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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명차의 자존심이 뭔지 보여준 롤스로이스


명차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딱 정의를 내리긴 어렵겠죠. 여러 요소들이 섞여 흔히 말하는 명품, 명차를 만드는 것일 테니까요. 저는 그 중에서도 '자존심'이란 단어를 명차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에 넣고 싶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부심 정도가 될 수 있겠지만, 좀 더 직접적인 표현이 와 닿을 거 같아 그냥 '자존심'이라고 쓰겠습니다.


자존심은 잘못 커지면 아집이나 건방짐, 이기심 등으로 비춰지게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자존심이 절제력을 발휘하면 타자에 의한 존중으로 연결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뭔 얘기인데 이렇게 뜸을 드리냐고요? 롤스-로이스에 대한 거예요, 롤.스.로.이.스~



롤스 로이스 팬텀 pinnacle travel. 사진출처=favcars.com


여기 최신식 팬텀 한 대가 있습니다. 이 수 억 원짜리 자동차는 역사와 전통을 통해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확고하게 자리했습니다. 이제 그렇게 자리 잡았으니 그냥 많이 팔기만 하면 되는 거겠죠? 아닙니다. 결코 그렇지 않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역사 속에 있고,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거니까요. 


롤스 로이스는 그렇게 자신들이 세워 놓은 이름값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노력 중 하나로 'White-Gloves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최근 독일 언론들을 통해 이 재미난 프로그램이 소개가 되기도 했는데요. 흰장갑 프로그램? 얼핏 감이 잘 안 잡히시죠?



사진=롤스로이스 출처=spiegel.de


저 앞에 정돈된 자세로 서 있는 남자는 영국인 앤디 맥칸 씨입니다. 저 분은 왕족도 정치인도 갑부도 아니죠. 그렇다고 저 차를 운전하는 기사분도 아니에요. 롤스 로이스의 직원으로, 운전법을 가르치는 운전 강사가 그의 정확한 직업입니다. 아무리 롤스 로이스라고 해도 운전이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데 운전법을 가르친다? 그런데요. 저 사람이 가르치는 건 운전 에티켓에 관련된 것입니다.


앤디 맥칸 씨는 롤스 로이스의 신차가 고객에게 인도되면 그 차와 함께 가게 됩니다. 전 세계 어디든 가야 하죠. 그리고 그는 자동차를 주문한 오너의 운전사나, 럭셔리 카를 렌트하는 렌터카 회사의 직원들, 혹은 최고급 호텔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롤스 로이스 대응과 운전법, 그리고 뒷좌석 승객을 모시는 방법 등을 가르치게 됩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운전기사의 조건은 시간에 정확해야 하며, 눈에 띄지 않고, 마치 유령처럼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롤스 로이스 운전기사의 모습일까요? 몇 가지 대표적인 것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롤스 로이스 운전법>


1. 승객(혹은 오너)을 태우기 위해 너무 일찍 도착해선 안된다. 자칫 차 시간에 맞추느라 승객이 조급하고 미팅을 끝내거나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절한 시간은 약속 시간 보다 3분 먼저 도착해 있는 것이다.


2. 승객이 차에 올랐을 때는 이미 적정한 난방, 혹은 냉방이 되어 있어야 한다. "더우시죠? 에어콘 켜 드릴게요." 이러면 실격!


사진=롤스로이스 출처=spiegel.de



3. 오너(혹은 승객)가 어떤 음료를 좋아하는지 파악한 후, 그것을 적절한 온도에 맞춰 준비하도록 한다.


4. 운전하기 전 항상 작은 실크 손수건을 준비한다. 가방을 트렁크에 실을 때 바퀴에 묻은 이물질을 그것으로 닦아낸다.


5. 정중한 인사는 기본에 오너의 음악적 취향을 파악해 언제든지 그가 원하는 곡을 틀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6. 도착 장소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라. 예를 들면 날씨, 교통 상황, 그리고 시간 등.


7. 운전석에 달린 룸미러의 방향을 위로 살짝 틀어놓는 것도 필요하다. 뒷좌석의 승객과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함으로, 철저하게 개인 공간에서 편하게 승차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사진=롤스로이스 출처=spiegel.de



8.  내 차에 헐리웃 스타가 탔거나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내릴 경우 파파라치에 의해 사진에 찍히거나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우산 등을 이용해 가려주도록 한다.


사진=롤스로이스 출처=spiegel.de

 


9. 운전 시 구두의 바닥은 얇은 가죽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이유는, 페달을 밟을 때 잡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진=롤스로이스 출처=spiegel.de



10. 도착은 3분 전에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운전할 때 매는 넥타이는 허리띠의 중간 정도까지 내려오도록 한다. 


앤디 맥칸 씨. 사진=롤스로이스/출처=spiegel.de




앨디 맥칸 씨는 이런 기본적인 교육을 자신이 기사가 되었다가 승객이 되었다를 반복하며 실전 연습을 통해 익히게 해준다고 합니다. 특히 그는 차의 앞쪽으로 돌아가지 않고 평소에도 차의 뒤쪽으로 돌아다니는 습관을 키웠다고 하는데요. 이런 에티켓을 몸에 익힘으로 뒷좌석 승객 (혹은 오너)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차에 대한 애정과 존중의 자세까지 갖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진=롤스로이스 출처=spiegel.de


그의 직업, 그의 교육 내용만 보더라도, 확실히 롤스 로이스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어떻게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끝으로 앤디 맥칸 씨가 들려준 이야기를 한 구절을 소개해드릴 텐데요. 굳이 롤스 로이스가 아니더라도, 모든 운전자들이 새겨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 롤스 로이스의 창업자 중 한 분인 헨리 프레드릭 로이스 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자동차는 좋은 운전으로부터 나온다고..."


*비록 독일의 BMW가 소유하고 있지만, 롤스 로이스에는 여전히 영국의 자존심이 살아 있네요. 아, 그리고 우리들의 자동차 문화공간 더모터스타 카페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http://cafe.daum.net/themotorstar <==여기를 클릭해 바로 오셔도 되고, 블로그 우측 상단 배너를 클릭하셔도 됩니다. 이제 막 시작된 자동차 문화 담론, 함께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가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 (환희의 영혼, 환희의 여신)로 불리는 롤스 로이스 엠블럼. 사진=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