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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나 아직 안 죽었어!" 외치는 신형 왜건 기대주들

 

한국이나 유럽이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은 현재 SUV가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위기는 더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죠. 원래 실용성을 강조는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왜건이 주도하고 있었지만  현재 그 분위기는 바뀌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왜건을 원하는 유럽인들이 많다는 점이 왜건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한국과는 유럽이 좀  다른 점이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쏟아져 나오는 신차 소식들만 봐도 왜건 보다는 SUV가 더 많습니다. 제조사들 입장에서도 많이 남겨먹을 수 있는 SUV가 더 팔리는 걸 바라기도 하겠고, 그러다 보니 파생 모델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고 또 나올 예정입니다. 그에 비하면 왜건은 한계가 분명하죠.

 

세단이 나오면 그 다음에 그 세단의 왜건형이 추가적으로 붙는 정도? 몇몇 소수 브랜드 정도가 비포장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는 온오프 겸용 왜건을 내놓고 있지 그 외에는 왜건은 그냥 왜건 하나로 끝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이미 SUV와 왜건은 경쟁 발란스가 깨진 지 좀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왜건 시장이 죽느냐? 그건 아닐 거라 봅니다. 일정부분 SUV에 지분을 넘기긴 하겠지만 왜건은 왜건대로 유럽인들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받을 거라 봅니다. 세단의 승차감과 실용성에 SUV 보다 나은 주행성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분위기를 어느 정도 반영하듯 올 9월에 열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새로운 왜건이 공개가 돼 붐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어떤 모델들이 그 주인공일까요?

 

 

세아트 레온 ST

차 좋아하는 분들 외에, 아니 차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가 세아트(SEAT)일 텐데요. 스페인 브랜드죠. 지난 월요일 세아트에서 준중형 레온의 왜건 모델을 새롭게 공개했습니다. 처음으로 만드는 왜건인지라 관심들이 많았는데, 일단 반응이 굉장히 뜨겁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세아트는 폴크스바겐 그룹 내에 있습니다. 그 얘기는 폴크스바겐이 자랑하는 MQB 플랫폼의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 되겠고, 결국 7세대 골프를 베이스로 해서 상당히 경쟁력 있는 준중형 레온이 탄생을 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이미 출시된 세아트 레온의 경우 골프를 제외하고는 어떤 동급 해치백들과 경쟁해도 성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독일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지난 주에는 세아트 레온 SC라는 게 아우토빌트 평가에서 BMW 118d를 제치고 성능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아내기도 했죠. 

 

또 지난 주에는 6개의 디젤 고마력군들끼리 붙여 놓고 평가를 했는데 골프 GTD가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세아트 레온 2.0TDI가 2위에 올랐습니다. 참고로 3위는 BMW 120d, 4위는 메르세데스 A 220 CDI, 5위가 볼보 V40 D4, 6위가 오펠 아스트라 2.0 CDTI였습니다. 당연히 가성비로는 레온이 1위를 차지했고요. (GTD 보다 3500유로 정도 더 싸니까 독일에서는 가격 차이가 제법 많이 나는 수준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골프의 모든 우성인자를 갖고 태어난 세아트가 스타일까지 더 좋아져서 상품가치까지 더 올려 놓았습니다. 헤드램프가 아우디의 느낌이 물씬 나는데요. 실내는 다소 골프나 경쟁 모델들에 비해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마감이나 차의 전체적인 발란스는 무척 좋아 보입니다.

 

올 4분기에 판매가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의 성능과 품질, 스타일이라면 세아트에게 상당한 효자 노릇을 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헤드램프의 경우 LED가 옵션인데 구입고객의 50% 이상이 이 옵션을 선택하고 있다고 해서 세아트도 다소 놀란 모양이더군요. 스페인의 경제가 좋지 않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유럽 전체를 놓고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스코다 라피드 스페이스백

 

두 번째 소개해드릴 모델은 라피드 스페이스백이라는 , 스코다의 준중형급 왜건입니다. 스코다 역시 처음에 소개해드린 세아트처럼 폴크스바겐 그룹 내에 있는 체코 메이커인데요. 유럽의 가성비 평가에서는 늘 1위를 차지하는 그런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이 라피드라는 차가 참 재밌는 것이요. 원래 스코다의 라인업은 소형에 파비아- 준중형에 옥타비아 - 중형에 스퍼브,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준중형 옥타비아가 중형에 가까울 정도로 차가 큽니다. 어떨 땐 중형들과 같이 평가를 받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스코다가 파비아와 옥타비아 사이에 실질적인 준중형급 모델을 하나 더 만들어 넣어야 했고 그게 라피드입니다.

