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엘론 머스크, 이 전기차 CEO에게 박수를!



지난 6월, 미국의 전기차 전문 기업인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전기차 관련 특허 모두(약 300여 개)를 조건 없이 내놓은 겁니다. 아무나 가져다 써도 좋다고 했죠. 물론 나쁜 용도이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놀라운 결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장사가 안되어서 그러나? 아니면 수소연료전지차와의 경쟁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엘런 머스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일관된 어떤 가치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조치를 보며 "엘론 머스크 답다" 라고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그 다운 결정이라 평가했을까요? 지금부터 그의 꿈과 열정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보도록 하죠.



2013년 엘론 머스크. 사진=위키피디아


1971년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엘런 머스크는 지독한 독서광이었습니다. 거기다 엔지니어 아버지는 궁금증 많은 아이의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었죠. 부모의 이혼으로 머스크는 엄마와 살게 됐고, 캐나다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게 됩니다. 


경영학과 함께 그가 빠져든 학문은 물리학이었죠. 엘론 머스크에 관련한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사업에서조차 이 물리적인 사고로 철저하게 무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 똑똑한 괴짜는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어 놀라운 결과물들을 내놓게 되는데요. 그 중 지금의 엘런 머스크를 있게 한 결정타는 바로 페이팔이었습니다.


페이팔은 인터넷 전자상거래 서비스죠. 이베이나 아마존 등에서 결제할 때 정말 편리하게 사용을 하고 있는데요. 이 페이팔이 이베이로 넘어갈 때 자신의 지분을 처분하면서 그는 우리 돈으로 2천억 원 정도를 손에 쥐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던 우주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스페이스X  설립

그리고 테슬라 이사회 의장으로


그는 우주여행 사업을 구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저렴하게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인간이 유한한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서 거주할 수 있는 일종의 인류 생존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여기서 엘런 머스크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설정됩니다. "화성으로 가자! 화성에 또 다른 삶의 기지를 만들자!" 


2010년 팔콘9 로켓 발사현장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사진=위키피디아

 

엘런 머스크는 사실 자동차 회사의 CEO이기 이전에 민간 우주선 회사의 대표로 먼저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국가 (NASA) 주도의 우주선 사업에 최초로 민간 사업자가, 그것도 매우 빠른 기간 안에 로켓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한 첫 번째 주인공이 된 것이죠. 모두들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 일을 해낸 그의 앞에 완전한 실패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주로의 원대한, 혹은 황당하다 놀림받는 꿈을 꾸고 있는 그에겐 우주 진출 외에 한 가지 바람이 더 있습니다. 가솔린 엔진의 시대를 마무리 짓고 전기차 시대를 열고 싶었던 것이죠. 에너지 문제를 늘 고민하던 머스크는 친환경적이고, 유한한 에너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동시에 도전을 하게 됩니다. 그 첫 출발이 바로 전기차 전문 회사 테슬라를 이끄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반론을 제기하게 되는데요.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 자체가 결국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으로 이뤄지는 데 온전한 의미의 에너지 혁명, 친환경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전기자동차의 경우 가솔린이나 디젤 자동차처럼 달리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친환경적인 게 맞죠. 하지만 생산 방식은 위에 얘기한 것처럼 이산화탄소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반쪽짜리 친환경입니다. 


당연히 그런 점을 알고 있는 엘론 머스크는 전기차 사업과 함께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하는데 그게 바로 태양열 에너지 기업 솔라시티였습니다. 정리를 해보면요. 엘런 머스크는 우주항공사업 회사 '스페이스 X'와 전기자동차 전문회사 '테슬라', 그리고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세 회사는 엘론 머스크가 꿈꾸는 우주로의 진출과 친환경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뤄 줄 도구들이 되는 것입니다.



미친 듯 일하는 엘론 머스크

"난, 화성에서 죽고 싶다"


테슬라 모델S. 사진=netcarshow.com


테슬라의 SUV 모델 X 프로토타입. 사진=netcarshow.com


사업을 여러 개 하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고 대충하는 거 아니냐고 오해를 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세 기업 모두 최고의 인재들을 아주 박박 굴리면서 통해 최고의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기차만 하더라도 테슬라 모델S는 기대 이상의 판매를 이루면서 회사를 흑자로 돌려 놓았죠. 상장된 테슬라의 주식가치는 우리 돈으로 34조원이 넘습니다. 포드가 50조가 넘으니 어느 수준인지 이해가 되시겠죠?


테슬라 모델S는 컨슈머리포트 역사 이래 99점이라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동차이기도 합니다. 이 차를 타 본 전문가 누구도 전기차라고 우습게 평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놀라운 주행성능에 감탄사들을 연신 내뱉었습니다. 아우디 시절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그랬던 것처럼 공기저항과 차량 경량화 등에 엘론 머스크는 무지무지 노력을 기울였죠. 악연으로 유명한 BBC 탑기어였지만 테슬라 로드스터를 운전하며 놀란 표정을 하던 제레미 클락슨의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자동차의 '자' 자도 모르던 엘론 머스크는 오히려 새로운 관점에서 자동차를 바라볼 수 있었고, 이것이 테슬라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현재 그는 모델S 출시와 함께 미국 전역에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차량을 평생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수퍼차저 스테이션 (급속 충전소) 건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우려와 고비를 뚫고 테슬라는 지금 질주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전기SUV인 모델X도 양산할 예정에 있고 그 뒤를 이어 테슬라 모델S 보다 작고 저렴한 자동차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다들 안될 거라고 했지만 정부 지원금을 모두 갚아내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테슬라는, 하지만 전기차가 좀 더 빨리 보편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특허까지도 완전 공개해 공유하기로 결정해버린 겁니다. 


단순히 기업의 이익이나 생존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인 거 같지만, 엘론 머스크의 두 가지 꿈, '우주로의 진출과 에너지 자원의 확보와 친환경적 지구'을 이해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입니다. 엘론 머스크의 마지막 꿈은 '화성에서 죽는 것'이라죠. 자신이 만든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도착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밝힌 이 남자를 정말 누가 말릴 수 있을까요.


다섯 자녀를 뒀지만 사업에 빠진 남편을 못 견딘 아내와 헤어진 후 그는 더욱 미친 듯 일에 전념한 채 살고 있습니다. 돈에 미친 게 아니라 자신의 꿈에 미쳐 지금도 하루 14시간 씩 일에 파묻혀 살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일관되게 그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꿈과 철학을 현실 속에서 하나씩 이뤄가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명확한 가치관과 방향성이 테슬라를 성공시킨 것입니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인 엘론 머스크. 영화 속 주인공 보다 어쩌면 더 영화처럼 살고 있는 그의 원대한 꿈이 이뤄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입니다. 


이 남자, 장사꾼이라고 평하기엔  아까운, 그 이상의 멋진 꽃중년 아닌가요? 



엘론 머스크와 테슬라 모델S. 사진=motor-talk.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