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부터 독일 운전자들은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차를 운전하는 국민들 뿐 아니라 정부와 자동차 제조업체까지 난처한 상황에 빠져들고 말았는데요... 오늘은 요즘 독일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천연 휘발유 E10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좀 딱딱하고 지루한 이야기지만 한 번 올려봅니다.)
ⓒSpiegel.de
독일은 이전까지 가솔린의 경우 고급유인 '수퍼플러스'와 일반유인 '수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물론 스포츠카를 위한 '얼티메이트'라는 초고급유도 있긴 한데요. 어쨌든 이런 가솔린에 일대 변화가 일어납니다. 환경부 장관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름의 의존도를 줄인다는 명분 아래 에탄올 10%가 함유된 'E10'이라는 기름을 '수퍼 E10'이라고 해 새롭게 사용토록 했죠.
따라서 수퍼플러스-> 수퍼로, 수퍼-> 수퍼E10으로 바꾼 채 주유소는 기름을 팔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바이오 연료를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급하게 시행을 하는 통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져버렸습니다.
문제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가 엔진부식현상. 두 번째가 연비효율성 저하 현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에탄올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숲을 경작지로 만드는 문제와 결국 질소비료를 더 사용하게 됨으로써 결국 환경오염을 심화시킨다는 문제 등입니다.
우선 엔진부식현상의 경우는 고무나 알루미늄 등을 부식시킬 수 있는 에탄올에 대한 불안심리와 직결돼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곳에서 실험을 통해 부식이 부분적으로 일어난 사례가 발표되기도 하고, 운전자들의 다양한 증언이 들려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엔진오일 탱크에 증류수가 고이는 현상도 발견되는 등, 명확하게 엔진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사람들이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 E10을 넣어서는 안되는 자동차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는 등 운전자들은 ' 저 기름이 내 차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라는 불안심리가 팽배해 실제 E10를 넣지 않고 고급유인 '수퍼'를 넣는 사람들만 많아졌습니다. (저희 집도 포함) 결국 연료비만 올라간 것인데요. 이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들까지도 E10을 넣어도 안전하다는 어떤 보장도 해줄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라 운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점이랄 수 있는 연비효율성 저하 문제인데요. 예를 들어 10리터로 가능했던 거리가 E10을 넣으면 10.3리터 정도로 약 0.3리터 가량 더 소모가 된다는 오스트리아 대학의 연구발표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심리적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E10을 넣은 운전자들은 가속능력까지 저하되는 것 같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또 다른 환경오염의 문제로, 유럽은 앞으로 바이오 연료를 10년 안에 10% 가까이 운송연료로 사용하게끔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많은 숲을 경작지로 만드는 일이 되고, 무엇보다도 질소비료의 사용이 늘어나게 됨으로써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 늘리는 꼴이 된다며 환경단체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독일에선 얼마전에 E10 연료와 관련한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운전자들의 불신과 불만이 아주 높아가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해결 기미를 안 보이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 바이오연료 문제가 엉뚱하게도 아우토반까지 끌어들여 독일인들을 더욱 심란케 하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바이오연료인 E10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춰야 하는데 (실제 낮추는 효과는 있음) 앞서 설명한 내용들로 인해 계속 E10이 거부되는 상태가 이어져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한 쪽에서는 계속 이렇게 반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결국 아우토반의 제한속도를 낮추고 무제한속도 구간을 제한속도 구간으로 바꿔 이산화탄소 배출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무지막지한 협박(?)의 목소리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속도제한이 없는 도로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지 않아도 무제한 구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연료 때문에 아우토반의 속도무제한 구간이 줄거나 없어진다면 아우토반을 미친듯 달려대는 독일인들은 어쩌면 폭동이 일으킬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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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국민들에게 아우토반은 단순한 고속도로 이상의 가치가 있는 도로입니다. 그래서 계속 통행료를 받아야 한다느니, 제한속도를 줄이고 무제한속도 구간을 지금 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일부의 비판여론에도 정치인들은 섣부르게 이 부분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표가 날아갈 게 너무 뻔해 보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무제한구간에서 교통사고율은 제한속도가 있는 구간 보다 더 높습니다.) 어쨌든 환경이란 명분 앞에서는 독일인들도 마냥 반대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이런 약점을 이용해 "E10 안 쓴다고? 그럼 아우토반이 다쳐 이사람들아!!!" 라며 E10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치사빤스군...)
엉뚱하게도 기름 문제 때문에 아우토반이 자꾸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고, 이런 협박아닌 협박에 E10에 대한 강한 거부가 다소 누그러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정부의 꼼꼼하지 못한 일처리로 인해 E10을 둘러싼 국민적 국가적 스트레스...이만저만이 아닌 요즘의 독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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