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면허증을 받기 위해, 혹은 갱신에 따른 재발급 시 실시하는 것이 적성검사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 제가 아는 바로는 면허증을 발급 받고 나면, 그 후에는 특별한 이유 없지 않고서는 적성검사라는 걸 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 운전자들도 형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것, 없애는 것이 낫다 여기는 편이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독일의 경우, 이 적성검사를 강화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 하나가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적성검사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높았다는 겁니다.
18세 이상의 독일운전면허증 소지자 750명을 대상으로 적성검사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으로 "정기적인 적성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물음에 63%가 "네" 라고 답을 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18세에서 29세까지의 젊은 운전자들의 73%가 찬성을 했다는 것이고, 그에 비해 50~59세까지의 장년층 이상 연령대에서는 55%가 찬성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운전자들이 도로 흐름을 잘 못 쫓는 경우가 많고, 사고율도 높은 것에 따른 반응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한 가지 질문으로는 "그렇다면 어느 일정 연령대부터는 무조건 적성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십니까?" 였고, 이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2%가 "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특히, 60대 운전자들의 62%도 이 질문에 찬성을 했는데요. 장년층 이상에서 스스로가 운전자로서의 몸상태가 정상인지 체크하기 바라고 있다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또 전체 27%는 나이와 상관없이 적성검사가 규칙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데 찬성을 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독일에서 운전하다 보면 정말 백발이 성성한 분들이 핸들을 쥐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천천히 가는 차.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차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이런 분들일 경우가 많습니다. 한 2년 전인가요? 어느 주택가에서 있었던 사건인데요. 동네축제로 길을 통제한 곳으로 자동차 한 대가 질주해와 두 명인가가 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운전자가 70대 후반의 노인분으로, 운전미숙에 따른 사고였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70세가 넘어가면 적성검사를 받아 운전에 적합한 건강상태인지를 체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독일운전자들이 많이 있음을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확인시켜줬습니다. 물론 이런 적성검사가 꼭 나이와 상관있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 사람이라도 운전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나이드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굴욕을 당해서 쓰겠냐...라고 반감을 갖을 분들도 계시겠지만, 운전자 자신의 안전과 도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실은 이런 논의가 진작부터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노령화 사회로 진입을 했죠.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거, 오늘 새삼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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