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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포니 탄생 40주년, 현대차는 그냥 넘길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는 고종 임금께서 타셨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긴 편이지만 산업으로서의 역사는 그리 길지 못합니다. 이런 짧은 시간 속에서도 역사를 빛내주는 자동차들은 분명 있는 법인데요. 현대자동차 포니도 그런 의미 있는 차들 중 하나입니다. 내년이 되면 현대자동차가 이 차를 선보인 지 40년이 되게 됩니다. 비루(?)한 시절 그래도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 모델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고 세계 수출의 길까지 터주었던 그런 모델이었죠.

74년 모토쇼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포니는 미쓰비시의 엔진이 올려졌고 이태리의 카로체리아 중 하나인 이탈디자인의 조르지오 주지아로의 손에 의해 디자인됐습니다. VW 골프를 디자인한 주지아로의 자기복제 논란도 있지만 어쨌든 후륜구동의 이 준중형급 해치백은 대한민국의 첫 번째 독자 모델이기에 우리에게도, 또 현대차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저는 포니하면 아직도 말 엠블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두 번째 사진 리어램프 사이에 말 보이시죠?)

 

참 재미 있는 게, 제가 포니와 관련한 새로운 기사가 없나 싶어 구글 검색을 하다 어떤 글을 하나 찾아 읽게 됐습니다. 뭔가 공감도 가고 좀 익숙한 글이다 싶어 봤더니 제가 2년 전 이맘 때 해외 한인 언론 한 곳에 올린 컬럼형식의 글이더군요;;; (자기 글도 못 알아 봅니다. ㅜ.ㅜ) 이미 그 때 포니를 다시 출시해보면 어떻겠냐는 그런 의견을 내고 있었던 거죠.

 

아마 그 때가 레트로 카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높았던 시기여서 포니 얘기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2년 만에 다시 같은 차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요. 하지만 이번엔 단순히 레트로 카 흐름에 동참해달라는 의미로만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현대차가 높아진 위상만큼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 역사에 대해 좀 더 책임감을 가져 달라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 차가 뭔지 아시죠? 피아트500 오리지널 모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피아트500 NUOVA라고 하고요. 더 정확히 하면 사진 속의 차는 60년형 누오바 D모델입니다. 피아트500이란 이름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피아트500의 형태는 1957년 피아트500 누오바가 원조라 하겠습니다. 단테 지아코사라는 디자인의 명작이죠.

 

이 건 72년형 피아트500S 모델인데, 정말 정말 귀엽지 않습니까? 아무리 봐도 질리지도 않고 사랑스러운 찹니다. 판매도 잘 되고 (75년까지 400만 대가 넘게 팔림) 이태리 피아트사의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단종이 되는데 다시 2007년 하반기부터 레트로룩을 한 새로운 피아트500이 유럽에 등장했습니다.

 

이게 최근에 나온 피아트500의 모습이죠. 고속 주행에 맞게 하체가 단단하고 안정감 있게 넓어지긴 했어도 가급적 원형을 유지하려 무척 애를 쓴 레트로 자동차로 우리 앞에 다시 찾아 왔습니다. 한국에선 이런 저런 이유로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유럽에선 신형이 아주 자알~ 팔리고 있습니다. 차가 안락하거나 상대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이진 않아도 피아트500이라는 그 이름은, 전통은 무시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피아트는 자신들의 대표적 모델을 멋지게 되살려 냈고, 그 덕에 미국과 같은 큰 차를 선호하는 나라에서도 예상 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젊은 층에게 어필을 하고 있지만 피아트500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팬층 또한 제법 두텁게 형성되어 있기도 하죠.  늘 이 차를 볼 때 마다 한국의 옛 모델들도 다시 이렇게 태어나며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차가 또 있죠.

 

59년형 오스틴 미니입니다. 미니의 시작이 59년이죠. 알렉 이시고나스라는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이 차 역시 아주 작고 귀여운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입니다.

 

이건 로버 시절의 1992년형 미니입니다. 조금씩 디자인이 바뀌어 가고 소유 회사도 달라졌지만 미니는 역시 미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 존재감은 확실했고, BMW에 의해 이젠 확고히 소형의 강자로, 히트상품으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사실 요즘 나오는 미니는 예전 미니 만큼 귀엽거나 하는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명성만큼은 더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부족하지 않다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형 수입차에선 거의 절대적인 위치에 놓여 있고요. 어쨌든 원형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이처럼 코딱지 만한 차들만 레트로룩을 취하고 자신들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느냐? 그건 아닙니다.

 

72년형 쉐보레 카마로인데, 멋지죠? 비록 디자인에선 앞서 보여드린 두 모델 보다 크지만 카마로라는 이름 만큼은 계속 살리며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꾸준히 자동차를 발전 생산해 내며 자신들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거죠.

 

어디 이 차들 뿐이겠습니까? 토요타 역시 최근에 토요타 GT86을 내놓으며 과거를 되살려 놓았습니다. 혼다는 전설과도 같은 NSX를 조만간 다시 내놓을 예정이죠. 푸조도 최근엔 한 때 회사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08 GTI를 내놓았습니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비틀이야 말해 뭣하겠습니까...

 

이처럼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 해 준 모델들을 계속 이어오거나 아니면 되살려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추억을 되씹게 하는 노스텔지어로만 볼 수 없을 거예요. 자신들이 전통있는 자동차 회사임을 알리는 의미도, 또 되살아난 그 모델 고유의 브랜드를 통해 회사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젊은 고객들에겐 새로움으로, 옛 고객들에겐 즐거운 과거와의 조우를 하게 해주겠죠. 감성 마케팅이란 측면에서, 충성고객을 다지는 측면에서, 여러 면에서 가치 있는 방법이 바로 레트로 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현기차도 이런 흐름, 이런 마케팅에 동참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도의 대상으로 포니는 매우 의미 있습니다. 40주년을 맞는 최초의 우리나라 독자 모델이 다시 우리 앞에 온다고 생각해보세요. 만약 판매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면 한정 기념판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차를 팔아 얼마의 돈을 당장 벌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세우고 현대차를 타는 이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이런 방법은 결국 장기적 관점엥서 현대의 경쟁력을, 브랜드 가치를 더 키워줄 것입니다. 

 

현대는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고객들의 감성을 붙잡길 바랍니다. 단순히 몇 주년 기념식이나 조촐하게 하고 광고 몇 번 내보내는 것으로 끝내지 말길 바랍니다. 자신들의 전통과 역사를 전달하는데 소홀한 자동차 회사의 차는, 그게 아무리 좋은 모델이라고 해도 저같은 이들에겐 진심어리게 와 닿지 않는다는 걸 이해했음 합니다. 얼마 전 독일에선 'VW 골프 만남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 매년 휴양 도시에서 며칠 동안 골프 오너들,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축제를 벌이는 건데요.

 

이 때 제조사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골프 오너들과 함께 축제를 즐깁니다. 차를 파는 자와 사는 사람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골프라는 자동차를 즐기고 누리는 하나의 덩어리로 되는 자리인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날이 왔음 좋겠습니다. 못할 것 없어요. 중요한 건 현대차의 의지와 인식의 변화 아니겠습니까? 부디 더 길고 긴 시간을 굳건히 려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넓게 다르게 각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되었음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포니 다시 우리에게 돌려 줄 순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