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폭스바겐 골프와 현대 i30로 본 서스펜션 논란

 

현대자동차의 i30와 아반떼는 얼마 전까지 준중형으로 뒷바퀴 서스펜션에 멀티 링크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그러다 신형 아반떼, i30로 바뀌며 토션빔 서스펜션(현가장치)으로 바뀌게 되었죠. 참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도대체 서스펜션의 방식이 바뀐 게 왜 논란이 되었을까요?

 

제가 이미 지난 이 서스펜션 논란을 다시 끄집어 낸 이유는 곧 여러분을 만나게 될 VW 신형 골프와도 조금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관련이냐고요? 일단, 그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서스펜션이라는 것에 대해 살짝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는 분들도 많겠지만 또 자동차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저처럼 잘 모르는 분들 또한 많기 때문에 기본적 내용, 가급적이면 쉽게 풀어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내용은 보여주기 보다는 함께 읽고 생각해 보는 것이라 사진 보다는 글이 더 많음을 양해 바라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이라 열심히 준비했으니 행간을 놓치지 말고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서스펜션이 뭐예요?

서스펜션(현가장치)이라는 건 차체와 타이어를 연결시켜 주는 장치입니다. 사람의 몸으로 치면 발목에 해당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겠습니다만 비중으로 보면 차에 있어서 발목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좁은 의미의 섀시(차대, 엔진, 미션 제외)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고 보면 될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런 장치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우선 도로를 차가 달릴 때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곳은 타이어죠. 이 타이어가 날 것 그대로 받은 충격을 서스펜션이 흡수해 차에 탄 사람들이 최대한 덜 충격을 받도록 해줍니다. 사람이 달릴 때 발목과 무릎 관절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처럼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따라 차의 승차감이 좋거나 나쁘다라고 평가되게 되죠. (승차감 평가 요소는 이외에도 다양합니다.)

 

승차감 부분 외에도 서스펜션은 타이어가 도로와 잘 닿게 해서 직진이든 우회전 좌회전을 하든 최적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균형을 잡아 줍니다. 흔히 접지력을 높인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이 건 운동성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 엔진의 힘을 타이어에 전달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힘의 부분과도 관련이 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소비되는 곳의 특성에 따라 달라요

어쨌거나 서스펜션은 충격을 완화시키고,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이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흔히 하체가 부드럽다 단단하다, 아니면 딱딱하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미국과 같은 곳은 장거리 여행이 많고 주로 직진 주행 등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서스펜션이 좀 부드럽게 조율이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유럽과 같은 곳은 구불구불한 길도 많고 도로도 구운 벽돌 같은 걸로 되어 있는 곳들이 많아 단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6:4 정도로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는데요. 이처럼 차가 소비되는 지역, 그 곳의 환경과 운전자들의 취향에 따라 서스펜션은 조율을 돼 차에 장착이 됩니다. 물론 이건 일반적인 기준에서 드린 얘기입니다.

 

 


서스펜션의 종류

서스펜션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 봤습니다만  역할이라는 건 어떤 서스펜션을 차에 달아주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됩니다. 우선 서스펜션은 크게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과 독립 서스펜션으로 나뉩니다.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은 좌우 바퀴가 하나의 길다란 축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방식인데요. 단순하게 말하면 막대기 하나로 좌우 바퀴가 연결돼 있다 보면 될 겁니다. 이 방식의 대표적인 게 바로 우리가 잘 아는 토션빔입니다.  이건 구조가 아주 간단해서 독립 서스펜션 보다 저렴합니다.


물론 수리도 상대적으로 편하고 비용도 적게 들죠. 강도도 제법 쎄서 타이어의 변형을 적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독립 서스펜션 보다 승차감이 떨어지고 타이어의 접지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이 단순한 토션빔도 어떻게 변화를 주고 어떻게 조율을 해주느냐에 따라 독립 서스펜션 못지 않은 성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토션빔 서스펜션.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 안에서 변형 모델들이 많다.

