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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개미에게서 배우는 놀라운 교통 시스템

 

자동차는 첨단 기술의 옷을 입고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많은 것들이 도로 위에서 실현되고 있죠. 하지만 이런 기술의 발달은 때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존재들을 통해 그 답을 얻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면 오늘 소개할 개미같은 존재가 그렇습니다.

 

이동 중인 개미들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개미는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

 

무리의 개미들이 줄을 지어 어딘가로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개미들은 교통정체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개미떼가 목적지를 향해 갈 때도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서로 뒤엉켜 길이 마비되는 일도 없죠. 이런 놀라운 개미들을 연구해 우리의 교통 시스템 개선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폴크스바겐에서 연구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연구는 VW만이 하는 것은 아닌데요. 우리나라만해도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철새들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컴퓨터공학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철새만큼이나 신기한 게 개미들의 움직임이 아닌가 싶은데요. 많은 무리의 개미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굉장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개미의 어떤 점을 어떻게 연구하고 있을까요?

 

 

개미들 무사고(?) 비밀

 

우선 개미들이 빠르게 흐름을 유지하며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촘촘한 간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의 개미와 뒷개미의 간격이 좁고, 이는 빠른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개미의 숫자가 늘어도 변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개미들은 절대 간격을 두고 달려갈 때 앞 개미를 추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독일 퀄른 대학에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 박사가 오랫동안 개미떼의 흐름을 연구해 왔지만 한 번도 추월하는 개미들을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또 간격과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개미는, 우리 도로로치면 갓길 같은 곳으로 빠져서 흐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이런 놀라운 기능이 개미떼의 원활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요소가 되는데요. 문제는 이걸 우리의 도로 교통에 그대로 적용할 수가 있냐는 겁니다.

 

 

카-투-카 시스템

 

차는 앞 차와의 간격이 너무 가까우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또 차량이 많아질수록 교통 흐름은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운전자들 스스로가 촘촘한 간격을 두고서도 개미처럼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 자체가 일정한 간격과 흐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간격을 같은 속도로 유지하게 할 수 있을까요?

 

개미들 뿐 아니라 동물들은 페로몬이라는 체외분비성 물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페로몬은 같은 종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하는 화학적 물질입니다. 그래서 자동차도 개미의 페로몬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려 하고 있죠. 그걸 우리는 카 투 카 (Car-to-Car) 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카-투-카 시스템의 이해도. 이미지 출처=dlr.de

 

카-투-카 시스템은 간단하게 말해서 자동차와 자동차가 서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달려가던 차가 코너를 돌아 보니 공사 현장이 있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 뒤따라 오는 차에게 이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해주게 되죠. 또 응급차가 보내는 신호가 있다면 다른 차들이 이 정보를 받고 빨리 길을 터줄 수 있도록 준비가 이뤄지게 됩니다.

 

 

카-투-엑스 시스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 받으며 흐름을 최적화시키려는 이런 노력이 개미에게 얻어낸 아이디어였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데요. 이런 개미들의 움직임을 보며 또 한 가지 연구가 추가돼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미들이 눈에 보이지않는 도로망을 갖춘 채 그 틀 안에서 움직이는데요. 우리로 치면 자동차와 도로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걸  카- 투- 엑스 (Car-to-X)라고 부릅니다.

 

도로 인프라, 그러니까 신호등이나 그 외의 도로가 전달해 줄 수 있는 정보를 자동차가 받아들여 이 내용을 다른 차들과 다시 공유를 하게 되는 것이 기본 원리인데요. 그러니까 Car-to-Car와 Car-to-X는 필연적으로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독일 같은 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이런 카-투-엑스 시스템 개발에 전략을 다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교차로의 파란 신호등이 15초 후에 붉은색등으로 바뀐다고 차에 알리면 신호등까지의 거리, 그리고 앞 차들의 흐름들을 계산해서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교차로 통과가 가능한지 아닌지 여부를 알려주게 되는 겁니다. (키트가 따로 없네요.)

 

이런 일종의 교통 커뮤니케이션은 오래 전부터 연구가 되고 있는데요. 최근엔 카-투-카 시스템을 실제 도로 위에서 테스트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어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도로가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머릿속이 아닌, 실제 도로 위에서 볼 수 있는 날이 가까와지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5~6마리의 팀을 이룬 개미들이 다른 팀의 개미들과 간격을 두고, 이렇게 팀별로 이동을 하면서 정확하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자동차에도 적용을 하려고 하는데요. 이 최대의 난제만 해결이 된다면 생각 보다 빨리 우리의 도로가 지능형 도로로 바뀌지 않겠나 싶습니다. 많은 변수와 저항을 극복하고 안전하고 빠른 도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지만,

 

개인적으론 이미 수천 년, 아니 만 년 이상 전부터 이런 시스템을 몸으로 익혀 선진(?) 교통시스템을 인간에게 선보인 개미들에게 더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세상은 정말 놀라움과 신기로움으로 가득한 곳이에요. 그렇죠? 

 

개미. 사진=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