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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포르쉐 타면 뭐하나요 운전이 엉망인데?



입춘이 지났습니다. 추위는 여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햇살은 우리의 움츠린 어깨를 펴줄 것입니다. 운전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차창을 내리고 달리고 싶은 그런 계절이 찾아오고 있는 거죠. 자, 지금부터 이런 상상을 해보죠. 당신은 그토록 기다리던 자동차 한 대를 지금 막 인도 받았습니다. 음, 이왕 상상이니까 인심을 좀 써볼까요?

 

사진=포르쉐

신형 타르가입니다. 맑고 쾌청한 날 당신을 포르쉐 911 타르가가 문을 열고 맞이하고 있네요. "어서 오세요 주인님. 앞으로 함께 할 포르쉐 911 타르가입니다."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제 운전석에 당신은 앉게 됩니다. 그리고 왼쪽에 꽂혀 있는 시동키를 돌려 엔진을 드디어 깨우게 되죠.  

 

사진=포르쉐

 

저 사진 속의 남자는 이제 지우세요. 그 속엔 당신이 앉아 있는 겁니다. 이제 가속 페달에 힘을 줍니다. 뒤에서 나를 감싸고 있는 시트에 묻힌 채 당신은 이제 멋진 도로 위를 달리게 됩니다. 이 순간 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 없습니다. 길을 가던 사람들도, 함께 정치선에 멈춰선 주변 운전자들도 당신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요? 자꾸 주변에서 야유의 목소리들이 들려 옵니다.

 

 '그래 질투하는 거야.' 신경 쓰지 않고 당신은 더 도도한 표정과 몸짓으로 이 멋진 녀석에 채찍질을 가합니다. 하지만 좀처럼 사람들의 우~하는 야유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네요. 표정들, 눈빛들을 보니 질투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왜 그러지? 뭐가 잘못된 거지? 아~ 이런 당신은 지금 도로 위에서 딱 만나기 싫은 운전자의 모습을 하고 있군요. 그게 어떤 모습이냐고요? 지금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도로 위에서 만나기 싫은 15가지 타입의 운전자>

 

 

1. 안전벨트를 악세사리 취급하는 운전자

최근,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안전띠 착용률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2012년 기준으로 65.8%의 운전자만이 안전띠를 착용한다고 하는군요. 85.1%의 정점을 찍고 계속 내리막입니다. 동승자석의 착용률은 더 낮아서 57%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여성이 남성 보다 착용률이 더 높았고요. 20대의 경우 59% 정도만이 착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는 없지만 뒷좌석 착용률은 더 비참한 수준입니다. 20%가 넘지를 못하죠. 어떤 분은 그럽니다. "20%나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하네요?" 라고. 이게 정말인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 정도로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에이~ 요즘 차는 안전벨트 착용 안 하면 삑삑 울려대서 할 수밖에 없어요." 라고 말하는 분은 순진하신 거예요.

 

자동차 악세사리 파는 곳에 가면 안전벨트 대신 딸깍하고 끼울 수 있는 가짜 클립을 판매합니다. 아예 경고음이 울리지 않도록 제거해버리는 분들도 계시죠. 그래도 그렇지 너무 낮은 수치 아닌가? 대부분 하고 다니는 거 같은데. 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런 댓글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비추천이 많은, 소수의 의견이었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34%나 된다는 건 사실 같아 보였습니다. 탄음식이 몸에 안 좋고, 더러운 물 마시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건 그 어떤 나쁜 것 만큼이나 당신을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거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참, 안전띠 하지 않으면 에어백도 기대하지 마시고요.

 

 

 

2. 어린이 안전은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운전자

아이들은 늘 뒷좌석에, 만약 동행한 아이가 더 어리다면 꼭 전용시트에 앉혀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차 안 방치하듯 놔두는 운전자들이 계시죠. 무책임한 어른일 뿐입니다. 비용이 부담이 된다면 중고 제품도 좋습니다. 어떤 곳에서 대여를 해주기도 한다는군요.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귀찮은 것은 아닐까요?

