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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급발진 관련 국토부 분들, 그러시는 거 아녜요

 

1980년대 들어서며 미국에서는 이전에 없던 일들이 발생합니다. 차들이 흔히 말하는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현상에 의해 사고가 나기 시작한 것이죠. 80년대 후반에 1년 동안 조사를 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일어났고 원인 규명에 역시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들면서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들이 자꾸 보고 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정확이 100%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자동변속기 차량들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는데요.

 

1997년 추운 겨울 한 주차관리원이 손님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주차관리원은 제조사의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라며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까지 가는 긴 싸움을 벌였지만 2004년, 안타깝게도 원고 패소판결을 최종 확정받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자동차 급발진 관련한 첫 번째 재판 결과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명시된 대법원 판례의 첫 번째 경우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급발진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들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토차량들이 일반화 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들인데요.

 

유럽의 경우는 어떨까요? 급히 포스팅을 준비하느라 자세히 찾아 보진 않았지만 유럽에서도 이런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문제가 이슈화 되지는 않는 같습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일어난 급발진 추정 사건을 다룬 지역 언론 화면입니다. 탑승자 두 명 모두 사망을 한 사건인데요. 목격자들에 따르면 갑자기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차가 무모한 돌진을 시작했고, 이내 40센티미터 두께의 시멘트 구조물과 충돌을 했다고 합니다. 작년 10월 뉴스네요.

묀헨글라드바흐라는 독일 도시에서 일어난 또 다른 사건인데, 이 경우는 후진하려던 차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가며 행인을 치고 구조물을 부순 뒤 멈춰선 사건입니다. 다만, 운전자가 팔순의 노인이셔서 어떤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국토부 테스트 신뢰할 만한가?

이처럼 급발진 추정 사건들은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발생됩니다. 당연히 운전자들은 늘 불안감을 품고 차량을 운행하게 되죠. 특히 오토매틱 가솔린 차량들에게서 집중적으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서 이에 해당되는 운전자들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이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처럼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국토교통부의 주관으로 열린 급발진 재현 실험 결과가 언론에 의해 발표됐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차량의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죠. 급발진 재현 테스트를 실시한 담당 공무원들의 발언이 함께 공개되면서 결과도 결과지만 그들의 태도와 반응에 많은 분들이 분노를 하고 말았는데요. 저 역시 너무 어이가 없어서 결국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그럼 어떤 발언들이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들었을까요? 우선 그 내용을 분석해보기 전에, 제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 이유는 대략 이렇습니다. 이번 테스트의 경우 급발진으로 의심된다는 사례들을 우선 접수 받아 진행했습니다. 그게 6건, 그리고 급발진 연구회라는 곳에서 제기한 케이스, 그리고 2010년 토요타 급발진 의심 사건, 이렇게 총 8건에 대해 재현을 시도한 것이죠.

 

차 안에 습도를 높이고 ECU에 물을 뿌리는 등의 인위적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급발진 가능성 여부를 테스트했고, 그밖에 엔진 제어장치에 전기 충격을 가한다든지, 진공배력장치 문제 때문에 스로틀 밸브를 최대 개방한 경우 등, 의심이 제기된 상황을 말 그대로 인위적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이러한 문제로 급가속이 된 거 같다”고 주장한 분들의 주장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그걸 가정해 상황을 만들었다고 해서 실제 사고 시 발생될 수 있는 무수한 변수들, 예외 상황을 어찌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것들이 전혀 고려가 안된 실험을 통해 단번에 결론을 내린다는 건 정말 너무나 성급한 태도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제기된 급발진 의혹 상황들을 재현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점검해본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급발진이 없다고 단정을 지을 수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또 국토부 입장과 반대에 있는 전문가 집단들과의 긴밀한 협의 과정 없이 단독으로 진행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차라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어떤 각오와 의지를 가지고 차분하고 세밀하게 준비하고 진행했어야 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관계자들의 문제적 발언

그런데 이 급발진과 관련한 기술적 결론 못지 않게 화가난 것은 급발진 재현에 참여하고 그것을 진행한 국토부 관계자들의 발언과 태도에 대한 부분입니다. 조선비즈에 실린 기사의 한 부분을 보면 이렇습니다. (기사 인용에 문제가 있다면 내리도록 할게요.)

박종흠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실험은 우리가 하고 싶어 한 게 아니라 외부에서 말이 너무 많아서 진행한 것” “정부 입장에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방안을 찾다 조사와 실험을 하게 된 것” 이라고 말했다.

