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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초보 운전자, 중고차 어떻게 골라야 할까?

봄이 오면 자동차 시장도 겨울잠에서 깨어납니다. 신차들도 많이 쏟아지지만 사실 시장 자체는 중고차가 몇 배 더 큰 게 현실이죠. 신차는 법인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이 자동차를 사는 비율만 놓고 보면 그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처럼 규모가 큰 중고차 시장에서 좋은 차 고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처음 차량을 구입하는 분이나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분들에겐 더 어려운 일일 아닐까 해요.

 

그렇기 때문에 <중고차 구입 요령>이란 이름의 정보들이 여전히, 꾸준히 제공되고 있죠. 그리고 그 내용들 또한  읽어 보면 대개 도움이 되는 편입니다.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것이니 요긴하게 활용 가능하겠죠. 그래서 정보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굳이 타국에 사는 저까지 나서 "중고차 구입 요령은 이렇습니다~" 라고 할 필요가 있나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중고차 사는 요령을 저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말씀 드릴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런 마음에 준비를 해봤습니다. 독일에서 알려진 중고차 구입요령과 한국에서 잘 알려진 중고차 구입요령을 오늘 한 번 섞어 봤는데요. 첫 중고차 구입하는 분들, 그리고 차 잘 모르는 여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고차 야무지게 구입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쉽게 말씀 드릴 테니까 잘 쫓아오시기 바랍니다.

 

*개인 간 거래는 초보 구매자들에겐 부담되기 때문에 오늘 내용은 매매업체를 기준으로 해서 작성했습니다.

 

 

 

 

◆중고차 이렇게 사면 망한다

 

 

1. 나를 고려하지 않고 남들의 좋다는 이야기만 듣고 산다

 가끔 "A자동차와 B 자동차 중에 어떤 게 더 좋을까요?" 라고 여쭤 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굉장히 대답을 드리기 힘든 질문이에요. 어쨌든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 먼저 내 라이프 스타일이 어떤지부터 체크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출퇴근 용도로 차를 주로 쓰시나요? 혼자 주로 운전을 하세요 아니면 가족과 함께 할 차를 생각하고 계세요? 연비를 중요히 여기시나요 아니면 스타일에 매료되시는 편인가요?"

 

당연합니다. 내가 구입을 하려는 차는 내가 어떻게 차를 이용할 것인지를 알아야 좀 더 고민이 줄어듭니다.  그렇지 않고 "주변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보니까 C라는 차가 죽인다고들 하는데 그냥 그거 사죠 뭐" 라고 하는 분은 사고나서 후회의 한숨을 내쉬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왜 차를 사려고 하는지 그 용도를 명확히 하는 게 가장 우선된다 하겠습니다.

 

 

2. 차에 대한 평가에 대해 별다른 조사 없이 구입한다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자동차 비교테스트 전문 잡지들이 있어서 내가 구매하고자 하는 차량의 성능이 어느 수준인지, 또는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차들은 또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차의 성능에 대한 비교를 한눈에 보기 쉽게 해놓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해당 모델이 얼마나 동급에 비해 경제성이 있는지를 연료별, 세금별로 계산해 이를 '주행거리 1km당 비용 얼마'라는 식으로 해서 공개합니다. 아주 일반화 되어 있는 방식이면서 비교적 객관적입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차량에 대한 구매정보가 데이타베이스화 되어 있기 보다는 입소문이나 시승기, 혹은 커뮤니티에서의 평가 등에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차량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 종합 카탈로그 같은 게 없거나, 아니면 그런 게보편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많은 자동차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장점과 단점을 찾아내는 게 현재로선 당장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이런 일이 귀찮긴 하겠지만 비싼 돈을 들여 구매해야 하는 자동차이니 수고는 감수를 해야겠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취합하시고, 그 안에서 그 차만의 특징을 찾아 내시기 바랍니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시간을 갖고 계속 구하셨으면 해요.

 

 

3. 시승 꼭 해야 하나? 서류만 봐도 충분~ 

중고차를 구입할 땐 필히 차량등록증(원부)과 성능점검기록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성능점검기록부라는 건 구입하려는 차가 어떤 차이고, 수리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디를 수리했는지, 그리고 지금 상태는 어느 수준인지 등을 알려주는 공인된 문서 같은 것입니다. 중고차매매를 하는 업체는 법적으로 이걸 고객에게 제출하게끔 되어 있죠.