 

독일 경찰이 어린이 안전벨트 상태 체크 중인 모습. 사진=아데아체

 

 

 

3. 운전 중에 귀에 스마트폰 대고 다니는 운전자

이거 하나도 안 멋있어 보입니다. 심지어 카톡까지 한다며 자랑을 하셨다고요? 벌금 그거 내면 그만이라고요?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 아니 수억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당신의 인생을 이런 하잘 것 없는 행동과 맞바꾸시려고요?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당신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순간 타인의 생명까지 위험하게 만든다는 거 잊지 마십시오.

 

 

 

4. 욕설은 기본, 눈에서 레이져 발사하는 운전자 

그 얌전하고 젠틀한 당신이 어째서 운전대만 잡으면 그리 거칠고 흉해지시나요? 어디서 배웠는지도 모를 기상천외한 욕설도 모자라 추월하며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행동은 또 어디서 배우셨는지요. 삭히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거 잘 압니다. 그래도 그냥 고개 한 두 번 젖고 모른 척 앞질러 가십시오. 그러면 상대는 더 민망해 할 겁니다.

 

 

 

5. 급차선 변경 밥먹듯, 끼어들기는 자랑인 냥하는 운전자

차 좀 좋은 거 탄다고 해서 흔히 말하는 칼치기하면 미안한 얘기지만 하나도 안 멋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차가 아깝다고 말을 하게 될 거 같네요. 난폭한 운전이 결코 터프한 것과 동일 시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난폭함은 말 그대로 폭력적인 것일 뿐이니까요.

 

 

 

6. 깜빡이 켜는 거 맨날 깜빡하는 운전자

정말 몰라서 안 켜는 아닐 겁니다. 그냥 그것 조차 귀찮은 것은 아닐까요? 운전은 나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다른 운전자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에게 당신이 지금 어떤 차로로, 좌회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우회전을 할 것인지 정도는 알려주는 거, 그거 크게 힘든 일 아니잖아요?

 

 

 

7. 위협하는 운전자

아까는 욕설과 째려보는 등의 이야기를 했지만 이건 정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걸 이야기 합니다. 앞차에 바싹 코를 가져다 대고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한다거나, 쌍라이트 마구 켰다 컸다 하면서 성질 부리는 등의 행위는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왜 그렇게 경적음은 길고 신경질적으로 눌러대시는지요. 아무래도 당신은 화를 다스리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운전 역시 폭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8. 추월차로로 정속주행하는 운전자

막 우깁니다. 제한속도 지키며 고속도로 달리는데 니가 뭔데 비끼라 마라 하냐고 말이죠. 속도를 지켜 달리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하나 아셔야 할 게 있어요. 고속도로에서 1차선은 추월차로입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비키라고 하는 운전자가 과속하다 카메라에 찍혀도 하는 수 없을 테니 그냥 비켜주세요. 1차로는 추월할 때만 사용한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참, 독일은 1차로가 아니어도 우측 차선이 비어 있으면 무조건 우측으로 주행하는 게 우선입니다. 아무리 좌측 차로가 비어 있어도 그리로 안 달리죠. 뭐 이 사람들이 바보라서 그러겠어요? 그냥 1차로는 추월할 때만 사용하시고 고속도로에선 비워 두십시오.

 

 

 

9. 그렇다고 우측 끝차선으로 마구 추월하는 운전자

1차로 막고 달리니 할 수 있나요? 라고 말들 하십니다. 근데요. 막고 달리는 차가 있으면 그 차만 피해 앞지른 다음 다시 추월을 위해 1차로를 타세요. 그게 아니라면 가급적 맨 오른쪽 차로에서 광란의 질주는 하지 마시고요. 그나저나 도대체 운전학원에선 이런 거 안 가르치고 뭘 가르치는 걸까요? 전 정말 그게 궁금합니다.

