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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회전교차로 한국에서는 정말 안될까?



어제였죠? 국토교통부가 국도에 앞으로는 더 많은 회전교차로(원형교차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새로 닦게 되는 국도는 우선적으로 회전교차로가 고려된다고 하는군요. 기사가 뜨자 많은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상당수는 "우리나라의 후진적 운전문화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양보하지 않아서 제대로 될까요?" 등의 회의적 의견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회전교차로 확대는 도로의 흐름 개선이나 안전에 도움이 안되는 걸까요? 오늘은 독일의 경우를 통해서 성공 가능성,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한 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침일찍 후다닥 뛰쳐나가 찍어온 사진들 함께 보면서 이야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회전교차로와 로터리는 다르다

저 위에 보이는 사진은 일요일 아침 늦잠을 포기하고 찍어온 동네의 소박한 회전교차로 모습입니다. 회전교차로라고 쓰니까 익숙하게 로터리라고 하지 왜 그리 어려운 표현을 쓰냐고 말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엄밀하게 따지면 로터리와 회전교차로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로터리는 회전하고 있는 차량이 진입하는 차량에게 양보를 하게 되어 있다면, 회전교차로는 진입하려는 차량이 회전하려는 차량에 무조건 양보를 하게 되어 있죠.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로터리 : 진입하려는 차량 우선

회전교차로 : 회전하고 있는 차량이 무조건 우선

 

 

 

▷회전교차로의 장단점

회전교차로는 쓰잘머리 없이 많은 신호등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굳이 신호등이 없어도 되는 곳, 하지만 교통 사고의 위험이 있는 교차로 지점에 잘 어울리는 도로 시스템입니다. 또 신호등이 없기 때문에 차량의 흐름이 비교적 빠른 편입니다. 약속된 규칙에 맞게 운전만 한다면 무척 효율적이죠. 차량의 흐름만 빨라지는 게 아니라 의외(?)로 신호기가 있는 곳 보다 교통사고 빈도가 낮습니다. 사고가 나도 큰 사고가 별로 없죠. 사고율에 대해선 무수한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믿으셔도 좋습니다. 또 친환경적인 도로이고 유지 보수 비용도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의 유지보수비용 보다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우선 큰 단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더 많은 도로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일 겁니다. 그리고 작은 회전교차로의 경우 자전거와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자전거와의 사고 위험이 일반 도로 보다 높다는 것도 단점이 됩니다. 물론 보행자들에게도 위험하죠. 왜냐면 신호등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을 때 일단 멈춤을 잘 하는 나라의 경우엔 보행자들 문제는 크지 않은 편이라 하겠습니다.

 

처음 보여드렸던 회전교차로의 다른 방향에서의 모습입니다. 우측에 굵은 점선이 보이시죠? 일단 멈춤하는 자리입니다. 교차로 내엔 별도의 자전거전용도로 표시가 없는 게 보이실 겁니다. 좀 더 큰 회전교차로의 모습도 보여드리죠.

 

 

처음 본 것보다 조금 더 큰 회전교차로인데 횡단보도가 살짝 사진 하단에 걸린 게 보이시죠? 빠져 나올 땐 사람이 있나 없나 잘 살펴야 합니다. 어차피 이 곳에서는 속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차량끼리의 큰 사고나 보행자가 다치는 사고가 많지는 않지만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겁니다. 좀 더 큰 교차로의 사진도 보실까요?

 

 

 

이곳은 상당히 회전교차로 규모가 큰 곳입니다. 단 자전거나 보행자가 다닐 수 없는 자동차 전용도로 같은 곳이라 차량끼리의 접촉사고만 주의하면 되는 곳이죠. 아무래오 이 사진만으로는 감이 안 오실 거 같아 구글 어스를 이용해 이 곳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글어스에서 캡쳐한 건데, 이렇게 보니 굉장히 크죠?  

 

 

거대한 회전교차로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여긴 체코의 어디라는데, 더 규모가 크네요. 몇 곳을 보셨지만 이런 회전교차로를 국도에, 상황에 맞게 한국에서도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양보 운전을 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들 하십니다. 정말 그럴까요? 

 

 

사진=Spiegel.de 캡쳐

 

이 사진 혹 보신 분들 계세요? 독일 슈피겔에 2011년에 실린 중국 회전교차로의 모습입니다. 푸젠 성 시아멘 시의 2010년 어느 날의 모습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을, 혹은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까 염려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회전교차로는 정말 운전자의 의식수준이 많이 올라섰을 때에나 가능할까요? 아직 우리나라에선 무리일까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회전교차로 제대로 이용하는 법

 

   

다른 나라는 어떻게 표시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독일은 규모가 작은 곳들을 제외하면 회전교차로 입구엔 반드시 1번과 2번 표시가 있습니다. 1번은 회전교차로를 나타내는 표시이고, 2번은 진입차량에게 "조심하라"고 경고를 주는 표시입니다. 1번과 2번을 연결하면 " 이 곳은 회전교차로입니다. 진입차량 운전자는 이곳에서는 회전차량이 우선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의미가 됩니다.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파란색 회전교차로 알림표시를 사용하기도 하고, 이처럼  독일의 1번과 2번 표지판을 하나로 합친 방식의 바로 위의 표지판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저 붉은 색과 검정색 별표시가 이제 뭔지 정확히 아셨죠? 그러면 이 회전교차로의 진입과 진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전교차로 이용법. 이미지=위키백과

요 움직이는 그림 보이세요? 너무 오래 보진 마십시오. 어지럽습니다. 암튼~ 회전교차로 진입과 진출 방법을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차 우측 앞쪽으로 노란색이 점등되었다 사라지는 게 보일 겁니다. 방향지시등, 깜빡이죠.

