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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포르쉐 918 스파이더로 본 황당 옵션의 세계

 

자동차 구매에서 옵션은 말 그대로 선택품목입니다. 내가 필요하다 싶으면 넣고 없다고 생각하면 뺄 수 있는 거죠. 나만의 차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건데요. 아,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보통의 경우는 운전자가 완벽하게 자신의 차를 나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구성하기가 어렵죠. 메이커에 따라선 이게 가능한 곳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고급차들에 해당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양산 메이커 중에서도 이런 선택의 길을 열어 준 곳이 있긴 하지만 이럴 경우 차량의 생산 과정에서 시간이 더 소모되고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대개는 제조사에서 적절하게 묶어 놓은 패키지 옵션 중 선택을 하게 됩니다. 뭐 여기서 이제 끼워팔기다 뭐다 하는 등의 논란이 나올 수 있는 건데요. 근데 오늘은 이런 옵션의 세계 중에서도 초호화판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호화로운 옵션이라고 한다면 역시 비싼 차, 흔하지 않은 자동차에서 얘기가 될 겁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차의 옵션 이야기인데요. 아마 스케치북다이어리가 아니면 듣기 어려운 그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이 차 아시죠? 몇 년 전에 소개된 포르쉐 918 스파이더 컨셉트 카입니다. 바퀴 쪽을 보시면 알겠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처음 이 차의 제원이 공개됐을 때 참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요. 특히 연비가 유럽 기준 리터당 33.3km라는 점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8기통 4.6리터 엔진에 전기모터가 두 개 들어가고, 그래서 자그마치 770마력의 힘을 낼 수 있는 수퍼카죠. 차의 무게중심도 매우 낮고, 앞뒤 무게 배분도 4:6 정도로, 한 마디로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굉장한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딱 봐도 범상치 않죠? 차체도 탄소섬유 강화 폴리머라는 걸로 제작이 돼 가볍고 강성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보통 이런 차들의 경우 충돌 사고가 나도 차가 공중회전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화재로 순식간에 전소가 되지 않는 이상 운전석과 보조석 주변은 철저하게 보호가 됩니다. 다 찌그러져도 시트 주변은 보호가 잘 된다는 거죠.

 

어쨌든 이 컨셉카가 모토쇼를 통해 공개되고 잠시 소식이 뜸하다 싶더니 작년에 과거 레이싱에 참여해 유명했던 마티니룩 디자인을 한 918 스파이더를 공개해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황홀하기 그지없습니다. 보기만 해도 이런데 이런 차를 소유하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판매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궁금해서 포르쉐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려고 했더니 918 판매 관련한 내용이 없더군요. '아직 판매를 안 하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현재 주문을 받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됐습니다. 단, 일반인들이 직접 포르쉐 측에 주문을 할 상황은 아니고요. 내부적인 라인을 통해 은밀히 진행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차는 918대밖에 판매를 안하는 한정판이예요. 전세계적으로 딱 918대만 만들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면 구매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아니면 나중에 돈을 더 주고 중고차를 사는 방법이 있겠지만 돈 있는 사람들, 차 좋아하는 사람들, 차를 수집하는 이들에겐 자기 이름으로 주문서를 작성하는 것 외엔 관심이 없을 거예요.

 

모나코 럭셔리 박람회에 출현했을 때의 사진들. 구글이미지

 

일단 이 차의 기본 가격은 이미 공개가 된 상태죠. 유로로 약 64만 유로. 미국 달러로 84만 5천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9억 7천만 원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이 금액은 기본가예요. 그냥 추가로 품목을 넣지 않았을 때 가격이 이렇다라는 것이고 풀옵션을 하게 되면 미화 백만 달러가 넘어가게 됩니다. 우리 돈으로 12억에 가깝게 되는 거죠. 

 

사실 포르쉐하면 옵션질의 진정한 제왕이 아니겠느냐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장사 잘하는 브랜드가 포르쉐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너무 해처먹는  남겨 먹는 게 아니냐 하는 쓴소리도 들을 수 있는 브랜드 이기도 합니다. 양산형 메이커들 처럼 팔면서 수퍼카들 처럼 마진이 좋은,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거죠. 

 

어쨌든...  이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918 스파이더를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또 철저한 보안 속에서 주문을 하게 되더라도 바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1년 반 정도를 인내하며 기다려야 됩니다. 그러니까 2015년식 모델로 2014년 하반기에 주문한 이들에게 인도가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입수한 이 차의 옵션표를 보면서 정말 '헉'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양 하나 하나의 가격이 엄청났기 때문이죠.

