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대 초반을 기점으로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인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의 글로벌 판매량은 빠르게 늘어갔습니다. 2009년 경제위기 때 타격을 받았지만 다시 2010, 2011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죠.
그 사이 2위였던 BMW가 2006년 1위에 오르고 작년엔 아우디가 벤츠를 제치고 2위에 올랐습니다. 3개의 사이에서 판매량 순위가 벤츠>BMW >아우디에서 BMW > 아우디 > 벤츠 순서로 바뀌게 된 것이죠. 하지만 어쨌든 세 메이커 다 잘 나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올해는 유로존 위기 탓에 아무래도 판매량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놀라운 성장세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이 독일 3사에 대한 분석 기사가 자동차 잡지 아우토빌트에 실렸습니다. 자그마치 18쪽에 걸친 특집이었는데요. 3사 차량들 비교시승에서부터 앞으로 나오게 될 모델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회사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 등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독일 프리미엄 3사를 날카롭게 비판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여드릴까 합니다. 과연 아우토빌트는 이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는 것일까요? 여러분이 읽기쉽게 요약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AUDI
이미지
"준대형 이상에서 보면 아우디의 인기는 BMW나 벤츠와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A8은 벤츠의 S클래스 BMW 7시리즈의 이미지나 힘에서 2% 부족하다. 차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런 플래그십에선 차의 디자인이나 성능 등만으로는 얘기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우디는 이 점이 아쉽게도 약간 모자른다. A7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차는 좋지만 강력한 무언가로 어필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모자른다." (K9 보고 있나?)
디자인
"싱글 프레임 그릴은 아우디의 상징이자 매력적인 디자인적 장점이다. 하지만 세그먼트별로 너무 이미지가 비슷비슷하다. 이 점은 마이너스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우디는 이런 비판을 알고 있지만 변화를 시도하기엔 아직 용기가 부족해 보인다."
마케팅
"스키, 축구, 클래식 음악 등등, 아우디는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스폰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일이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구호, 즉 기술 마케팅은 그 힘이 많이 떨어졌다. 이제 무엇으로 그 다음을 이어갈 것인가? 그런 질문에 아우디는 현재 정확한 대답을 못하고 있다."
전략
"아우디에 있어 중국 시장은 독일 보다 이제 더 많이 차를 판매하는 곳이 되었다. 좀 더 시선을 넓혀 아시아 전체를 보면 아우디에게 아시아는 정말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아시아가 기침을 하면 아우디는 독감에 걸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기술력
"콰트로, 알루미늄 사용, 공기저항 등, 다양한 기술력을 통해 아우디는 성공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기술력은 아우디만의 것도 아니고, 다른 경쟁 메이커들 역시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우디의 다음 기술력은 무엇인가?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
새로운 엔진을 시판하려던 계획은 전기차라는 하나의 트렌드에 밀려 창고에 처박혀 있다. VW 본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앞으로 아우디는 무엇을 하기 위해 VW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데 이 것이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에 아우디는 놓인 게 됩니다. 한 때 최고의 아우디가 될 수 있게끔 만든 페르디난트 피에히 VW 그룹 이사회 의장은, 그가 폴크스바겐 회장으로 부임했을 때 아우디가 모회사로부터 받았던 아픔들을 잘 알고 이를 해소하려 애를 썼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막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그가 되려 아우디의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죠.
다만, 최근에 두카티를 인수해 아우디에게 선물을 안긴 그의 행보를 좀 더 주시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BMW
디자인
"요즘 보면 BMW가 자신들의 비율을 찾은 거 같다. 길어진 엔진룸에 뒷바퀴 굴림의 강화 등. 하지만 아직 이런 변화가 전체 라인에서는 아니다. 새로나온 6시리즈를 보라. 전체적으로 차가 너무 꽉 찬 느낌이다. 둔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BMW 역시 너무 아시아 시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가볍고 스포티브한 맛이 아니다."
