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삼색 신호등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죠? 사실 익숙하면 참 편안한 게 삼색 신호등이지만 굳이 멀쩡한 신호 체계를 왜 이 시점에서 바꾸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우회전 시에도 신호를 받게 한다는 얘기를 취임 초 대통령이 언급을 했던 적이 있고 그래서 삼색 신호등 도입이 이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가 짐작은 되는데요. 어쨌든 이런 교통체계의 변화를 꾀하는 데 있어 대통령은 독일을 예로 언급하던 것이 기억됩니다.
그런데 이런 삼색 신호등, 우회전 신호 도입 뭐 다 좋은데 정말 독일의 신호체계에서 당장 한국 도입을 했으면 하는 건 바로 신호등의 위치입니다. "신호등 위치?" 라며 의아해 하실 텐데요. 사실 저도 처음엔 전혀 의식을 하지 못했던 점이었습니다.
독일운전 초창기에 느낀 점 중 하나는 '이 나라 사람들 참 정지선 잘 지킨다.' 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처럼 횡단보도를 물고 서는 차도 거의 없고 사거리 등에서 횡단보도를 지나쳐 서는 차는 더더욱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신호 기다리면서 슬금슬금 앞으로 나가는 자동차 구경도 매우 힘든 곳이 독일인데요. 이 사람들은 "정지!" 하라고 하면 100% 섭니다. 놀라운 시민의식이죠?... 물론 이들의 의식이 높은 부분도 있지만 사실 그들의 교통의식을 높이는 데엔 효율적 시스템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우선 사진 한 장 보시죠.
바로 저희 집앞에 있는 도로 사진입니다. 예전에도 한 번 쓴 적이 있죠. 신호등이 보이실 겁니다. 저 곳은 아주 좁은 횡단보도인데요. 독일은 횡단 보도라고 해도 흰 줄무늬는 없습니다. 그냥 점선이나 정지선과 신호등으로 횡단보도 임을 알 수 있을 뿐이죠. 이 사진 보고 뭔가 답을 찾으셨나요? 자...첫 번째 사진에서 잘 모르겠다면 두 번째 사진을 보여드리죠.
역시 신호등 보이시죠? 정지선 잘 지키는 비밀을 찾으셨나요? 아직이라면...한 장 더 보여드립니다.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 근처 시내도로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이 상당히 힌트를 많이 주고 있습니다.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구요. 정지선 바로 앞에서 저희 차는 신호대기중입니다. 횡단 보도가 있기 때문에 바로 그 뒤에 서 있죠. 그리고...그 횡단보도 바로 위에 신호기가 위치해 있습니다. 물론 좌측에 있는 신호등 역시 사진 보다는 실제가 훨씬 가까이 있죠.
네, 이쯤에서 답을 말씀드려야겠네요. 바로 신호등의 위치가 정지선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이 독일운전자들이 정지선을 잘 지키는 비밀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정지선을 넘어가면 신호기가 안 보이기 때문에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무쟈게 단순무식한 방법이죠?
저희 동네 사진인데 보시는 것보다 실제는 훨씬 정지선과 가까이 신호등이 위치해 있어 정지선을 넘어가면 어떤 신호등도 볼 수 없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정지선에 맞춰 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서울의 광화문처럼 엄청나게 큰 도로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정지선에 서 있어도 신호기가 상당히 멀찌기 매달려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정지선을 물고 혹은 넘어가서 설 수가 있습니다. 바로 신호를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독일은 공중에 떠 있는 신호기든 좌우측에 세워져 있는 신호기이든 모두가 정지선과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신호를 보기 위해서라도 정지선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않든 정확하게 정지선을 지키게 되는것이죠.
끝으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 도로의 사진 두 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위에 것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저희차에서 바라본 모습인데요. 우측에 세워져 있는 신호기가 횡단보도(점선 부분) 앞에 세워져 있습니다. 횡단보도 물고 섰다간 신호를 볼 수 없게끔 되어 있습니다. 어딜 봐도 우측 신호기 외엔 없습니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 정지선에 맞춰 서야합니다.
두 번째 사진도 신호기 위치를 보십시오. 횡단보도 보다 앞쪽에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정지선 넘어가면 (물론 조금은 가능함 ㅡㅡ ) 신호바뀐 것도 모른 채 서 있다 뒤차들의 핀잔을 듣게 될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 신호등 위치가 전방에 멀찌기 매달려 있기 때문에 정지선 바로 앞에 정지한 운전자도 편하게 신호기를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제일 앞 쪽에 선 자동차 운전자는 신호등이 앞에 바싹 서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정지선에서 멀게 차를 세우는 게 편합니다. 결국 정지선에 다가가면 다가설수록 운전자는 신호기를 보는데 있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사거리에서의 위험한 사고나 횡단보도 인명 사고 등에서 한결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도 정지선 잘 지켜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가 쾌적하고 안전할 수 있기 위해 이경규의 양심냉장고까지 안 가더라도, 얼마든지 신호기 위치 조정만으로도 좋은 시민들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는...이런 거 도입할 생각은 없는 걸까요? 괜한 오해의 소지도 없애고 세금도 아껴 쓸 수 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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