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힘들고 고생했던 시절을 잘 알고 있는 어른들이나, 그런 분들로부터 한국이 어떻게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훌륭한 경쟁력을 가진 나라인지를 들어온 젊은이들, 그리고 저처럼 해외살이 하면서 우리나라 것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지지를 하는 사람들에겐 삼성과 현대차 등은 자랑의 거리가 됩니다.
국내에서 얘기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한다면 그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 더 커지게 되죠. 자동차만 따로 놓고 보면, 그리고 자동차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독일에서, 그리고 그런 독일의 자동차 여론을 주도하는 강력한 자동차전문지들이 한국차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는 요즘에는 어깨에 힘을 제대로 주게 됩니다.
이런 변화를 저는 독일 자동차전문지들이 한국차를 다루는 횟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정말 한 주에 최소한 한 번 이상은 한국차 얘기가 독일의 어느 자동차잡지에서는 다뤄지고 있을 거라고 하면 틀림이 없을 만큼 그 빈도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잡지가 바로 유럽 최대 전문지인 아우토빌트입니다. 지난 주와 이번 주 잡지에선 현대와 기아차 얘기가 여러 개 올라왔습니다. 쉐보레 크루즈 왜건은 오펠과 비교테스트 했고, 독일인들이 쉐보레 크루즈 왜건을 타본 소감을 또 밝혔습니다. 이 내용은 며칠 후에 포스팅해 드릴게요.
오늘은 이 내용들 중 현기차와 관련된 짧은 내용들을 묶어 봤습니다. 별개의 내용들이지만 그 내용은 묘하게 어떤 지점을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더군요. 그러면 유럽최대 전문지가 다룬 2주간의 한국차 얘기는 뭐였는지 간단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국의 S클래스"
현대차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차로 평가받는 대표적 대한민국 플래그십입니다. 디자인에 대해선 처음 나왔을 때부터 참 말이 많았는데요. 과연 아우토빌트는 이 차를 어떻게 얘기하고 있을까요? 짧게 정리해 봤습니다.
" 이 차는 메르세데스와 꽤 닮아 보인다. 기능 또한 매우 많으며 어떤 면에서든 부족함이 없다. 특히 저렴한 가격이 인상적이다. 독일 기준으로 S500의 절반 가격이만 구입이 가능하다.
가장 좋은 좌석은 오른쪽 뒷좌석으로, 누울 수 있는 자리다.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떠올린다. 유럽 취향으로 볼 때 이 차는 핸들의 맛이 좀 더 단단하고 다이렉트해질 필요가 있지만 유럽에서 판매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에쿠스는 현대가 싼차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다만 독일에 들어와도 S클래스가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렉서스나 인피니티 등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안락함에선 놀라움을 주는 차다. 현대의 고정관념을 깨주기에 충분하다.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차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탁이다 현대차여, 제발 디자인 만큼은 더 이상 카피하지 말아 달라."
"더 커지고픈 욕구"
신형 산타페에 대한 평가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뭐라고 했는지 한 번 보시죠.
" 넓은 공간에 소프트한 오토매틱 미션의 감각을 보여준다. 세련된 콕핏에 큰 모니터. 부분적으로 싸구려 플라스틱이 사용됐지만 과거에 비하면 그 정도는 확실히 많이 줄었다. 풍절음이 다소 아쉽지만 패밀리 SUV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모델이다.
기본사양도 많고, 옵션도 다양하다. 큰 매력은 역시 5년 개런티. 차의 무게를 생각하면 토크가 조금 더 높았으면 싶다. 어쨌든 어쩔 수 없어 사던 현대차가 아니라 이제는 순전히 차가 좋아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왜 여기엔 안 들어오지?"
큐오리스라는 이름으로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되는 기아 K9에 대한 관심도 제법 높았습니다. 특히 유럽에 이 차가 안 들어오는 것에 대해 아쉬워 하는 독일 네티즌들의 투표 결과도 있었는데요. 독일 전문지가 왜 이 차가 유럽시장에 안 들어오는지를 짚어봤습니다.
" 한국에서 K9으로 불리는 큐오리스가 올 겨울부터 해외시장에 진출한다. 그런데 유럽시장에선 만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모회사 현대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준대형급인 제네시스가 유럽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BMW의 디자인을 벤치마킹(순화해 표현했습니다. 원래대로 쓰면 그냥 '카피')한 이 모델은 프론트뿐 아니라 C필러나 높아진 트렁크라인 등이 5시리즈를 연상시킨다."
"기다리면 답이 온다"
제목은 원래 독일 속담인데 이걸 바꿨습니다. 기다리면 공간이 온다로요. i30 왜건의 공간능력을 높이 평가한 내용인데요. 한 번 내용을 보시죠.
" 현대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엘란트라 시절, 그 차는 싸고 단순하고 좋지않은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2007년 이 차를 대신해 i30가 등장했다. 많은 부분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가격만큼은 저렴했다.
그리고 2011년 다시 업그레이드된 i30, 그 중에서도 왜건이 등장했다. 유럽의 다른 차들 수준에 오른 모델이라고 해도 될 거 같다. 그래도 가격은 여전히 부담이 없다. 이 세단에 가까운 디자인의 왜건은 공간능력이 뛰어나다.
최대 1641리터의 짐을 실을 수 있다. 하지만 서스펜션과 조향성 등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준이다. 현대는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브랜드는 정확하게 보통사람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차를 만들 줄 안다. 그것도 높은 개런티와 부담없는 가격으로 말이다."
현대나 기아차의 관심도는 정말 엄청날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세에 놀라기도 하죠. 판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갈수록 현기차는 유럽인들에게 빠른 속도로 브랜드를 인식시켜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차의 성능에 있어서는 발전시켜야할 대목이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에서 스스로 만든 컴플렉스를 깰 필요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브랜드의 가장 높은 모델들이 디자인에서 뭐와 닮았다는, 혹은 카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실제 차를 디자인하고 오랜시간 붙잡고 살아온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요. 하지만 시장은 냉정합니다. 그들의 노력과 땀은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못한다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자신들의 노력의 산물이 이런 논란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디자인에서 좀 더 과감하고 독립적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자주 비판을 하는 모 메이커 관계자들과 대화를 해 보면 저를 그리 나쁘게만 보진 않는 거 같더군요. ^^; 근거 없는 비판이라기 보다는 애정을 갖고, 잘 되었음 하는 바람에서 하는 얘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비판과 채찍질은 계속될 겁니다.
겉모습만 화려하고 멋진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아니라, 그 속내 역시 따뜻해 박수보낼 수 있는 좋은기업으로 인정받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온전히 한국자동차의 성장을 응원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더모터스타에 골프 카브리올레 시승기를 올렸습니다. 소프트탑 오픈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좀 더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여름나기들 하시기 바라며 오늘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시승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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