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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유력 정치인이 베이징 오토쇼로 간 까닭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충격과 슬픔, 분노에 빠져 있습니다. 모든 뉴스가 관심 밖일 수밖에 없죠.  너무나 당연한 일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쌍용차 해고 노동자 한 분이 또 사망하셨습니다. 법이 복권을 명령했음에도 통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서럽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죠. 같은 시각, 눈을 밖으로 돌려봐도 좋은 소식은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로 연일 긴장 상태에 빠져 있고, 브라질은 월드컵을 50일도 안 남겨 놓았는데 아직 완성이 안된 경기장이 있습니다. 치안이 특히 불안해 연일 관광객, 그리고 응원단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을 여러 나라에서 쏟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뭐 하나 반가울 만한 소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딱 한 곳, 중국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계 Top5 수준에 오른 베이징 오토쇼에서는 속된 말로 '쩐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화려한 조명 아래 벌어지고 있는데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를 선 보이며 우리 차 사달라 갖은 애교를 부리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자동차 회사들에게 있어 미국 시장 수준의 중요한 곳은 중국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판매량만 놓고 보면 최대 시장이라는 미국조차 추월한 상태인데요. 2013년의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을 비교해서 보면 왜 이렇게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 목을 메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판매량 : 약 1560만대

EU (27개국 + 아이슬란드, 스위스, 노르웨이) : 약 1230만대

중국 자동차 판매랑 (상용차 포함) : 약 2137만대

 

중국이란 나라가 작년에 먹어치운 신차 대수가 2천만 대를 넘어섰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블랙홀처럼 자동차들을 빨들이고 있는 상황이고, 계속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 되는 가공할 만한 마켓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중국 자동차모터쇼이니 얼마나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선 중요하겠습니까. BMW는  컨셉카들을 포함해 새로운 급의 자동차를 스무 대나 베이징 오토쇼에 토해낸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자동차판에 독일의 유력 정치인 한 명이 며칠 전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사진=위키피디아

 

얼마 전에도 소개를 해드린 바 있는데요. 독일 제 1야당의 당수이자, 메르켈 정부의 부총리 지그마르 가브리엘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양반을 독일에선 '수퍼 장관'이라고 부르는데요. 부총리이면서 동시에 경제장관, 경제장관이면서 동시에 새롭게 설립된 에너지부의 장관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야당 당수에게 제대로 한 자리를 마련해 줬고, 또 그는 자신의 역할을 지금까지는 잘 수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람은 과거 환경부장관 자리도 역임한 바 있죠. 그래서 아우토반을 속도제한 해야 한다고 공약을 들고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물론 거센 저항에 바로 꼬리를 내렸지만 어쨌든 환경과 에너지, 그리고 경제를 아우르는 유력한 정치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 그가 왜 베이징 오토쇼에 나타났을까요?

 

우선 그가 관심을 먼저 보인 차량에 주목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 양반이 관심을 보인 것은 BMW가 만든 전기차 i3였습니다. BMW 중국 법인 사장에게 중국에서는 얼마에 팔리느냐고 물었나 봐요. '5만불'이란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 보다는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한국 가격 보면 더 좋아하려나요?)

 

스모그로 대표되는 베이징에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이 전시가 된다는 건 나름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겠죠. 하지만 이 사람이 순수하게 환경에 관심이 있어 이 곳에 들렸고, 그래서 전기차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 이 정치인의 동선을 볼 때 생각할 수 있는 건, 중국 시장에 독일 차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플러그인과 전기차에 대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픈 것으로 보이는데요.

 

독일의 한 언론에서도, 그가 중국 시장이 앞으로 친환경 차량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길 바란다는 의지를 현장에서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중국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독일 메이커들이 지금 계속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에서 이런 차량들에 대한 소비가 일어난다면 이건 독일 자동차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되겠죠. 안 그래도 잘 나가는 중국 내에서의 독일 차가 날개를 달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중국에서 독일 차가 인기가 있냐고요? 간단하게 말해서 작년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이 자동차를 팔아치운 곳이 폴크스바겐이었습니다. 이게 아우디를 포함한 내용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어쨌든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간단히 비교를 또 해볼까요?

 

2013년 독일 내 신차 총 판매량 : 약 300만 대

2013년 중국 내 VW 총 판매량 : 약 330만 대

 

독일 내에서 팔린 모든 신차의 수 보다, 중국 내에서 폴크스바겐 그룹이 한 곳이 판매한 수량이 더 많다는 거죠. 참고로 우리나라 신차 한해 판매량 수준은 약 150만 대 수준입니다. 실제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중국 내 브랜드 상위 20위 안에 폴크스바겐 모델들이 6대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19위 : 티구안 (209,276대)

15위 : 파사트 (232,477대)

14위 : 보라 (237,156대)

10위 : 제타 (263,406대)

9위 : Sagitar (271,188대)

6위 : 라비다 (374,059대)

 

SAGITAR. 사진출처=automotorundsport.de

 

역시 중국현지화 모델 중 하나인 라비다. 사진출처=automotorundsport.de

포드와 현대도 상위 권에 두 개 정도의 모델을 올렸지만, GM과 폴크스바겐의 5~6개 정도인 것에 비하면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이에요. 지난 번에도 잠시 보여드린 적 있지만, 현재 중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장 타보고 싶어 하는 차는 대부분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입니다. 말이 나왔으니까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을 시켜드릴게요.