 

 

교차로에서 진출할 때, 내가 지금 빠져나간다는 걸 깜빡이를 통해 꼭 알려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입하려는 차량은 내가 계속해서 회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계속 기다리다 진입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전교차로에서는 진입차량은 회전하고 있는 차량 보다 우선할 수 없다. 회전차량이 먼저!

2. 빠져나갈 땐 반드시 깜빡이를 켜서 진입하려는 차량에게 알려준다. 단, 독일의 경우 진입 시 깜빡이는 사용 금지.

3. 신호등이 없기 때문에 횡단보도 보행자나 자전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4. 회전교차로는 교통량이 많은 곳에선 오히려 화가 될 수 있다. (국토부는 하루 평균 통행량 15,000대 이하를 기준으로 봄)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다시 한 번 강조를 하지만,

회전교차로는 교통량이 많은 곳에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덧붙이면, 회전교차로 안에서는 멈춰서거나 후진은 안됩니다. 그리고 접촉사고의 경우는 회전하는 중에 발생하기 보다는 앞차가 진입하려는 줄 알고 회전차선만 주시한 전방주시 부주의에 의해 대부분이 발생합니다. 앞의 차가 진입하려는 줄 알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방심운전이 문제인 것이죠. 이런 점만 조심하면 굉장히 안전하고 효율적인 것이 회전교차로입니다. 어떤가요 비교적 간단하죠? 하지만 이런 회전교차로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선행되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교육입니다.  

 

 

 

▷처음 교육만큼 중요한 건 없다

운전면허학원의 중요성은 늘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죠. 처음 제대로 교육이 되면 그것이 평생의 습관, 평생의 문화로 자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만 만들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면허학원 등에서 제대로 이에 대한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도로 주행 연습 땐 꼭 회전교차로를 경험하게 하고, 시험 시 주행하는 코스에도 회전교차로가 포함이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대도시에선 이런 교차로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점인데요. 그럴 경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다든가, 아니면 학원 내에 회전교차로를 간단하게라도 만들어 철저하게 교육이 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예전에 독일의 신호등 위치와 한국의 신호등 위치를 비교한 글(거의 3000번 가까이 공유가 되었다는)을 통해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국가는 국민에게 "훌륭한 선진의식을 갖춰라" 라고 강조만 할 게 아니라, 그렇게 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효율적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를 먼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는 의식에 맞춰 시스템이 발전하기도 하지만 효과적 제도를 통해 의식이 고취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물론 운전자들도 무조건 남탓만 하면 안될 겁니다. 회전교차로 주변이나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는 절대 감속을 해야 한다는 기본 등을 무시하면서 차 자랑 운전 자랑할 게 못 된다는 겁니다. 스스로 이런 제도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참여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우선은 제대로 된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 시스템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 철저히 교육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다 했음에도 잘 안되었을 때, 그 땐 얼마든지 국민의식을 비판하고 책임을 넘겨도 될 거예요. 너무 교과서 같은 얘기라고요? 네. 좀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전 이게 맞다 봅니다. 부디 회전교차로 달랑 만들어 놓고 그 다음은 운전자들 알아서, 그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미리 미리 잘 준비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면 다 잘 될 거예요. 


추가: 하도 댓글마다 우리나라 현실 상 안될 거라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들 말씀을 많이 하셔서 좀 더 의견을 내겠습니다. 실제로 신호등 교차로를 회전교차로로 전환했더니 교통사고 비율이 43%가 줄었고, 통행흐름도 30% 정도 더 빨라졌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의 자료입니다. 통행량 다 조사해서 위험이 있는 대도심 등에선 당장 실시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게 더 안착이 되려면 당연히, 반드시 면허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 보다는 이래서 안된다...라고들만 하시네요.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좋은 시스템을 어떻게 안착시킬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필요한 게 무언가를 같이 고민을 했음 싶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글을 잘 못 적은 거 같네요. 


도로 하나 만들어 놓고 알아서 잘들 해요..라고 무책임하게 정부가 해선 안된다는 게 제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만약 이런 부분이 잘 보강이 된다면 염려하는 것 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걸 운전자들의 후진적 의식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룰을 잘 만들고 그걸 제대로 시스템화 하면 운전자들의 의식이 시스템을 통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어쨌든 너무 한국 현실에 대해 부정적인 글들만 달려서 가슴 아파 몇 말씀 드려봤습니다. 효과가 입증되었다면 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보고요. 철저하고 섬세하게 잘 다듬어 주길 다시 한 번 정부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