 

옵션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라고 혹시 생각할 분들이 계실까봐 제가 나름 구성을 해봤습니다. 우선 낮은 가격의 사양을 몇 개 알려드린 후에, 금액이 쎈 것들의 경우 그 옵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들이 대충 뭐가 있는지를 한 번 조사해 본 것입니다. <저 옵션을 사는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차들> 쯤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럼 한 번 계산을 해볼까요?

 

 

일렉트릭 히팅 시스템 

4540유로/ 6,000달러 / 약 7백만 원

전기모드로 주행할 때는 엔진 열기로 히팅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 일렉트릭 컴포트 히팅이란 이름의 시스템인데요.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로(?) 가격치곤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이게 가장 작은 단위의 옵션 가격이라면, 일단 감이 오시죠? 

 

 

카본 패키지 

5,300유로 / 약 7,000달러 (미화 기준)/ 약 8백10만 원

카본을 여기저기 입히는 금액이 우리 돈으로 8백만 원 가량 됩니다. 얼마나 충실히(?) 카본을 씌워줬느냐에 따라 만족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론트 액슬 리프트 시스템 

약 8,000유로 / 10,500달러 / 약 1,210만 원

지상고가 낮은 스포츠카들의 경우 잘못하면 앞 범퍼가 땅에 닿아 긁히거나 부딪혀 부셔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쪽이 들리는 시스템을 적용하는데요. 이게 바로 그런 것입니다. 시속 40~50km/h까지에서 30mm 정도 차 앞부분을 들어 올리게 됩니다. 뭐 쉽게 설명드리면 도로방지턱 지날 때 안 망가지게 하기 위해 쓰이는 옵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꼭 필요하겠네요.

 

 

가방 세트  

약 15,000유로 / 20,000달러 / 2,300만 원

명품 가방 아시죠? 수퍼카들 중에는 이런 명품 가방 업체들과 손잡고 이런 옵션들을 팔기도 합니다. 정확히 어떤 브랜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개의, 다양한 용도의 가방과 수납케이스 등을 세트로 묶어서 이 가격에 판매를 한다고 하는군요. 사치의 극치를 달린다는 생각입니다.  3가지 옵션을 더 보여드릴 텐데요. 이제부터는 그 옵션 구입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차들이 뭐가 있는지, 자동차라 이해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가죽 옵션 

 19,700유로/ 26,000달러 / 한화 약 3,000만 원

 

쏘나타나 기아 K5를 살 수 있고 VW 폴로는 이 돈으로 사고 500만 원 정도 남길 수 있기까지 합니다. "아니 옵션 좀 넣고 세금 계산하고 이런 저런 거 따지면 더 되는데요? 틀리셨어요!" 웃자고 쓴 글에 죽자고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 없길 바라겠습니다. 대략 이 정도 금액이면 이런 류의 차량 구매가 가능하다...이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다음은 어떤 옵션일까요?

 

 

마그네슘 휠 

 24,000유로 / 미화 32,000불 / 한화 약 3,700만 원

 

20, 21인치 짜리 마그네슘 휠 선택하는 금액이면 인피니티 G, 혼다 CR-V, 현대 싼타페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랜져도 가능하더군요. 자료에 따르면 마그네슘 휠을 장착하면 차량 무게를 15kg 정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경량화가 아무리 중요해도 저거 줄이자고 이런 거금을 들인다는 게...아 물론 스타일은 살아 있습니다. ^^ 

 

 

크롬블루 바디 칼라 

 약 47,500유로 / 미화 63,000불 / 한화 약 7,300만 원

 

918 스파이더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두 가지의 특수 색상 옵션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크롬블루인데 이걸 선택하는 금액이면 E클래스, 인피니티 JX, 그리고 아우디 Q5 등의 차량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내용에 보면 10번을 덧칠하는 매우 특별한 도색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요. 얼마나 특별할지 궁금하긴 합니다. (물론 여기 언급한 E클래스나 JX, Q5 등은 엔진이나 옵션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를 수 있으니 반드시라고 할 순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고급 차들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옵션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요. 이런 고가 옵션은 꼭 918 스파이더에만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비싼 차들은 대체로 다 비슷한 옵션 가격 수준을 하고 있다 보면 될 거예요. 이런 게 능력 되는 재력가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힘이고, 또 그렇게 해야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는 자와 사는 자들의 욕망이 맞아 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어쨌든 오늘 두 가지 관심 포인트는, 우선 918 스파이더가 드디어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옵션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거... 아직 공개가 안된 내용들이라 좀 조심스러웠지만, 그냥 이런 세상도 있구나..하면서 가볍게 보셨길 바라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아참!! 계속 보여드린 마니티 룩 있죠? 이 것처럼 도색하는데 드는 비용은 1,600만 원만 더 내시면 됩니다. 다만 다른 패키지를 추가로 선택해야지만 마티니 레이싱 도색이 가능하다는 거...과연 옵션질의 제왕답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