 

중국 내 자동차 전문지가 자국의 운전자들의 브랜드 호감도 같은 걸 조사한 것이 독일에서 공개가 된 적이 있는데요. 보면 아마 놀라실 겁니다.

 

설문 1. 가장 좋은 조립과 마감 능력을 보여주는 자동차 회사는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1위 : BMW (88%)

2위 : 아우디 (83%)

3위 : 메르세데스 (80%)

 

설문 2. 가장 신뢰할 만한 브랜드는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1위 : 아우디 (83%)

2위 : 메르세데스 (80%)

3위 : BMW (72%)

 

설문 3. 가장 안전한 차를 만드는 회사는 어디라고 보세요?

1위 :  메르세데스 (89%)

2위 : 아우디 (84%)

3위 : BMW (83%)

 

설문 4. 기술발전적인 회사라고 여기는 곳은?

1위 : 메르세데스 (100%)

2위 : BMW (96%)

3위 : 아우디 (85%)

 

설문 5. 친환경적인 차를 만드는 곳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1위 : BMW (81%)

2위 : 토요타 (72%)

3위 : 아우디 (68%)

 

설문 6. 좋은 고객 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어디입니까?

1위 : 메르세데스 (92%)

2위 : 아우디 (84%)

3위 : BMW (81%)

 

설문 7.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메이커는?

1위 : BMW (89%)

2위 : 벤츠 & 아우디 (85%)

3위 : 폴크스바겐 (71%)

 

설문 8. 중고차로 팔 때 높은 가치의 브랜드는?

1위 : 아우디 (92%)

2위 : 폴크스바겐 (83%)

3위 : BMW (82%)

 

설문 9. 스타일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메이커는 어디인가요?

1위 : BMW (89%)

2위 : 메르세데스 (89%)

3위 : 아우디 (75%)

 

설문 10. '내가 좋아하는 메이커'는 어디인가요?

1위 : BMW (100%)

2위 : 메르세데스 (89%)

3위 : 아우디 (80%)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자동차 트렌드 조사 때 나온 중국 쪽 결과인데, 전 처음에 인쇄가 잘못된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친환경 부분 2위에 토요타가 들어 있는 걸 보니까 그건 아닌 거 같더군요. 전 부분에서 독일 차들이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 많이 판매가 되는 건 폴크스바겐 과 같은 양산 브랜드이지만, 좋아하거나 타고 싶은, 혹은 만족도 높은 차는 독일 프리미엄 3사라는 것이고, 이정도면 이미지와 판매량 모든 면에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독일 메이커들이 훔쳤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름 바쁜 유력 정치인이 모터쇼를 보러 중국까지 날아간 데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거대 중국 시장에서 자국 자동차 회사들이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또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알아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현장 방문과 학습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할 것입니다. 또 총리에게 그 내용을 보고 할 것이고요. 그만큼 독일이란 나라에 있어 자동차 산업은 중요합니다. 자동차를 빼놓고 독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베이징 오토쇼에 출품한 메르세데스 쿠페 SUV 컨셉의 모습. 사진=netcarshow.com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중국인들의 자동차 취향은 SUV에 역시 관심을 갖고 있으며, 큰 차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중국시장만을 위한 롱버젼 모델들이 별도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죠. 또 독일 메이커들은 중국인들이 실내의 경우 베이지색상을 좋아하고, 크롬과 나무 소재를 많이 쓰는 걸 좋아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중국 시장을 분석해 놓고, 그 계획에 맞춰 시장을 공략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벤틀리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용 컨셉카를 공개하고, 중국 토종 메이커들이 전기차를 공개하 듯, 새로운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본격화 되면 이것이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늠자로써의 역할도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벌써부터 2020년 정도가 되면 중국에서 1년에 4천만 대의 신차가 팔릴 것이란 예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중국 시장을 독일 메이커들은 바짝 다가가 더 움켜쥐려 할 것이고요. 차기 총리 후보로 여겨지는 유력 정치인이 이런 중국 모터쇼를 방문한 것은 얼마나 독일이 중국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독일 메이커들의 중국공략은 계속 성공해 갈까요? 무엇보다, 이 시장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도대체 어디까지 나아갈까요? 중국이란 시장의 거대함이 새삼스럽고, 그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독일의 도전 역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