 

그리고 요즘은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carhistory.com)라는 사이트에서 차량사고유무, 도난과 침수 등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요? 큰일날 소리. 성능점검기록부라는 게 현실과 다른 경우가 제법 된다고 알려져 있죠. 거기다 보험처리가 안된 사고의 경우는 카히스토리에서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서류만 가지고는 알기 힘든 숨어 있는 내용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시승을 반드시 해야 해요. 시승을 한다는 건 차의 외관을 자세히 볼 수도 있고, 실내도 다 체크해 볼 수 있고, 또 여기저기 더 뜯어보고 둘러 볼 수 있고, 운전하며 차의 여러 면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걸 하지 않고 차를 산다는 건 웨딩드레스 안 입어 보고 대여하는 것이고, 모델하우스만 보고 집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그러고 보니 한국은 이렇게 집을 사고 있네요?)

 

만약 혼자 차를 보러 가는 게 자신없다면 차를 잘 아는 친구나 선후배, 동료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괜히 어설피 아는 척 하는 분 말고 ^^; 정말 잘 이야기해줄 수 있는 그런 분과 동행하기를 권하겠습니다. 이렇게 함께 매장에 방문하는 게 좋은 이유가 또 있는데, 옆에서 가격 흥정을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4. 가격 흥정? 난 그런 거 못해요

가격을 흥정한다는 거, 폼 있게 표현해 네고한다고들 하죠. 그런데 이건 결코 민망한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차를 대신 구매해주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죠. 아예 광고를 합니다. "제가 고객님 대신 팍팍 깎아 사오겠슴다!" 이렇게요. 독일에서도 중고차 구입요령에서 중요하게 얘기되는 게 바로 가격 흥정부분이죠. 어디서나 네고는 합니다. 혹, 이걸 거부하는 업체가 있다면 두 말 없이 문을 박차고 나오십시오. 

 

 

5. 소개받은 좋은 딜러니 믿고 삽니다~

서로 기분 좋게 대화로 계약을 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닙니다. 거액의 돈이 오가는 일이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것들은 모두 계약서 상에 적어 근거를 마련해 놓으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이 차에 어떤 문제가 있으면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다" 라고 딜러분이 얘기를 했다면 그걸 계약서 상에 적어서 서로 사인을 하라는 거죠. 물론 계약서는 공인된 것이어야겠죠? 당장은 깐깐하고 야박한 거 같아도 이렇게 해야 오히려 감정 상하는 일이 없어집니다.

 

 

 

◆중고차 시승할 때 무얼 체크 해야 할까?

 

앞서 차량 구입 전에 꼭 시승을 해봐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차를 잘 모르는데 제가 차를 타 본다고 뭘 아나요? " 라고 걱정스레 물어 오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를 잘 아는 분이 동행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득이 혼자 차를 보려 가야 한다면 이런 방법을 사용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이것은 독일의 유명 자동차 거래 사이트가 제공하고 있는 '시승체크리스트'입니다. 너무 자세하고 전문적인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아무래도 이걸 그대로 초보자 분들에겐 적용하기 힘들고요. 누구나 손쉽게 시승에서 파악할 수 있는 부분들만 골라 소개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체크 1 : 시승 차량이 보험에 적용되어 있는지 확인할 것. (사고났을 때를 대비)

체크 2 : 시동이 한 번에 잘 안 걸리나?

체크 3 : 자동 변속기의 경우 너무 헐겁거나 너무 뻑뻑한 느낌이 드는가?

체크 4 : 핸드 브레이크를 잡아 당길 때 "다다다다닥"하는 소리가 최대 5번 이상 나는가? (다다닥 소리가 많이 나면 브레이크 상태 의심해 봐야 합니다.)

체크 5 : 시동을 걸었을 때 차가 너무 떨리나? 또 엔진소리가 비규칙적으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 않는가? 운전대의 진동은 심하지 않는가?

체크 6 : 주행 중 계기판에 있는 온도계 바늘이 정상 범위에 머물러 있는가?

체크 7 : 직진 주행 시 운전대를 쥔 손의 힘을 잠시 빼보라. 좌우로 차가 쏠리면 문제가 있다.

체크 8 : 바람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거나, 실내 어디선가 잡소리가 들리지는 않는가?

