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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獨 주유소 기름값 리터에 15,000원 받은 사연


기름값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요즘. 독일의 어느 한 주유소가 지난 월요일에 내 건 황당 기름가격에 독일 사람들이 나자빠지고 말았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이 이야기는 슈투트가르트 근처에서 일어났는데요...

                                                     ⓒDPA

에쏘(esso)라는 기름회사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지난 월요일 (25일), 그러니까 독일 최대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턴(부활절) 연휴 마지막날 안내판에 '가솔린 리터당 9,99유로!' 라는 가격을 내걸었습니다. 사람들은 뭔가 잘못된 거겠지 했지만 그 가격은 정확했습니다. 9,99유로? 우리돈으로 환산해보면 (환율 1유로= 1,500원 기준) 대략 15,000원 정도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기름이 리터에 만오천 원???"


                                                      ⓒDPA

도대체 이거 어찌된 일일까요? 사연은 대충 이렇습니다. 금요일부터 황금연휴에 들어갔던 독일은 마침 맑고 화창한 날이 계속 이어졌죠. 그렇지 않아도 틈만 나면 여행다니는 걸 일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독일사람들이 가만이 있을리 만무. 해외여행은 물론 독일 전역이 자동차 여행객들로 홍역을 앓았습니다. 당연히 주유소는 대목을 맞아 찾아오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구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밀려오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일반유(수퍼E10)를 거의 넣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성급한 바이오연료 E10 정책 때문에 독일은 요즘 혼란과 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참조 -> http://humandrama.tistory.com/trackback/495 


당장 저희부터도 E10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급유인 'Super'만 넣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렇다보니 기름 수요가 모두 '수퍼'로 몰렸고 급기야 주유소마다 고급유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esso 본사에서는 고객들의 수요를 E10으로 돌리기 위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가격을 직영주유소에 지시했고, 그게 바로 리터당 만오천 원이었던 것입니다.


                                                      ⓒDPA

그리고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수퍼' 주유구 마다 저렇게 '기름 없음' 표시를 하고 테이프로 감아놓아 버렸습니다. 그런데 참 웃긴게요...저렇게까지 했는데도 두 사람이 기름을 넣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젊은 여성 운전자는 아무 생각없이 주유구를 집어들고 약 20리터의 기름을 넣었고, 또 다른 남성 운전자는 대략 10리터 정도를 주유했다고 하네요.

기름값 계산을 위해 계산대 앞에 섰을 때 자신들이 지불해야할 가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을 건 안봐도 비디오였겠죠? 기름 20리터, 10리터 넣고 우리돈으로 30만 원과 15만 원을 내야한다니.. 이 고객들은 계산을 거부한 채 경찰을 불렀고 결국은 이게 언론에까지 알려지고 말았습니다. 


                                                      ⓒDPA

경찰의 중재로 일단 기름값을 지불한 고객들은 정유회사와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약속받고 돌아갔다는데요...20리터에 30만 원 쓴 여자 운전자의 기분은 도대체 어땠을까요?

황금연휴에 E10이란 바이오연료에 대한 불신이 맞물려 벌어진 이 웃지 못할 일은 현재 독일이 기름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일 치솟는 기름가격에 운전자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가지만, 그럼에도 더 저렴한 기름을 거부하고 고급유를 넣어야만 하는 상황이 하루빨리 정리되길 바래봅니다.  

마지막으로, 기름가격 제대로 확인 안하고 주유했다 쌍코피 쏟은 운전자 두 분에게 살짝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