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현대차 미국 모델과 VW 미국 모델의 차이점

 
오늘은 독일의 슈피겔(유력 정론주간지)에 실린 자동차 관련 기사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VW 파사트의 가격이 너무 싸다. 그런데 독일에서 만들어지는 모델은 왜 이렇게 비싼가?' 뭐 대충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쯤 되는 기사로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가끔 이와 관련한 내용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좀 더 분명하게 저의 목소리를 내보도록 할까 합니다. 일단, 오늘 제목에 맞춰 본문을 따라가지 마시고 제목은 잊어주십시오. 그런 다음 내용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기사 내용 후, 제가 하고 싶은 얘기까지 묶어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독일에서 VW은 판매에 있어 단연 1위에 있다. 하지만 VW도 어느 곳에서는 뒤처져있음을 알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같은 곳 말이다. 한 때 폴크스바겐는 미국시장에서 잘나갔지만 이는 오래된 얘기다. 쉐보레 등에 실증을 느낀 미국의 요즘 중산층들은 한국차를 선택하고 있다. 이 얘기는 여전히 VW이 미국시장에서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항상 그렇듯, 세계적인 자동차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볼륨이 큰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 특히 2018년까지 세계 1위 메이커가 되기 위해선 VW는 현재 판매량의 3배까지 늘려야 한다. 즉 일년에 미국에서 VW가 80만대를 팔아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일선에 파사트가 있다."


이제부터 미국 테네시에 있는 차타누가(Chattanooga)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형 파사트, 그리고 독일에서 생산되는 파사트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국에서 생산되는 파사트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름만 같지 독일에서 생산되는 모델과 전혀 다르다고 하는 게 맞다. 미국 파사트는 북미에서의 성공을 위해 차의 길이도 더 길게 늘렸고, 가격 또한 아주 저렴하다. 4m87 전장에 기본형의 가격은 19,995달러다. 유로로 바꾸면 15,000유로밖에 안된다.(
독일 가격이 2만유로 중후반대 정도 되니 물가로 계산하면 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쉽게 말해서 이 가격은 마치 페이톤을 폴로 가격으로 내놓는 것이라 보면 된다. 미국 내 판매가격과 세금, 탁송료 등을 추가해도 독일 기준으로 보면 이는 무척이나 싼 가격이다. "


"미국 파사트의 디자인은 독일의 그것과 비슷하다. 실내의 경우도 나쁘지 않으며 3,800달러 더 내면 17인치 알루미늄 휠과 히팅 가죽시트, 알루미늄으로 꾸민 콕핏 등으로 치장할 수 있다. 특히 미국산 파사트의 경우 실내 공간이 아주 넓다. 길이를 늘렸기 때문인데 큰 실내를 좋아하는 미국시장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트렁크 역시 450리터로 크다. 운전의 느낌은 미국 스타일에 맞춰 전체적으로 소프트한 편이다."

이쯤 되면 독일 고객들이 분노를 해야 하는 상황이겠죠.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금부터 나오는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 하지만 미국 파사트의 경우 독일 것처럼 핸들링이나 조향성이 정확하고 샤프한 맛이 없다. 1년 내내 타는 타이어(사계절용)는 최고속도 보다는 유효기간 중심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경우 제한속도가 75마일, 그러니까 약 121km/h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독일형 파사트 보다 미국형 파사트가 못한 부분은 엔진이다. 유럽에선 1.4리터 122마력 터보 가솔린이 있는 반면, 미국은 5실린더 2.5리터급 엔진이 기본 모델이다. 마력으로 보면 약 190PS에 최고속도 190km/h까지 낼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원표 상의 얘기일 뿐, 실제로는 시끄럽고 힘이 딸린다. 

물론 바리안트(왜건)도 있지만 4륜에 DSG 조합은 미국형에는 없고, 스타트 스톱 오토매틱 기능 및 그밖의 몇 가지 기술적 기능들이 빠져 있는 것이다. 선택옵션의 경우 내비게이션과 에어콘 등이 있으며, 오디오는 기타를 만드는 곳으로 잘 알려진 팬더에서 제공하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파킹 어시스던트 기능, 앞차와의 차간거리 유지 기능, 차선 이탈 방지 기능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어쨌든 워낙 저렴한 가격이니까 일부에서 미국형을 독일로 가져오려는 시도들을 한다. 물론 안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

정리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미국시장에서 VW는 참피언의 자리에 있는 메이커가 아니라 도전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죠. 더더군다나 세계 1위의 양산차 판매업체가 되겠다고 한다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파사트와 독일 파사트 사이엔 가격 차이 만큼이나 제품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일사람들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혹은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국 메이커 모델을 그닥 선호하지 않습니다. 비록 비싼 인건비를 받아 챙기기는 하지만 독일 생산직들의 조립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점도 이런 이유들 중 하나게 되겠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BMW X 시리즈처럼 아예 미국에서 생산해 독일로 들어오는 그런 단일 공장 제조 시스템의 제품 같은 경우겠죠.

어쨌든 독일은 이런 식으로 미국생산형 모델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 판매되는 자동차가 분명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격의 차이만큼 제품의 질적 성능적 차이가 있다는 점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미국시장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를 내놓아도 독일 국민들이 크게 불만 없어 하는 핵심적 이유라 봅니다. 당연히 그렇죠. 

이에 비하면 우리의 자동차 회사는 어떤가요? 미국 법규로 인해 보강한 것들 말고라도, 업체 스스로가 북미수출형, 혹은 현지 생산형 모델에 더 공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느끼게 하고 있다고 해야겠군요. 요즘 한창 강판 문제로 시끄러운데, 솔직히 저는 강판을 미국형과 한국 내수형을 다르게 한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후처리나 도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강판 그 자체에 차별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빼고라도 내수형 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혹은 내수형과 똑 같은 가운데 더 좋은 옵션에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면 이것은 VW 파사트의 경우와 분명 다른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고객들 입장에선 허탈감을 안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 현지 딜러들이 가격을 많이 다운시키는 것을 현대차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계신데, 딜러들이 밑지고 팔지 않는 이상 이윤을 남길 테고, 그렇게 이윤을 본다는 것은 애초에 딜러들에게 제공되는 가격 자체가 저렴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뭐 미국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대해서는 제가 더 깊게 들어가지 못합니다.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똑 같은 자동차를 더 좋은 조건에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그것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심각한 박탈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아예 미국시장을 위해 그 시장에 맞는 세팅을 해서 내수용과 달리 하든지, 아니면 가격의 편차를 대폭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현대가 요즘 미국에서 차의 가격을 올려 제값 받기를 시도하는 것을 눈여겨 봐야합니다. 

해외에서의 제값 받기가 내수 고객이 어느 정도 공감하는 선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인지 지켜봐야할 것이며, 그것이 내수고객들이 느끼는 박탈감의 일정부분을 감당해내는 선까지 갈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일정부분이라고 한 것은, 미국시장에서 현대차는 도전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눈감아줘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죠. VW의 파사트가 바로 그런 경우겠죠. 하지만 도전자의 지위에 너무 매몰돼 무조건적으로 내수고객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기엔 현대차는 이제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해외에서의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내수 고객들의 소외감을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보상해주는 것이 현대차의 또 다른 과제가 된 것입니다. 

                        공정함.  이 것이 바로 현대차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기업들에게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덕목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