 

토션 빔이 작은 차량, 앞바퀴 굴림 차의 뒷바퀴들과 연결이 된다면 독립 서스펜션은 앞과 뒤 모두에 사용되는 서스펜션입니다. Y자 형태의 두 개의 암(Arm)으로 연결이 되고 그 사이로 스프링과 쇽업 쇼바(댐퍼)가 자리하게 되는 것이 기본형인 더블 위시본, 두 개의 암 중에서 위에 것( 어퍼암)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스트럿(지주)를 사용한 것이 스트럿, 그리고 암 대신 링크(점)를 이용한 멀티 링크 방식 등, 크게 셋으로 나뉘게 됩니다.


더블 위시본이 제일 복잡하고 부피도 큽니다. 하지만 강하게 잡아주고 일체형 토션빔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고급 스포츠카 등에 많이 쓰입니다. F1 머신들도 이 방식이 적용되죠. 더 쉽게 설명하면 근육질의 두 팔이 타이어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흔히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이라 불리는 것은 이 두 개의 팔뚝 중 하나를 빼고 그 자리에 스트럿을 넣은 방식이고요. 멀티링크는 근육질 팔뚝 대신 여러 개의 팔들이 타이어를 쥐고 있는 형태가 됩니다. 타이어가 독립적일 뿐 아니라 비교적 자유롭게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서 승차감이나 성능에서 토션빔 보다 좋은 방식이라 평가되고 있습니다.

 

더블 위시본. 화살표 표시가 팔뚝 (arm, 암)이다. 복잡하고 크다는 단점.

맥퍼슨 씨가 개발해 이름 붙여진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 상부의 y형 팔뚝이 없다.

멀티 링크 서스펜션의 움직임

이건 좌우로 타이어가 밀리는 scuff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복잡한 얘기는 오늘 하지 않습니다.


 

현대는 왜 멀티링크에서 토션빔으로 바꿨을까?

줄이고 줄였음에도 서스펜션에 대한 얘기가 좀 길었죠? 자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현대 아반떼나 i30는 준중형 모델이고, 최근 모델들은 뒷바퀴와 연결된 서스펜션을 모두 토션빔으로 바꿨습니다. 이 전까지는 멀티 링크였는데 말이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더 좋은 녀석을 빼고 나쁜 녀석을 넣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현대가 이런 비판을 몰랐을까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거라 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선택을 했던 것일까요? 이쯤에서 더모터스타 밴드 회원 중 한 분의 글을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원글이 길어서 제가 내용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좀 줄여 봤는데 우선 읽어 보시죠.

멀티 링크와 토션빔 중 어느 게 낫나. 정답은 “멀티 링크가 토션빔보다 좋다” 입니다. 라고만 하면 너무 허무하지요. 하지만, 허무한 얘기밖에 나올 수 없습니다. 자! 그럼... 좋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핸들링이 좋다? 승차감이 좋다? 안정적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저 나름대로의 정답은 “멀티링크가 토션빔보다 튜닝의 자유도가 큰 시스템이다.” 입니다.

 

i30 한국형과 유럽형을 가지고 논란이 많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후륜서스펜션 기준으로 한국형은 토션빔, 유럽형은 멀티링크입니다. 참고로 미국형도 토션빔입니다. 유럽형에만 멀티링크입니다. 그런데, 저는 먼저 프런트 서스펜션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가장 많이 비교하는 것이 맥퍼슨타입과 멀티링크(or 더블위시본)의 비교입니다. 당연히 멀티링크가 맥퍼슨보다 좋습니다.

 

타이어가 노면과 접촉하면서 범프가 일어나기도 하고, 선회를 할 때는 비틀리기도 하고, 차량의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들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요. 이런 타이어 거동이 발생할 때, 타이어를 지면과 잘 접촉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하지만, 서스펜션의 기구학적 조건에 의해 모든 상황에서 항상 노면과 잘 접촉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구간에서는 잘 접촉하겠지만, 그 영역을 벗어나면 점점 접촉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심하면 지면과 타이어가 접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차량거동이 불안정해지겠지요. 멀티링크는 맥퍼슨보다 노면과 잘 접촉할 수 있는 영역(조건, 상황)이 더 폭넓다 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 지오메트리가 더 중요하지요.

