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포스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얼마 안돼 '독일에서 대리운전 될까 안될까?' 뭐 이런 제목으로 짧게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5~6년 전에 제가 직접 궁금해서 물었던 내용을 토대로 적었던 내용인데요. 최근에 어떤 분으로부터 심각하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말린 적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독일에서 대리운전 사업을 하면 어떨까?" 뭐 이런 질문이었죠. 제 블로그에 글을 보라고 직접적으로 말은 못했습니다만, 혹시 그 분처럼 독일같은 나라에서 대리운전이 사업으로 전망있나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제가 보고 경험한 내용들을 토대로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독일은 '대리운전'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독일 뿐 아니라 한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기에 어쩌면 더 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독일에서 대리운전이 안되는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눠보겠습니다.
1. 화려한 밤문화가 독일엔 읎다
한국의 밤은 그 어떤 곳 못지않게 화려하고 다양하죠. 특히 퇴근길 술 한 잔 걸치는 일이 아주 일상이 되어버린 직장인들에게는 음주운전의 위험을 없애주는 대리운전은 고맙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독일은 우리처럼 그렇게 화려한 밤이 없습니다.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문화가 일상적인지라 직장동료들과 술잔 나누는 모습은 한국회사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죠. 저녁 8~9시만 넘어가면 도심 한 복판일지라도 하루를 마감하는 분위기...이래서야 어디 대리운전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요?
2. 자동차키는 마누라에게도 안 준다?
금이야 옥이야 자동차를 자기 몸처럼 관리하는 많은 독일사람들은 자동차 키를 좀처럼 남에게 넘겨주지 않습니다. "차 좀..." 하고 부탁할라치면 인상부터 쓸지 모를 일입니다.하물며 잘 아는 사람들에게도 그럴진대 처음보는 대리운전 기사분께 열쇠를 넘겨줄까요? 처음엔 우스개소리려니 했었지만, 그게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함께 부대껴 살다 보니 알겠더군요.
3. 되돌아 오는 것도 일이다
무슨 얘기인고하니, 독일의 주거형태는 대도심에 전체 인구의 1/3, 소도시 및 주변으로 1/3, 그리고 나머지는 소도시 이하에 1/3 정도로 적절히 흩어져 사는 구조입니다. 우리처럼 수천 가구 아파트 밀집지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주택가 같은 곳은 손님을 모셔다 드리고 난 뒤에 대리기사가 되돌아 오는 것이 만만치 않을 정도로 한가하고 외집니다. 운전을 하고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되돌아 오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죠. 또 택시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손님 모셔다 드리고 택시타고 되돌아 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모여서 술 마신 후에 어떻게들 돌아갈까요?
아무리 독일이라고 해도 가끔씩은 동료들끼리 술을 마실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가장 흔한 방법은 '한 명 총대 메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4명이 한 조라고 친다면, 3명은 술을 마시고 나머지 한 명은 물만 마시는 거죠. 그래서 그 한 명이 나머지 동료들을 모두 집에까지 데려다 주는 눈물겨운(?) 희생을 해야하는 겁니다. 가끔 간큰 남편은 아내에게 데려오라 전화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간.댕.이가 부은 남편일 거예요.
이런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면 독일에서도 대리운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갖게끔 되는 것인데요. 그렇다고 무리해 도전할 정도의 가치는 아니겠죠? 아~ 대리운전이 되는 대한민국의 저녁풍경이...그리워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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