모델 '뫼비우스2'를 선보여 판매를 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뫼비우스2 주행 모습. 사진=mobius motors.com



뫼비우스2. 사진=mobius motors.com


위에 보이는 자동차가 케냐 자동차 회사 '뫼비우스 모터스'가 만든 '뫼비우스2'의 모습인데 "만들다 만 거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 정도죠? 근데 이게 다 만든 차 맞아요. 일단 창문이 없습니다. 운전대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파워 스티어링이 아닙니다. 튼튼한 팔뚝으로 잡아 돌려야 하는 수준이죠. 


실내에는 운전대, 계기판, 라디오 뿐이고, 안전벨트는 있지만 에어백은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없을 겁니다. 안전벨트도 2점식이거든요. 5단 수동 기어에 엔진은 토요타의 1.6리터 86마력 가솔린 엔진이 들어가고 최고 속도는 120km/h 수준입니다. 연비를 리터당 10킬로미터 조금 넘는 수준이네요. 



뫼비우스2 조립라인 모습. ^^;; 사진=mobius motors.com


강철로 만들어진 바디 구조. 사진=mobius motors.com


뫼비우스2 조립모습. 사진=mobius motors.com


이처럼 최소한의 장치만 들어가 있는, 최신 자동차에 익숙한 우리 눈엔 그저 만들다 만, 뭔가 어색하고 부족해 보이는 그런 자동차이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희망과 같은 자동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높은 수입관세 등의 이유로 비싼 수입 차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원가를 낮춰 판매가를 최소화하는 게 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계획이었는데요. 그래서 판매 가격이 얼마냐? 우리 돈으로 약 1100만 원 정도합니다.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에겐 이마저도 비싸다면 비싼 것일 테지만) 뫼비우스2의 부품은 65%가 외국에서 들어오고 나머지 35%가 자제 조달을 한다고 합니다. 튼튼하고 고장 없이 달리는 저렴한 차를 만드는 것이 뫼비우스2에 담긴 가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입 부품이 많은 탓에 가격을 더 낮추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 아닐까 합니다.



뫼비우스2 주행 테스트 모습. 사진=mobius motors.com


주행 테스트 중인 뫼비우스2. 사진=mobius motors.com


나름 주행 테스트나 차체 강성 테스트 등, 다양한 안전과 주행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해서 출시되었다고 하는군요. 무엇보다 이 회사가 참 좋아 보이는 건, 세일즈, 전략, 마케팅, 디자인, 사회사업, 엔지니어링 등, 각계 세계 정상급 전문가들이 어드바이저 (고문단)로 이 회사의 성공을 위해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뫼비우스 모터스 CEO 조엘 잭슨의 모습. 사진= 뫼비우스 모터스 홈페이지 홍보 동영상 캡쳐


회의 중인 뫼비우스 모터스 임직원들 모습. 사진=뫼비우스 모터스 홈페이지 캡쳐

뫼비우스2 구매자의 모습. 사진=mobius motors.com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자동차에게 박수를~


뫼비우스 모터스의 지향점은 확실합니다. '고장 없이 비포장 도로를 잘 달리는 저렴하고 튼튼한 아프리카인들의 자동차'를 많이 만드는 것이죠. 2년 후까지 8천 대 정도를 판매하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하는데요. 특히 병원에서, 또 택시로, 시골 주민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이용하는 그런, 서민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로 쓰이길 바란다고 회사는 밝히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도로 여건이 좋지 않은 아프리카를 엮는 네크워크의 주요 도구로 사용이 되길 바란다는 당찬 비전이 적혀 있더군요.) 


화려한 스타일, 첨단의 기능을 장착한 것은 아니지만 뫼비우스2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태어난 착한 자동차입니다. 몇 시간을 걸어서 병원을 가야 하고, 험한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발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는 돈독 오른 요즘 자동차 회사들의 모습만 보다가 만난 이런 자동차 소식은 신선함을 넘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데요.


아무쪼록, 따뜻한 마음에서 태어난 뫼비우스2가 잘 되어 더 좋은 역할 많이 해낼 수 있기를 바라며 뫼비우스 모터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뫼비우스2. 사진=mobius moto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