 

잘 튜닝된 맥퍼슨은 왠만한 멀티링크보다 훨씬 성능이 우수합니다. BMW가 요즘 팔리는 최신형보다 한세대 이전 7시리즈에도 맥퍼슨을 사용했습니다. 불과 몇년 전입니다. 7이 맥퍼슨인데 그 이하 차종은 당연히 맥퍼슨이겠지요. 그런데 BMW를 핸들링이 안좋다! 라고 평판을 받아온적이 있나요? 정반대입니다. BMW는 핸들링 성능이 뛰어난 메이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물론, BMW의 맥퍼슨은 로어암을 2개로 분리하여 조금 자유도를 증대한 맥퍼슨 개량형을 사용했었습니다.그래도, 멀티링크보다는 기본적으로 불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결론은 시스템적인 자유도보다 튜닝실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다시 후륜 서스펜션으로 돌아와보죠. 토션빔은 사실 지오메트리 측면에서 튜닝의 제약이 상당히 큽니다. 노면이 고른 도로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요철로나 범프가 좌우로 불규칙하게 생기는 노면, 핸들링을 심하게 하여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에는 멀티 링크보다 노면에 잘 접촉이 되지 못합니다.(상대적으로요..)그런 것들이 차량거동이 불안한 것으로 나타나고, 승차감이 나쁜 것으로 소비자는 인지하게 됩니다.

 

이런 사양들은 원가를 고려하고, 경쟁차의 수준으로 보고 결정하게 됩니다. i30와 동급 차량들을 비교하면, 지역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유럽에서는 C세그먼트로 골프, 포커스, 308, 아스트라, 옥타비아 같은 차종부터 약간 더 비싼 A3, 1시리즈, A클래스 까지 전부 후륜에 멀티링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컴팩트급(주로 세단)으로 세단기준으로 코롤라, 시빅, 포커스(미국형), 제타(미국형), 크루즈, 센트라 같은 차종들은 토션빔을 사용하는 차종이 상당수 입니다. 따라서, 서스펜션 성능이 그 차량의 Sales Point가 아닌 이상 멀티링크를 기피하게 됩니다.

 

미국에 팔리는 VW 제타의 경우에는 저출력(저렴한) 엔진라인업에는 토션빔을, 중급출력 이상에는 멀티링크를 장착하여 동시에 판매하고 있습니다.그런데,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는 골프7세대에도 이런 짓을 했습니다. 유럽에 팔리고 있는 골프7세대에도 저출력(저렴한) 엔진라인업에는 토션빔을, 중급출력이상에는 멀티링크를 장착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경우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정말 궁금합니다. 큰 불만이 없는지요. 그것도 하나의 시장에서 동일한 모델에 등급이 다른 종류의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은 현대보다도 더한 차별화에 놀랜 것이 사실입니다.

 

서스펜션의 차이는 도로환경과 운전패턴에 따라서 느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노면이 고른 도로에서 일상적인 운전을 하는 상황이면(차량이 거동이 많이 발생하지 않겠지요) 토션빔도 무난합니다. 반면에, 노면이 불규칙하거나, 급격한 움직임을 하는 운전, 고속주행시에는 멀티링크가 그 장점을 분명히 발휘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자꾸 허무하고, 두리뭉실한 일반적인 얘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차량의 핸들링 특성, 승차감을 결정하는 인자는 무수히 많습니다. 서스펜션 타입의 차이는 그 수많은 인자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주요한 인자이기는 하지요.

 

결론은 “멀티링크가 토션빔보다 좋은 경향이 있다.” 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서 운전하고 있습니다. “난 그 차이를 느끼는데..” 라는 분은 혹시 같은 차량에서 서스펜션만 다른 조건으로 느껴보셨나요? 혹시 차량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요? 타이어 사이즈가 달라서 생기는 차이는 아닐까요? 만약 같은 차량, 같은 사양으로 그 차이를 명확히 느낀다면, 그 사람은 이미 전문가입니다.



다 읽어 보셨나요? 우선 내용에 나온 지오메트리 같은 단어는 굳이 몰라도 됩니다. 그냥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휠 얼라이먼트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고,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른 내용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현대 i30는 유럽형에만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된다.

지역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차들은 현대 외에도 많다.

토션빔과 멀티링크의 차이를 일상 운전에선 느끼기 어렵다.