기술
"6기통이 없어진자리를 4기통 터보가 대신하고 있다. 스포티브함이라는 BMW에 대한 기대치는 그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유전자가 사라진325i나 328i에선 찾기 어렵다. 물론 앞바퀴 굴림과 가로형 엔진 등을 만들어낼 앞으로의 BMW는 더 그럴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터보엔진엔 BMW 정신이 없다!"
스포티브
"예전의 느낌이 이젠 많이 타협한 듯 보인다. 트렁크를 키우고, 실내 공간을 넓히고, 더 안락해지는 BMW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번 비교테스트에서 비록 318d(143마력)가 상대 모델들인 아우디 A4 TDI (136마력)와 메르세데스 C 200 CDI(136마력)을 앞섰지만 과거의 그 경쾌하고 빠른 스포티브한 감각은 사라졌다."
전기차
"i3과 i8에 카본, 참 고급스럽게 들린다. 하지만 이 차들은 많이 팔릴 차가 아니다. 생각해 보라 VW 폴로 크기의 i3을 4만유로( 약6천만 원)나 주고 살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품질
" x1이나 4륜 구동의 3시리즈뿐 아니라 모든 BMW는 젖은 노면에서 미끄러워지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이 점을 BMW에 지적했고, 그들은 내부적으로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BMW의 대응을 보면서 차의 안전과 사람에 대한 생명 위협이란 부분에서 그들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다."
Mercedes-Benz
콤팩트
"새로운 콤팩트가 벤츠의제일 큰 가족이 될 것이라고 다임러 관계자는 기대에 차 얘기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보면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A클래스가 6개나 되는 버젼의 전륜을 내놓는 것이다 과연 고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마음을 줄 것인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럭셔리 클래스
"마이바흐는 이제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 자리를 어떻게 무엇으로 매꿀 것인가? 신형 풀만? 이 급에선 사실 BMW의 롤스로이스가 좋은 예다. 7시리즈의 기술력이 들어 있어도 전통과 디자인, 그리고 고급스러운 소재와 다양성으로 차의 가치를 유지시키며 판매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중동이나 중국의 갑부들은 돈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럭셔리차를 다임러는 잘 만들어내야 한다."
디자인
"메르세데스는 과거에 꼭 갖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했다. 깨끗한 라인과 절제된 미, 그리고 5년 뒤떨어진 패션(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다는 의미인 듯). 그런데 요즘 벤츠는 그런 가치들을 모두 포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 더 젊게, 신선한 느낌을 주려는 노력들 말이다. E클래스, SL, SLK 등은 지나친 감이 있다.
마치 파티에 60먹은 남자가 구겨진 셔츠를 바지에서 꺼낸 차림으로 춤을 추려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연구
"메르세데스는 늘 연구하는 자동차회사다 하이브리드와전기차, 그리고 다양한 시스템들 개발 등. 그런데 너무 연구들에 몰두한 나머지 현재 모델에 좀 소홀한 듯 보인다. 지금나오는 차들에도 신경을 쓰길."
제휴
"크라이슬러와의 제휴가 실패한 후, 그들은 다른 메이커와 손을 잡기를 꺼려한다. 르노와는 이미지가 낮아질까 걱정하고 있다. 파트너끼린 판매, 개발 비용 절감, 협업 등 함께 해 좋은 점들이 많다."
주마가편이란 말이 있죠.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잘 나가고 있을 때, 오히려 이런 쓴 소리들은 성장을 위한 건강음식같은 게 아닌가 합니다. 비판에 귀와 눈을 막고, 손바닥 부비며 달콤한 말로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진정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는 거 잘 알잖습니까?
이 특집 기사를 읽으며 느낀 것은, 아우토빌트라는 영향력 막강한 잡지가 그냥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권위만 내세워 어줍잖게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진정성을 갖고 진심으로 자신들의 자동차 메이커가 잘되길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구구절절 꾹꾹눌러 쓴 것 같았죠. 우리의 자동차 메이커에게도 이런 권위와 진심어린 비판의 멘토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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