이 녀석이 라피드인데 노치백 세단 스타일이죠? 해치백 아닌 준중형은 유럽에서 힘을 못 씁니다. 그래서 다시 또 나온 게 위에 보여드린 라피드 스페이스백이란 왜건입니다.

 

 

 

 스티어링 휠을 보면 골프의 영향을 받은 차라는 게 확실히 보이지만 센타페시아 디자인은 이전의 스코다, 현재의 폴크스바겐과도 다른, 전에 없던 스타일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뒤태가 자신 있는지 뒷모습 사진을 중심으로 제조사가 사진을 찍었는데요. 옥타비아나 스퍼브 왜건의 뒤태가 실제로 보면 굉장히 예쁩니다. 그 왜건 스타일을 라피드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이네요.

 

이름처럼 이 차는 공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가 공간을 잘 뽑는다고 얘기하지만 스코다는 더 합니다. 스코다 최대의 강점이 바로 공간 엔지니어링이 아닌가 싶을 정도죠. 나머지야 폴크스바겐의 것들을 가져다 쓰는 것이니까, 이렇게 되면 성능과 품질, 그리고 실용성까지 확보가 된 모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도 골프 보다 3,000유로 정도 더 싸니까, 골프를 사고 싶은데 가격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서 소개한 세아트와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독일 내에서는 스코다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더 높아 보인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두 신형 모델 간 물러설 수 없는 판매 경쟁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네요. 과연 골프 왜건, 라피드 왜건, 레온 왜건이 제 살을 깎아 먹을 것인지 아니면 그룹 전체적으로 볼륨 확장에 기여할지는 지켜 봐야겠습니다. 이 모델 역시 이번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정식 소개가 됩니다.

 

 

오펠 인시그니아 컨트리 투어러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왜건은 오펠 중형인 인시그니아 컨트리 투어러입니다. 인시그니아는 한 때 한국에 들어가니 마니 얘기들이 많았던 차였죠. 상당히 넉넉한 공간에 괜찮은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모델인데요. 이번에 오펠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인시그니아 컨트리 투어러라는, 온오프 겸용 왜건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온오프 겸용하면 제겐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오펠도 파사트 올트랙 정도와 경쟁을 하겠다는 뜻으로 기존 왜건인 스포트 투어러 변형 모델을 만들어 내놓게 됐습니다. 과연 위기의 오펠이 이런 가지치기 모델이 현재 필요한지 저는 좀 부정적이긴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반가운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반 왜건과 온오프 겸용 왜건의 차이는 지상고의 높낮이일 텐데요. 사진으로 봐도 지상고가 일반 세단이나 왜건 보다는 조금 높아 보이네요. 그리고 뒤쪽 디자인은  볼보의 XC 시리즈도 조금 연상이 되기도 합니다. 실내는 GM 계열이라 그런지  약간 쉐보레 느낌도 나죠? 하지만 외관은 상당히 스타일이 살아 있어 보입니다. 이처럼 요즘 나오는 왜건들은 꼭 프리미엄급이 아니라도 디자인에서 과거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적어도 못생겨서 못 타겠다는 소리는 안 나올 것 같은데요.

 

공교롭게도 소개해드린 세 가지 모델 모두 한국과는 인연이 없는 그런 차들입니다. 얼마전에 보여드린 마쯔다 6도 그렇고 왜건들이 "우리 아직 안 죽었거든"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SUV의 파상 공세에 맞서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거나 되찾아 올 수 있을까요? 누군가 농담삼아 그러더군요. "진짜 유럽피언의 마인드를 알려면 왜건을 몰아라" 라고요. 전 이 얘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아직도 왜건... 짐차 같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