 

 

 

10. 해가 져도 헤드램프 켤 생각 안하는 운전자

주간에도 날이 흐리면 대체로 주간등 외에도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하는 게 좋습니다. 해가 뉘엿뉘엿할 때에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라이트를 켜지 않고 운전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뭐 깜빡했다고 생각을 하고 싶습니다. 제발 라이트 일찍 켜고 운행해 주세요. 작은 배려가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11.  아무 때고 안개등 켜고 달리는 운전자

안개등 그거 뒤차의 경우 굉장히 불편하다는 거 다 아시죠? 안개가 짙게 드리워졌을 때 사용하라는 건데, 정작 안개 꼈을 땐 안 쓰고 안개 없는 날 켜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요? 혹시 안개등에 대해 무심했다면 이제부터라도 나에게 그런 잘못된 습관은 없는지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안개등은 이럴 때 쓰는 거임. 사진=위키미디어

 



 

12. 횡단보도가 뭔지 모르는 운전자

내가 운전자일 땐 보행자를 무시하고, 내가 보행자일 땐 횡단보도 위협하는 운전자에게 갖은 저주를 다 퍼부어 본 경험 있으신가요? 사람이 먼저라고 늘 말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사람을 배려하는 그런 운전을 하는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사람 냄새만 나도 멈춰서는 다른 나라들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서라도 좀 더 많이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언젠간 한 번 몰래카메라 식으로 이곳 분위기 찍어서 보여드릴게요. 제발 부탁이지만, 횡단보도나 학교 주변에선 절대 서행하십시오.

 

1952년 베를린에 독일 최초로 생긴 횡단보도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13.  주차장 자기집 안방으로 아는 운전자

장애인 주차칸, 여성 전용주차칸 등을 스스럼 없이 애용(?)하는 분들 안 계십니까? 옆 차야 어찌되든 말든 내 차 안 긁히게 주차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이기심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죠.

 

독일 모 주차장에서 한 컷. 너무한 거 아녀요?

  

 

 

14. 차밖으로 뭘 그리 집어 던지는 운전자

제발 차밖으로 뭘 좀 던지지 마세요. 피우던 담배 휙 던지는 꼴불견부터, 심지어는 똥싼 아기 기저귀 비닐 봉투에 담아 버리고 내달리는 자동차까지. 아주 던지고 버리는 것도 다양하기 그지없습니다.

 

 

 

15. 응급차량 달려와도 내 길만 가는 운전자

응급차 오면 길 좀 터주세요. 설령 그 구급차가 가짜로 사이렌을 울리고 달리는 것이라고 해도 그건 경찰이 알아서 잡으라 놔두시고 당신은 그냥, 무조건 길에서 비켜주세요. 열 번 가짜라고 해도 한 번이 진짜라면, 당신의 시민의식이 그 생명을 구하게 된다는 거 잊지 않으셨음 합니다. 아무리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당신이 그걸 지킬 마음이 없다면 시스템은 소용 없는 것입니다.

 

사고로 정체되고 있는 독일 아우토반 풍경. 응급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좌우로 붙여 놓고 있음. 사진=위키피디아 가끔 벌금이 쎄서 독일은 잘 지키는 거라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지난 번 설명을 드린 적 있는데, 그 벌금 여기서 3만 원밖에 안 합니다. 벌금이 우선이 아니라는 거죠.

 

 

 

에필로그

이제 당신은 타르가를 끌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왜 사람들이 당신에게 야유를 보냈는지 이유를 아셨나요? 좋은 차를 타는 만큼 당신의 운전도 그것에 어울렸음 합니다. 당신이 똥차라 부르는 그런 차가  당신의 포르쉐 보다 더 빛날 때가 있습니다. 그건 차에서 빛이 나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내는 멋진 빛이죠. 부디, 이 15가지 타입에서 모두 벗어나는 그런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어주세요. 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이렇지 않습니다~ (미안하다 강아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