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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인들도 수출용 내수용 가격차 불만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미국은 공공의 적?... 무슨 소린가 벌써 짐작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한국에서 미국 수출용 차량과 내수용 모델 간 가격차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국에 국한된 내용은 아닙니다. 독일인들도 자국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엄청나게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에 불만이 높다는 겁니다.

오늘 자동차 잡지에서 왜 그런지 이유랍시고(?) 기사를 올렸지만 오히려 사람들 염장을 지른 꼴이었다고나 할까요? 여튼 지금 막 올라오고 있는 댓글 대부분은 설득력 없는 내용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이 점을 언급한 독일신문의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었죠. 그 때는 포커스를 현지생산 모델쪽에 두었다면 이번 내용은 독일에서 조립해 수출되는 모델에 초점을 맞춰졌습니다. 그럼 우선 얼마나 내수용과 수출용의 가격 차이가 나는지 몇 가지 모델로 확인해보겠습니다.

Smart escape
Smart escape by hidden side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미국 수출용 파사트 15,000유로

                                           독일 내수용 파사트  24,225유로


                   독일 내수용 아우디 A3  1.2 TFSI (105마력) 20,950유로

                       미국 수출용 아우디 A3  2.0 TFSI (211마력) 19,705유로!!!



독일 내수용 메르세데스 S클래스
  250CDI 블루이피션시 (204마력) - 71,876유로

  미국 수출용 메르세데스 S클래스  S400 하이브리드(299마력) - 65,683유로!!!!



                         독일 내수용 BMW 520d (184마력)  40,350유로

                         미국 수출용 BMW 528i (243마력)  32,129유로!!!



물론 기본가격이구요. 거의 모든 모델이 차체가 더 크고, 더 쎈 엔진이 수출형엔 장착이 된다고 합니다. 거기에 더 좋은 인테리어와 기본 옵션이 적용이 되죠. 휠도 더 크고, 기본적으로 거의 모두 가죽 시트에 가죽 스티어링 휠...거기에 오디오 시스템이 기본 적용이 됩니다. 정말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네요. 물론 미국공장 생산용 모델의 경우는 그 편차가 조금 더 큽니다. 생산지 세제혜택을 일부 받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더 좋은 세팅이 되어 있음에도 더 싸게 미국으로 수출되는 걸까요? 잡지는 크게 세 가지로 제조사의 변명을 실었습니다.  




우선, 미국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수입되어 오는 거의 모든 자동차들은 고객의 요구에 맞게 옵션 구성이 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무슨 얘기냐면, 미국 내에서 만들어서 파는 차들이라면 고객의 요구에 맞게 옵션을 적용할 수 있지만, 수출용차들은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맞춰줄 수 없기 때문에 아예 미국인들의 취향을 반영한 사양들을 기본 옵션으로 장착해 들어간다는 얘기입니다. 더 쉽게 얘기하면! 

같은 깡통모델이라도

미국 수출용 깡통이 훨씬

인테리어도 좋고, 엔진도 좋고,

옵션
도 더 많다는 거죠.




이어진 제조사들의 두 번째 변명은 대략 이렇습니다. 아시아 메이커들, 즉 일본과 한국차들이 워낙에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을 공략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일 메이커들도 경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죠. 품질이나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만으로는 미국시장에서 성공이 쉽지 않다는 얘기로 봐도 된다는 건데요.

사실 평균 44%나 더 싸게 팔리는

이유로는


좀 궁색하다는 생각만 드는군요.




그리고 세 번째 변명이 이어집니다. 유로와 달러의 환율도 가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내수용과 수출용의 가격편차는 더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 건데요. 한국은 이와는 반대의 경우가 되는 건가요? ...어쨌든 그러면서 미국수출형에는 스타트-스톱 기능처럼 연비나 환경에 민감한 기능들은 빠져 있고, 차량의 재질들도 유럽형이 더 좋은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주 마다 상당히 까다롭게 환경기준을 적용하기도 하고, 실제로 독일인들은 유럽형이나 미국형이나 품질의 차이는 없다고 대부분이 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더 좋은 엔진에 더 화려한 인테리어에, 더 좋은 기본 옵션을 적용시켜놓고 

유렵형이 더 완성도 높다는 말을

독일 소비자들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까요?





물론 독일차가격엔 19%라는 높은 부가세가 적용이 되어 있고, 미국가격엔 이 부가세가 빠져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은 주별로 5~10%정도의 부가세가 더 붙는 걸로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걸 감안하더라도 앞서 소개한 가격 비교는 확실히 독일 소비자들의 화를 돋우게 합니다.

어떤 네티즌은 "미국형에는 기본으로 무릎 에어백도 넣어주지 않느냐?" 라며 불만을 표시했는데요. 댓글들을 읽다 보니 마치 한국의 소비자들이 써놓은 글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한국이나 독일이나 상대적으로 좋은 모델이 더 싸게 팔리는 것에 대해 똑같은 억울함이 있다는 것이죠. 예전 포스팅에서 BMW 관계자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 자동차의 가격은 그 나라 시장 상황에 따른다!'

결국, 자동차 수출을 통해 먹고사는 메이커들은 어느 하나 예외없이 미국시장에서 저가공세를 펼쳤고, 그렇게 형성된 시장을 이제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강대국의 또 다른 특권이 아닌가 싶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해집니다. 프리미엄을 자랑하는 천하의 독일차들도 치열한 경쟁을 치루기 위해선 자존심을 꺾을 수밖에 없다는 거, 이제 아셨죠? 하지만, 독일에서도 이런 차가격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도 같이 알고 계셨음 합니다. 암튼, 독일은 내수용 수출용이 다르다는 거 다 까놓고 얘기를 한답니다! ㅎㅎ
(오늘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사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양해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