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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신호등 발명 100년, 얼마나 알고 계세요?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난 후 사람들의 생활은 크게 바뀌죠. 개인 이동의 자유와 속도에 대한 즐거움이 폭발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상황도 함께 커져갔는데요. 가장 문제는 역시 자동차에 의한 사고였습니다. 차와 사람 사이에, 차와 차 사이에서 끊임없는 사고가 일어나게 됐죠.


당시, 엄청나게 자동차는 많아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특히 안전시스템은 쫓아가기 버거운 그런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여러 자동차 관련한 발명품들이 하나씩 하나씩 등장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많은 발명품들 중에는 신호기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신호기는 내일 모레가 되면 길거리에 설치된 지 정확히 100년이 된다고 하는군요.


위 사진은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누구나 공유가 가능합니다.




노예의 아들이 만든, 신호등

노예 부모를 둔 가렛 모건(1877~1963년)은 11명의 형제들과 가난 속에서 성장하게 되죠. 초등학교만 겨우 마친 그는 일찍부터 노동현장에 뛰어듭니다. 그러다 재봉틀 수리일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게 되는데요. 자본을 모아 재봉틀과 구두를 수선하는 가게를 오픈합니다. 재능이 좋았는지 나중에 의류제작까지 하게 되죠.


그러던 그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는 발명품, 교통 신호기를 발명하게 되는데요. 발명에 남다른 재주가 있던 그는 자신이 개발한 신호기를 사고가 많은 클리브랜드의 한 교차로에 설치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때가 1914년 8월 5일이었습죠. 그리고 그로부터 4년 후인 1918년 뉴욕 5번가에 3색 신호등이 설치되면서 비로소 현대식 신호등의 형태가 갖춰지게 됐습니다.



가렛 모건. 사진=위키피디아



가렛 모건이 1922년 특허를 받기 위해 제출한 신호등 그림. 이듬 해 미국에서 신호등 특허를 받게 된다. 사진=위키피디아


신호등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한 가렛 모건은 사실 다른 발명품들로도 매우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방독면의 시초가 되는 가스마스크, 그리고 곱슬 머리를 펴는 헤어스타일러 등도 그의 발명품들이었죠. 우리의 도로에서 없어서는 안될 신호등이 노예의 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게 참 놀라웠는데요.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그는 나중에 신호기 발명의 공을 인정받아서 미국 정부로부터 상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46년 전 영국에서의 실패


하지만 만약 영국에서 46년 전(1868년, 가솔린 엔진이 달린 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하기 18년 전)에 도전한 신호등 시스템이 성공했다면 가렛 모건의 이름도 이렇게 역사에 남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영국은 가스등 원리를 이용해 신호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죠. 붉은색과 녹색을 표시하는 형태로, 괜찮은 아이디어였지만 이 신호기의 문제는 사람이 수동으로 작동을 밤낮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공무원들이 신호등 밑에서 작동을 열심히 해야 했죠. 그렇게 최초의 신호등이 설치되고 약 3주 후 밤, 가스신호등이 폭발을 일으켰고 경찰은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이 사고로 인해 신호등은 멈추게 되었고, 46년이 지나 미국에서 현대식 신호등이 세워지게 됐습니다. 참고로, 요즘처럼 전자동식 신호등이 나온 것은 1928년 영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의 신호등은 관광상품?


신호등 발명 100년을 맞아 독일 언론들도 관련한 기사들을 몇 개 소개를 하고 있는데요. 독일에 신호등이 설치된 것은 북부 산업도시 함부르크에 1922년에 처음 설치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제대로 신호등에 대해 알려진 것은 2년 후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후부터였다고 합니다. 



베를린 포츠다머플라츠에 설치된 신호등을 구경하러 몰려든 사람들. 사진=potsdamer-platz.org


현재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는 탑형식의 신호등. 사진=motor-talk.de/dpa


3미터 높이의 탑 형식의 신호등은 지금까지 남아 베를린의 명물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 신호등하면 떠오르는 게 또 있지 않으세요? 암펠만(Ampelmann)이 그 주인공이죠.



암펠만 이미지. 자료=위키피디아


암펠만 신호등. 위 사진은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누구나 공유가 가능합니다.


모자를 쓴 남자(Mann)의 모습으로 유명한 신호등(Ampel)인데 사실 이 모자쓴 남자 신호등은 1961년 구동독에서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지금은 캐릭터 상품으로 머그잔이나 수건 등에 새겨져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죠. 성차별 논란까지 있자 암펠프라우(프라우는 여성을 뜻함)와 여러재미난 파생 신호등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암펠소녀



자전거탄 (자전거 전용) 암펠만



우산 쓴 암펠만

사진=위키피디아


여기에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말 전용 신호기와  아주 다양한 신호등이 독일에는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언제 신호등이 설치가 됐을까요? 기록에는 1940년에 교통신호기가 설치가 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당시 신호기는 교통 경찰관이 손으로 조작을 했고, 전등이 들어 있지 않아 밤에는 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해방이 되고 난 후에 미국에 의해 현대식 신호기가 들어왔습니다.




신호등은 사랑을 만들고?


독일에 재미난 신호등 관련한 통계 자료가 하나 있는데요.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의 71%가 옆차선 운전자에게 흔한 말로 '작업'을 걸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신호 대기 중 옆차 운전자와 가벼운 눈인사 (우리같으면 "뭘 봐!" 하며 싸움 나려나?)나 대화 등을 하면서 긴장을 푸는 게 실제로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국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사람들은 자기 인생 2주 정도의 시간을 신호대기에 쓴다고 하고요. 또 빨간 불에 무조건 멈춰야 하지만 구급차나 경찰차, 소방차 등은 응급 시 예외가 인정될 수 있고, 심지어는 신호기 조작을 통해 응급차량의 주행노선의 신호를 모두 녹색으로 바꿀수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국빈급 방문자가 이동을 할 때도 적용이 되기도 하죠. 


위 사진은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누구나 공유가 가능합니다.



미래에는 신호등이 사라진다?


100년 동안 길거리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신호등이지만 앞으로 50년 후, 아니 그 이후가 되었을 때도 과연 존재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들이 지능화 되고 있어서 스스로 도로의 상황을 파악하고, 자동차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신호등 없이도 도로를 최적의 주행 상황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너무 먼 얘기라 실감이 좀 안 나긴 하네요. 하지만 좀 더 손에 잡힐 듯한 현실적 이야기도 있습니다. UR:BAN이란 프로젝트로, 신호기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고, 이 정보를 자동차에게 제공을 하는 시스템이 현재 독일에서 정부 주도하에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게 실현되면 앞 사거리 신호가 몇 초후에 파란색으로 바뀔지 바로 계기판에 정보가 뜨게 되고, 정지 중에도 신호등인 몇 초 후에 바뀔지 알려주게 됩니다. 물론 급출발이나 미리 출발을 하지 않도록 하는 보완시스템도 같이 개발이 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신호등에 대한 일종의 뒷얘기 같은 소식이었는데, 재미 있으셨나요? 어떤 이들에겐 달리고픈 욕구에 찬물을 끼얹는 미운 신호등이기도 하겠지만, 이 녀석이 없었다면 우리의 도로가 어땠을지를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릅니다. 길거리에 널려 있는 무심한 사물이긴 하지만, 오늘만큼이라도 한 번 반갑게 바라봐 주면 어떨까요? 좋은 월요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