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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BMW로부터 들려오는 걱정스런 소식들

 

한국 수입차 시장의 확대에 큰 역할을 하는 메이커 하나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것이 BMW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고향인 독일에서도 BMW의 인기는 높은 편인데요. 인기의 요인이라면 아무래도 연비와 운전의 즐거움이 우선적으로 얘기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BMW의 여러 변화의 징후들이 자꾸 드러나면서 왠지 좀 걱정되는, 뭐랄까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중에 저도 포함이 될 수 있겠는데요. 어떤 소식이기에 그러는지 궁금하시죠? 일단 사진 한 장 보여드릴 테니까 같이 본 후에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뭔 차인지 아시겠어요? 제가 정기구독하는 독일 잡지에 실린 BMW VAN의 예상도예요. 눈치 빠른 분들께서는, 너무 눈치가 빠르셔서 "이 거 지난 번에 한 번 다룬, 그리고 컨셉카로 공개가 이미 된 액티브 투어러 아닌가요?" 라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 차 얘기라면 굳이 제가 이렇게 사진을 찍어 올릴 일도 없었을 겁니다.

 

저 위에 보이는 차는 2015년에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패밀리 투어러입니다. 패밀리 투어러? BMW가 '투어러'라는 명칭으로 밴을 만든다는 건 이미 아실 텐데요. 내년에 나올 액티브 투어러가 5인승이라면 패밀리 투어러는 7인승 패밀리 밴을 말합니다. BMW 최초로 5인 이상이 타는 승용차 제작을 하게 되는 것이죠.

 

잡지에서는 뭐 엘레강스하고 스포티브한 그런 7인승 밴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얘기를 했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이 차는 BMW와 MINI의 기술을 적절히 섞은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은 X1의 것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이고요. 심지어 3기통 엔진도 실리게 됩니다. 성능 보다는 연비와 공간이라는 실용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러면 생각하실 겁니다. ' 7인승이든 5인승이든, BMW 본연의 다이나믹함만 유지되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죠. 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기대대로 될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을 하는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뒷바퀴 굴림(후륜)방식이 아닌 앞바퀴 굴림(전륜) 방식을 택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앞바퀴 굴림 보다는 뒷바퀴 굴림이 운전이 더 재밌습니다. 코너를 돌 때도 밖으로 밀리는 현상이 전륜보다 후륜이 덜하죠. 승차감도 좋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문제예요. 그걸 잘 설명해주는 그림이 있어서 보여드릴게요.

 

왼쪽 그림은 현재 BMW의 구성이 이뤄진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엔진은 세로형이고 1열과 2열 좌석 사이로 엔진이랑 미션에서 발생한 힘을 전달하는 긴 추진축이 있습니다. 번호로는 2번이네요. 거기에 이어진 종감속 기어 또 있고요.

 

구조가 이렇다 보니까 보닛은 길고 실내 공간, 특히 뒷쪽 공간은 앞바퀴 굴림 모델보다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를 바꾸면 우측처럼 되는 거죠. 가로형 엔진으로 우선 바뀌면서 전체적으로 실내 공간이 늘어나게 되고, 추진축과 종감속 기어가 없는 곳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줍니다. 여기를 최대한 이용해 눕혔다 폈다 할 수 있는 작은 2인승 좌석이 생겨 3열짜리 7인승이 되는 것이죠.

 

요즘이야 앞바퀴 굴림이나 뒷바퀴 굴림이나 운전의 맛에서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편차가 줄었습니다만, 그래도 이 것 저 것 타보니까 전륜 보다는 후륜이 날렵하고, 전륜 보다는 4륜이 코너링 등에서 부드럽고 그렇더군요. 여기에 7인승임에도 1.5리터 3기통 엔진이 장착됩니다. 가솔린 기준 102~136마력까지의 힘을 낸다는데 아무래도 힘도 부족하고 후륜으로서의 장점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BMW의 느낌은 많이 희석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2.0엔진의 경우는 대신 190~231마력까지 세팅이 된다고 하니까 이 부분에서는 7명을 가득 태워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변화, 우려 보다는 BMW라는 회사가 밴을 만들어 판매를 하겠다는 시도 그 자체에 아쉬움의 목소리들이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외연을 확대하려는 시도 그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다이나믹한 드라이빙을 포기(?)하면서까지 시도되는 것이라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조만간 공개가 될 전기차 i시리즈의 경우도 i8 말고 i3의 경우는 도심용 고급(비싼) 전기차로 태어나는데, 이 것 역시 BMW의 정체성과 그닥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순 없을 거 같습니다. i 시리즈 때문에 몇 년 전에 언급됐던 'BMW Citycar' 계획은 엎어졌습니다.

 

BMW가 이처럼 밴에 새롭게 발을 담그는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아무래도 경쟁사와의 미래 시장 쟁탈전과도 무관치 않나 합니다.

 

이게 2017년에 새로 바뀌게 되는 B클래스 중 'B플러스'라 불리게 될 7인승의 예상도입니다. 특히 디젤 쪽은 르노가 지금처럼 참여를 하고 가솔린 엔진 쪽은 인피니티가 새롭게 가세를 해서 함께 엔진을 제작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르노 닛산 얼라이먼트와 다임러와의 제휴가 점점 확대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쨌든 프리미엄 메이커들의 7인승 밴 출시는 분명히 밴을 만드는 다른 메이커들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싶네요.

 

그런데 BMW 소식 중에서 가장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다음에 나올 1시리즈가 후륜구동방식을 포기하고 전륜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얘기인지 좀 더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이 얘기는, 앞서 말씀드린 패밀리투어러, 액티브 투어러 등에만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1시리즈 해치백, 그리고 2016년쯤 나올 1시리즈 세단 등 모두가 앞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 됩니다.

 

만약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현재 판매가 되고 있는 1시리즈가 콤팩트형 BMW의 마지막 뒷바퀴 굴림 방식이 될 것입니다. 갑자기 후륜이 1시리즈에서 사라진다고 생각을 하니까 점점 정을 떼고 있던 집사람의 구형 1시리즈가 소중하게 보이더군요. 유압식 핸들에 뒷바퀴 굴림이라는, 그나마 전자화 된 부분이 적은 1시리즈의 마지막 모델이 되기 때문인데요.

 

갑자기 아내의 차가 이뻐 보이고 고맙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정리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BMW가 1시리즈급, 그러니까 콤팩트 C세그먼트에서 후륜구동 방식을 버리고 앞바퀴 방식으로 간다. 그리고 일곱 명이나 태울 수 있는 패밀리 밴을 만든다. 3기통 엔진이 적용이 된다." 입니다. 좋게 보자면 실용성을 강조하면서 재미도 유지된다겠고요. 냉정하게 본다면 재미를 버리고 돈을 택했다가 아니겠는가입니다. 너무 심하게 보는 걸까요?

 

어쨌든 라인업의 확대, 구동방식의 변화 등은 BMW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식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계속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는 것으로 귀결이 될지, 아니면 실망으로 나타날지는 차가 나오고 그 차에 대한 평가와 판매가 이뤄지는 것 등을 종합해 자연스럽게 결정되지 않겠나 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미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콤팩트한 차를 사야 한다면, 그 때 저희는 더 이상 BMW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설령 기대 이상의 차가 나온다고 해도 말이죠. 알 수 없는 배신감, 이 묘한 서운함은 도대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