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신형 5시리즈는 왜 소극적 변화를 택했을까?

 

엊그제 부분변경된 BMW 5시리즈가 공개됐습니다 가격만 빼고요. 가격은 약간 현재 모델 보다 오를 거라고 예상 들을 하고 있네요. 세단, 왜건, GT까지 다 2014년형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2009년에 첫 F10 모델이 나왔으니까 4년이 채 안된 그런 시점이군요. 물론 공식적인 데뷔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될 겁니다.그런데 말이죠. 얼핏 봐선 신형과 현재 모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구분이 잘 안됩니다. 아주 소극적(?) 변화를 꾀한 것이죠.

 

일단 위에 사진이 이번에 공개된 신형이고 아래의 것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델입니다. 숨은그림찾기 같죠? 잘 찾아 보시라고 다시 사진을 비교해서 올립니다. 앞과 뒤 같이 보여드릴게요.

 

이게 정면 사진이고요.

 

이게 뒷면 사진입니다. 신형 그리고 현재 모델 순서인데 변화된 지점을 찾으셨나요? 정답은 독일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인 모터톡(motor talk)에 실린 사진으로 확인시켜 드릴게요.

 

우선 사이드미러에 깜빡이 등이 현재 모델엔 없는데 이번 신형엔 기본 적용이 됐죠. 두 번째는 헤드램프의 변화고 마지막은 에어인테이크라고 하는 공기 흡입구 디자인이 바뀌어 있습니다. 뒷모습은 어지간히 고개드밀고 봐서는 못 찾아 낼 수준인데요. 헤드램프나 리어램프 모두 램프 커버 형태 보다는 그 안 쪽의 기능의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스타일 보다는 보이지 않는 기능들을 다듬고 추가했다는 그런 얘기가 되겠죠. (사실 계속 보다 보면 차이가 제법 느껴지실 겁니다. 신형이 좀 더 엣지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헤드램프의 경우 새 모델은 기본으로 제논 어댑티드가 적용됐습니다. 옵션이 아니라 기본장착이라는 게 기존과 다른데요. 단 LED램프는 옵션입니다. 특히 사람과 동물 등, 밤에 운전자가 놓칠 수 있는 대상을 감지하는 센서 등이 새롭게 적용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뿐 아니라 인터넷 기능이 보강돼 차 안에서 이메일과 SNS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분들에겐 적용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장형 내비게이션의 성능도 더 강화됐다고 하는군요. 또 왜건의 경우는 트렁크 용량도 현재 것보다 더 늘어났습니다. 거기다 공기저항계수도 0.28cW에서 0.25cW로 낮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엔진 라인업에는 없던 518d가 추가됐다는 건데요. 520d 보다 연비효율성이 더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럼 왜 518d를 넣었느냐?  가격 때문이죠. 5시리즈 구입 문턱을 더 낮췄다는 그런 의미로 보시면 될 겁니다.

 

어떠세요, 이정도면 겉으로 보여지는 것 이상의 성능적 변화가 이뤄졌죠?  그런데 이런 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면 '이왕 외관도 더 눈에 띄게 바꿔줬다면 좋았을 텐데 왜 숨은그림찾기를 할 정도의 소극적인 변화만 주었을까요?'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문에 독일의 모 매체에서 답을 내놨는데요. 바로 중고차 가격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에게 겨우 그런 이유였어? 라고 말씀하실지 모르지만 고급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사실 이건 양산 메이커 보더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쉽게 말해 디자인을 많이 바꾸면 바꿀수록  이전 모델의 중고차 가치는 떨어지게 되는데요. 그 폭을 최소화 해야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를 차후에 이끌어 낼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동차 스타일이 트렌드에 민감하다고는 해도 기존 모델을 구입한 고객들이 불과 1~2년 사이에 자신들의 차가 구형 취급을, 그것도 제조사의 급격한 변화모드로 인해 받게 된다면 그 회사에 대한 믿음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프리미엄이나 럭셔리가 더 합니다. 비싼 돈 주고 차를 사는 고객들이 갖는 높은 기대치를 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포르쉐 같은 차 보세요. 부분변경도 아니고 완전히 세대가 달라진 모델인데도 한참을 봐야 겨우 뭐가 바뀌었나 알 정도잖습니까. 위에 사진은 전 세대 911 (997)이고 아래 것은 현재 판매가 되고 있는 911 (991)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997 오너들을 위한 배려라는 그런 얘깁니다. (포르쉐는 너무 안 변해서 또 탈이긴 하죠) 어쨌든 자동차 회사들은 대개 스타일은 변화폭을 줄이고 대신 기능과 성능에서 기대를 충족시키는 전략을 부분변경 모델에서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부분변경 모델 이후에 등장할 다음 세대의 디자인 변화는 지금 보다는 더 클 것입니다. 풀체인지땐 또 그에 맞는 기대치라는 게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마이너 체인지라고 해도 그 안에 아주 섬세한 고객에 대한 배려가 숨어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이번 부분 변경 모델은 기존 고객을 적절히 배려하면서 또한 새로운 고객들에게도 '새로움'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절묘한 지점을 BMW가 찾아낸 거라 봅니다. 참 영리한 감각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