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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왜 비싼 돈들여 매년 자동차검사 받는 걸까?


영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일반자동차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2년 마다 한 번씩 정기검사라는 걸 받습니다. TÜV 라고 하는데요. 이 곳은 정기검사를 받은 것을 서류에만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번호판 앞뒤로 각각 배기가스와 그밖 검사를 제대로 받았음을 알리는 인증마크를 붙이게 되어 있죠. 바로 요런 겁니다.



보통 한국에서의 제 습관대로라면 이렇게 검사 받고 난 다음엔 '별 일 없겠거니' 하고 다음 검사 때까지 그냥 운행을 하고 다녔을 텐데, 여기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거의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Inspection, 즉 법적 의무가 없는 일반 검사를  매년 받고 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차량에 따라 가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결코 싼 금액도 아닌 30~50만 원 정도의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말이죠.
 
" 아니, 이 양반들이 돈이 남아도나?" 라는 게 저의 생각없는 첫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지켜보니 요 사람들이 참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되는 이유, 대략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우선,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내다 팔 때 거의 모든 자동차는 이 일반검사를 받아야 제 값을 얻습니다. 항상 차주가 자신의 차량에 애정을 갖었다는 객관적 징표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만약  한 1년  Inspection을 받지 않았다면 대략 그 금액 만큼 가격은 기본적으로 내려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지 않았다면 자동차에 대한 신뢰를 주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검사비용 이상의 금액의 손해를 감수해야지 팔 수 있어 대부분은  Inspection을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두 번째 이유라면 역시 비싼 수리비용 문제입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매년 30~40만 원을 들여 자신의 차량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비용이, 만약 소홀히 했다가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드는 수리비용 보다 더 싸다는 것입니다. 워낙에 인건비도 비싸고 부품 가격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아예 몫돈 나가는 걸 미연에 방지를 하겠다는 뜻인 거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바로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관심입니다. 지난 번 언젠가, 여기 자주 찾아주시는 리오님이 독일애들 세차하는 모습 보고 놀라셨다고 합니다. 어쩜 그리 열심인지 모르겠다면서요... 워낙에 비가 자주 오는 나라인지라 햇볕 냄새가 조금이라도 난다 싶으면 셀프든 자동이든 세차장은 만원사례를 이루죠. 또 주말 마다 집 앞 차고에서 자신의 차 끌고 나와 반나절은 족히 털고 닦고, 광내고, 어디 이상없나 살피고...정말 속된 말로 차에 환장한 사람들처럼 애지중지, 금이야 옥이야 합니다. 그러니 돈 좀 들여 차에 이상 없는지 일년에 한 번 정도 체크하는 건 이들에겐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독일은 자동차와 부품 산업이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한다고 하죠. 자동차 생산에서 국가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산업만 크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오랜 역사성을 품은 채 성장한 문화 역시 다양하고 철저하다는 느낌을 살면 살수록 더 느끼게 됩니다. 차를 정말 아끼는 사람들 속에 섞여 살다보니 저 역시 소중하게 다루는 마인드로 바뀌게 되었다는 뭐 그런 얘기죠.
 
집 다음으로 비싼 자동차입니다. 좋든 싫든 항상 달립니다. 묵묵히 사람이며 짐이며 군소리 없이 실어나르고 있죠. 이렇게 혹사(?)당하는 자동차에게 적어도 일년에 한 번쯤은 어디 탈은 안 났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건강검진 좀 시켜주는 거, 호사스러움은 아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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