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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소방차도 과속하면 감옥가는 스위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우울한 날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 무력감을 어떻게 극복할지 자신이 없을 정도로 침통한 마음인데요. 그래도 자동차 관련한 새로운 이야기 올라 온 것 없나 찾는 분들이 계실 거 같아, 잠시 마음을 추스리고 독일 이웃한 스위스의 소식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2013년, 그러니까 작년이 되겠군요. 새해의 시작과 함께 스위스에는 이상한(?) 법 하나가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법 이름은  Via Sicura. 라틴어인 거 같습니다. 교통 안전과 관련한 여러가지 세부 사항이 들어 있는 이 법안은, 하지만 시작되기 전부터 말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경찰차, 구급차, 그리고 소방차 등의 속도를 제한한다는 대목이 특히 그랬습니다. 예를 들어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소방차는 주택가의 시속 40km/h의 제한속도를 어겨 70km/h 정도로 달리면 불법으로 간주되게 됩니다. 만약 경찰차가 도주하는 차량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시속 140km/h로 달렸다면, 고속도로 제한속도 120km/h를 넘겼기 때문에 과속으로 단속됩니다. 구급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거, 뭔가 좀 이상해 보이죠?

 

스위스의 구급차. 사진=위키피디아

 

스위스는 상당히 엄격하게 자동차의 속도 제한을 따지는 국가 중 한 곳입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가 법안에 그대로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시행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현재, 경찰공무원들과 구급대원들, 그리고 소방 공무원들이 거의 폭발 직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경찰은 "이런 식으로 강제하면 우리는 업무를 볼 수가 없다." 고 불만을 토로했고, 한 소방대원은 " 이 법이 계속 되면 앞으로 후임자 뽑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누가 지원을 하겠나?" 라고 역시 반발했습니다. 감옥에 간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경광등을 켜고 출동을 할 때 과속으로 걸리면 최고 1년까지 징역을 살 수 있고, 2년 동안 면허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의 취지는 과속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고 도로 환경을 쾌적하게 하겠다는 뜻이었겠지만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특별한 공무를 수행하는 업무에 이런 원칙을 대입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판단이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어 보입니다. 경찰과 소방서, 그리고 구급협회 등은 벌써 법률 자문단과 만나 대응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회 차원에서도 자신들의 입법 행위가 타당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일부 의원들이 내고 있다고 하네요.

 

여론도 이 법안에 매우 부정적입니다. 

 

 

 

스위스 한 웹사이트에 올려진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인데요. "완전히 웃음거리다. 이건 오로지 스위스에만 있는 법이잖아?" "응급차량의 속도제한을 정했을 때, 위반만을 생각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생각이 짧고 자격이 없는 의회인지를 보여준다." 등의 내용입니다. 설문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몰렸습니다.

 

'예외로 해야 한다'가 거의 90%네요. 그럼 독일은 어떨까요? 독일은 예외 규정을 둬서 과속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가하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주택가 등지에서는 도로 상황에 따라 대응하라는 메뉴얼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없거나 차량 통행이 비교적 자유스러우면 속도를 올려도 된다는 것이죠. 물론 아무리 공무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횡단보도 등에서 만약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하면 당연히 책임을 묻게 됩니다.

 

사실 스위스나 독일과 같은 곳에서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경찰차, 구급차, 소방차를 막아서는 일은 흔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일하기 한결 수월한 환경이죠. 하지만 과속에 따른 인명피해의 위험성을 생각해 이를 법으로까지 규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다소 황당해 보이기는 해도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구급차타고 출퇴근을 하는 우리의 현실 보다는 덜 황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사고현장 모습. 사진=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