체크 9 : 가속페달 혹은 브레이크 페달이 너무 쉽게 쑥 들어가거나 너무 뻑뻑하지는 않는가?

체크 10 : 주행 후 엔진 아이들링 (차는 정지 되어 있고 엔진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엔진 회전계 (rpm)는 안정적으로 멈춰 있는가?

체크 11 : 배기구에서 과도하게 검은 연기 등이 나오진 않는가?

체크 12 : 주행 후 차 밑바닥에 물이 떨어져 있거나 기름이 떨어진 자국은 없는가?

체크 13 : 주행 후 시동을 껐다 다시 켰을 때 쉽게 켜지는가?

체크 14 : 타이어의 마모 상태를 확인할 것. (특히 타이어의 홈이 너무 많이 닳아 없어졌다면 교체를 해야 합니다. 사계절 타이어의 경우 홈이 1.4mm 정도 되면 바꾸라는 게 일반적인 얘기이고 겨울 타이어는 4mm 정도가 마지노 선이라고 하겠습니다. 만약 타이어의 홈이 이 이하로 남아 있다면 타이어 교체 비용도 딜러분과 협의를 하는 게 좋습니다.)  

 

 

사실 이런 것 외에도 짚어 봐야 할 대목은  많죠. 하지만 너무 전문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차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안다는 분들도 상태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성능검사표에 아무 이상 없다고 했으니 믿어야 할까요? 보통 이런 경우는 두 가지 해법이 있습니다.

 

우선 하나는 계약 전에 좋은 정비업체를 찾아가 차량의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받아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딜러가 이런 걸 싫어할 수도 있고, 또 깜빡하고 그러질 못했다면 구입 후 일주일 안에 해당 차량 메이커 직영 정비소에 가서 차의 상태를 체크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법적으로 딜러는 차를 팔고 난 후 한 달, 2000km까지는 보증을 하게 되어 있거든요. 

 

이 때 중요한 것이 앞서 계속 언급된 성능검사표입니다. 거기서 이상이 없다고 체크된 부분에서 이상이 발견 되었다면 그것을 근거로 환불이나 무상 수리 등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곳 독일에선 이런 경우가 좀 덜 발생합니다. 왜냐면 차량들이 대부분 인스펙션이라고 해서 정기점검을 매년 혹은 지정한 주행거리 이후 받기 때문입니다.

 

인스펙션은 국가에서 지정한 정기검사가 아니라 자동차 운전자 스스로가 정비소에 돈을 지불하고 차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때 소모품은 교체하고 주행 거리는 정확하게 기록해 놓죠. 이런 노트가 있어야 대체로 독일 사람들은 그 차를 구매합니다. 독일만 그런 건 아니고 여러 나라들이 이런 자기비용 들인 인스펙션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스펙션 기록 노트가 있다면 훨씬 차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겠죠?

 

 

◆몇 가지 더 체크해야 할 부분

 

차는 우선 맑은 날 점검하세요. 차체 어디에 흠은 없는지, 또 차의 색깔이 부분적으로 다른 경우도 맑은 날 더 찾기 쉽습니다. 색이 부분적으로 다르다는 건 수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선에서 배기구나 보닛 안 쪽, 또 배터리 + - 부위(사진 속 점프선 연결 부위) 등에 녹이 많이 슬지 않았는지 보셔야 합니다. 만약 정비소에 차를 맡겨 이상 유무를 체크하겠다면 반드시 그 때 하체를 들어 녹슨 곳 없는지 또한 확인하시고요.

 

각 종 버튼들은 제대로 작동하고, 라이트는 다 제대로 들어오는지, 문을 여닫을 때 이상은 없는지 등도 직접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당연히 이 때 에어콘 상태와 히터, 그리고 히터 시트, 통풍 시트 등의 상태도 체크하시고, 썬루프가 있는 차량이라면 그 쪽에서 주행 시 소음은 없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도 확인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떠세요 굉장히 체크할 부분들이 많죠? 적어도 이런 정도는 해줘야 중고차 사고나서 흔한 말로 '호갱님' 소리 듣지 않을까 싶네요. 잘못된 차를 샀다가 돈은 돈대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는다면 그것보다 속상한 일은 없겠죠. 아무쪼록 오늘 내용들 잊지 말고 정리해 두셨다 나중에 차 사러 갈 때 가지고 가서 유용하게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