토션빔이나 멀티 링크냐는 해당 시장 상황에 맞춰 결정한다.

원가 따진다.


간단히 정리를 해봤지만 위 회원님 내용 중에 확인해드릴 것들이 있는데요. 유럽에서 오펠 아스트라가 멀티링크라 했는데, 토션빔도 쓰입니다. 아니 정확하진 않지만 토션빔만 쓰이지 않나 싶은데요. 제가 본 바로는 토션빔이었습니다.

 

두 번째, 미국식 제타의 경우 GLI와 하이브리드 제외하면 토션빔이 적용됩니다. 해치백 골프는 모두 멀티 링크죠. 또 푸조 308의 경우 한국에선 토션빔인 것으로 압니다. 푸조 308 유럽식은 어떤지 깜빡 잊고 확인 안 했는데, 다를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골프. 회원님의 얘기처럼 토션빔과 멀티 링크로 나뉩니다. 어떻게 나누느냐? 가솔린 기준 122마력 이하는 토션빔을, 그 이상은 멀티 링크를 달아 줍니다. 다만 디젤 중에서 110마력의 TDI 블루모션 모델은 예외적으로 멀티 링크입니다.

 

골프 관련 pdf에서 찾은 후륜 서스펜션 관련 내용.

 

현대는 한국과 미국에선 토션빔을, 유럽에선 멀티 링크 적용이고요. 폴크스바겐은 골프의 경우 한국에서 멀티 링크를 적용합니다. 제타 역시 멀티 링크 서스펜션 장착된 모델이 한국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대차는 우선 원가를 줄이고 시장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또 토션빔의 성능 자체가 많이 개선이 되어서 멀티 링크와 차이가 없다고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또 소비자들 입장에선 승차감이나 성능에서 차이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타이어 등의 변수가 있긴 하겠지만요...

 

 

서스펜션, 세팅이 역시 중요

토션빔과 멀티 링크 서스펜션의 성능 차이에 대해서는 어떤 전문가도 잘 만든 토션빔은 멀티 링크 못지 않다는 얘기에 반론을 펴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들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와 관련해 더모터스타 밴드의 다른 회원의 글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스펜션의 방식이 아니라 세팅에 따라 차는 하늘땅 차이 만큼 특성이 달라지게 때문이죠. 하다못해 휠까지도 변수가 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의 저런 방식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차의 특성에 따라 소비하는 소비층에 따라 타겟을 명확히 잡아 생산 판매하는 방식 말입니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감히 장담하지만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봅니다. 단가를 줄여 조금이라도 회사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게 경영자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서스펜션의 방식보단 어떤 세팅이 중요 한 건가 하는 실례로 머스탱을 들 수 있습니다.

 

머스탱은 토션빔과 비슷한 방식이라 말할 수 있는 라이브 리어 엑슬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6기통부터 심지어 600 마력이 넘는 차까지 사용합니다. 단점도 물론 많습니다. 특히 도로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급가속 시 튕겨 올라 차의 꽁무니가 반차선 옆으로 가기도 합니다. 도로 상태가 좋은 경우 많은 분들이 허접하게 생각하시는 그 서스펜션 방식으로 M3나 911을 위협하며 때론 추월도 해나가죠. 제 결론은 차나 소비층의 성격에 따라 서스펜션의 방식이 아니라 세팅이 차의 특성을 결정 한다 생각 합니다.


서스펜션을 어떻게 세팅했느냐는 굉장히 여러가지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 만들어낸 것이라 같은 서스펜션을 썼어도 차마다 반응이 다르게 나옵니다. 그만큼 세팅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요. 예를 들면 뒷바퀴에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장착한 메르세데스 신형 A클래스의 경우 승차감이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직접 시승을 해보고 내린 결론이고, 독일의 유력 전문지들도 같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푸조 308 같은 차는 토션빔이지만 코너링도 좋고 승차감도 오히려 A클래스에 비해 좋으면 좋았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어지간한 도로 상황에서의 승차감 차이는 서스펜션의 차이 뿐 아니라 그 외 여러가지 요소들(시트, 공간, 타이어 등등)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것, 현대의 토션빔이 과연 세계적인 메이커들의 토션빔에 견줄 만한 그런 것인지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런데요.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원성을 듣는 이유는 이런 기술적인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선택의 여지를 없애버린 것이 더 서운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 밴드의 또 다른 회원의 댓글을 하나 보시겠습니다.