윤진환 자동차 운영과장은 “ 어차피 (이번에) 조사를 한 것도 국회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어서 한 것”이라며 “정부는 무한책임이기 때문에 못 밝혀낸 것도 무능하다고 한다면 항변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확하게 어떤 뉘앙스로 저런 발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드러난 내용만 놓고 보면 저분들은 자신들의 이 문제를 풀겠다는 자발적 의지를 갖고 한 것이 아님이 드러납니다. 여론이 그러니까, 국회에서 압박을 가하니까, 그냥 마지 못해 한 것이란 거죠.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더 황당한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

 

박종흠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급발진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란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자동차 안전 연구원이 실험한 결과로는 급발진처럼 보이지만 가속폐달 오작동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나왔고 자동차의 기계적, 전자적 결함으로 일어났다는 결과는 얻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권석창 자동차정책기획단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모랄해제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어 자기가 실수를 했거나 확신범인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있다)”며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하지만 심지어 엑셀레이터를 깨질 정도로 세게 밟는 경우도 있었다.” 고 말했다.

권 단장은 “그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며 혼동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윤과장은 “작년 5월 민간 합동 조사반이 6차례 조사를 진행했고 이번에 모의실험까지 했다. 대부분의 상황을 가정해서 진행했지만, 급발진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급발진 주장은)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과실을 덮으려고 한 것일 수도 있으며 정부로서는 객관적 물증이 없기 때문에 급발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고 말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며, 국민의 안위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의 말씀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한마디로 급발진은 없으며,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오작동을 해놓고 도덕적 해이로 자신의 잘못을 급발진으로 묻히려고 하는 수작이다. 뭐 이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참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설령 급발진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이 있고, 기술적으로 증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요 그것도 언론들 앞에서 말이죠. 저는 이 얘기를 들으면서 ‘그러면, 누가 봐도 급발진이 의심되는 상황을 그들의 말처럼 가속페달 오작동으로 똑같이 재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대구 yf 쏘나타 급발진 추정 사건 (작년 5월) 과 같은 것이죠.

 


과연 출발 시 상황, 그리고 충돌까지 상황을 최대한 같은 조건에 놓고 가속페달로만으로 똑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국토부의 주장에 훨씬 힘이 실릴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모든 조사에서 급발진 의심을 만한 결과가 안 나왔다고 그분들이 말을 했는데요. 2009년인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급발진이라고 단정을 짓진 않았지만 제조사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적이 있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던 차가 갑자기 돌진해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는 도로환경임에도 30미터의 거리를 굉음을 내며 질주해 화단벽을 받은 사건인데요.

 

조사 끝에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이게 급가속에 의한 사건이라고 결론짓지는 않았지만 배생의 책임이 제조사에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합리적 분석을 통해 판결이 내려진 경우조차 운전자 과실이다라고 국토부 관계자들께서는 이야기를 하실런지요.

 

 

 

제조사 보다 정부, 제도의 문제가 더 크다

지난 번 현대차 화재사건을 포스팅해서 많은 분들이 분노를 하셨습니다. 그 때도 제가 목소리를 높였던 부분이 제조사의 대응 태도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고개를 뻣뻣히 들고 소비자들을 무시할 수 있게끔 수수방관하고 있는 제도의 문제점이었죠. 사실 어떤 자동차 회사도 이런 상황에서 순순히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규모 조직과 맞설 수 있게 제도가 마련된다면 국민도 해볼 만한 싸움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제조물책임법은 기계,전자공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자동차의 어떤 문제를 소비자들이 입증을 하게끔 되어 있죠. 미국과 같은 곳은 제조사가 입증을 해야 합니다. 그런 것의 대표적인 예가 레몬법 같은 거 아니겠어요? 또 차량 문제에 따른 소송이 제기됐을 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배상금을 물리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미국 투스카니 운전자가 에어백 미작동에 따른 사고로 현대자동차가 159억을 물어줘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죠. 반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요?

 

모든 게 기업 위주로 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국민이나 일반 운전자가 아닌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시선이 만일 억울하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국민에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파헤치는 열정을 보여 줘야 합니다. 제도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소비자들을 위한, 그런 약자 중심의 법으로 바뀌어야 하고, 담당자들은 내 일처럼 뛰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설혹 원인 규명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오히려 수고했다며 박수 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만약 국토부가 직접 이런 급발진 관련한 규명이 어렵다고 한다면 제 3의 객관성이 담보된 규명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일년에 800건 이상의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접수되는 상황에서 이런 항시기구가 만들어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조치가 아닌가 하고요. 정부는 이런 기관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을 뒷받침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라도 개선되지 않으면 이 불공평한 평행선(제조사와 소비자의 대립)은 결고 맞닿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까지 위에 관계자들이 했던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한다는데, 저 분들은 말 한 마디로 국민을 적으로 돌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말이, 참으로 무색해 보이네요. (다음 포스팅은 좀 가벼운 내용으로 준비해야겠어요. 연속으로 너무 무거운 내용을 다뤘더니 제가 다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