다양한 차들이 토션빔을 쓰고 있고 토션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i30의 토션빔이 짜증나는 것은 하위 트림도 아니고 프리미엄브랜드라고 광고 하면서 라인업에 존재하는 멀티링크를 빼 버렸다는 거죠..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해명이라고 하는 것이 토션빔이 공간 면에서 유리하다 뭐 이러고 있는데.. 설마 유럽 수출형과 국내/미국형의 차체 자체가 다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쩝..



현대차는 확실히 원가를 절감하고, 개선된 토션빔으로 충분히 멀티 링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정 부분 욕을 먹을 각오도 했을 거라고 봐요. 독점적 시장이 주는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골프 역시 토션빔을 달지만 가장 판매 볼륨이 높은 트림들은 모두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이런 선택의 틈이 없어져 버린 것이죠.

 

물론 골프의 이런 방식은 그대로 차의 가격에 반영이 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만약 정말 토션빔과 멀티 링크의 차이가 없다면 굳이 비싼 멀티 링크를 달지 말고 토션빔으로 다 달지 왜? 라고 반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독일에선 이미 이미 올 1월 한 자동차 전문지가 이 부분을 놓고 테스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똑같은 골프인데 토션빔이 장착된 것과 멀티 링크가 장착된 것을 가지고 비교 테스트를 한 것이죠. 하면서  결론은 당연히 멀티 링크가 더 편안하고 다이나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골프 후륜 멀티 링크 서스펜션

골프 후륜 토션 빔 서스펜션

auto motor und sport의 비교테스트 장면

물론 테스트는 슬라롬이나 여러가지 극단적 상황들을 만들어 놓고 차를 한계치까지 몰고가 그 차이를 찾았을 것입니다. 맨 처음 회원의 글도 그런 의미와 무관치 않다 봅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토션빔과 멀티 링크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다는…하지만 그렇다 해도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과연 그 차이를 우리가 얼마나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겠죠.

 

 

서스펜션 문제, 3가지 관점의 문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말도 저는 일리가 있고, 차이가 느껴진다는 소비자들의 원성도 이해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 내 소비자들 현대에 대한 원성은 단순히 서스펜션의 구조나 세팅의 문제가 아닌, 제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에서 비롯된 것들임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차는 준중형 후륜 서스펜션으로 토션빔을 선택했습니다. 이건 <선택의 문제>라 부르겠습니다. 현대차 뿐 아니라 다른 메이커들도 지역에 따라 가격에 따라 트림에 따라 토션빔을 달거나 아니면 멀티 링크를 달거나 합니다.

 

그리고 그 토션빔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얘기가 됩니다. 이건 <조율, 세팅의 문제>입니다. 어떤 기술력으로 어떻게 세팅을 했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많이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까지가 제조사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들의 <인식의 문제>입니다. 현대가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채택했지만 내수 고객들이 현대차에 갖고 있는 불신, 그 인식에 대한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고민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현대가 준중형에 토션빔을 단 것, 그것이 주는 기술적 차이를 가지고 비판하는 분들 보다는 바로 현대차에 대한 불신에 따른 비판과 저항이 더 큰 것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해외에서 경쟁 업체들과 싸워야 하는 것 못지않게 내수시장 고객들이 갖고 있는 그 높은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에 이제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 진정성 있는 노력이 계속 될 때 토션빔이나 멀티 링크냐의 논란도 사라질 거라 봅니다. 

 

기술적인 부분 최대한 배제하고 쉽게 이야기를 풀어보려 했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뭔 소리인가 하시겠지만, 합리적 비판의 길을 마련해 보고 싶었다는, 그리고 그런 건강한 소비자들의 주장이 펼쳐질 때 제조사 역시 오해가 있다면 소비자에게 빨리 다가가 그 오해를 풀고, 지적이 맞다면 인정하는 그런 공감의 태도가 있어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준비해본 내용이었습니다. 긴 글 읽느라 고생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