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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꼭 배웠으면 하는 독일 자동차 운전문화 10가지-1편


운전을 하다보면, 내가 늘상 달리는 도로의 분위기에 맞춰 운전습관이 드는 걸 느낍니다. 과격하고 거친 분위기에선 거기에 맞게 험해지고, 얌전하고 안전한 분위기에선 또 그 분위기에 젖어들어 침착해지는...  한국에서도 운전을 해봤고, 독일에서도 운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나라 운전 문화의 차이가 눈에 보이고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독일 운전문화 중에서 한국 운전자들께서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 10가지를 제 나름 뽑아 봤는데요. 얼마나 공감해주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주저리주저리 글이 좀 많은 듯 해서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5가지 씩을 나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클락션을 울리지 않는 나라

2006년인가 기억됩니다. 독일이란 나라에 대한 첫인상 중 하나가 바로 차들이 클락션을 거의 누르지 않은 채 운전을 한다는 거였습니다. 시내의 경우는, 서울의 대로보다 더 좁은 길들이 많고, 길을 잘 몰라 헤매는 외국인 차량들도 많은지라 복잡한 곳은 상당히 뒤엉켜 있기 일쑤인데요. 어찌된 일인지 어지간해서는 빵빵~! 하는 경적음이 들릴만한 분위기에서도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어쩔 땐 하루에 한 번 듣기도 어려울 만큼 경적음을 잊고 지내는데, 그러다 어디선가 빵~하는 소리가 나면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놀라 쳐다보게 되더군요. 

"클락션 빵빵 거리지도 않지만 빵빵 거려 보면 외국인이거나 이민자가 대부분이죠." 라는 교포분 아니 교포분들의 얘기에 첨엔 "뭐야 이거, 우리도 외국인일 뿐인데 저리 말하면 기분 나쁘지 않나?" 싶어서 좀 그랬습니다. 무슨 인종차별 얘기 같이 들릴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살다 보니 그 분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확실히 독일인들은 처음 면허따기 위해 학원 등에서 교육을 받을 때 이런 점을 철저하게 교육받고 있었습니다. 정말 운전학원 강사들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교육을 하는지 존경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어디 강사 뿐입니까? 부모나 주변 지인들도 실제로 다들 그렇게 경적음에 대해선 사용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맞게 운전을 배우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고급 수트에 아우디Q7을 몰고 괴테스트라세를 빠아~~앙 하고 가로질러가는 버르장머리 없는 게르만인들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분명 한국 도로와는 달리 빵빵대며 재촉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은 우리도 배웠으면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제 아내의 경우도 독일에서 20년 운전하며 고작 손에 꼽을 정도로 클락션을 사용해봤다고 하고, 저역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 넘의 경적음을 울릴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옛날 한국에서 툭하면 눌러대던 저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고 빛바랜 기억으로만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그러시더군요. 사용하라고 있는 게 클락션 아니냐고?...그런데 가장 좋은 것은 사용할 일이 없는 운전환경 조성이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독일은 클락션이 없이 운전해도 큰 탈이 없는 나라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횡단보도에서 사람냄새만 나도 차들은 Stop!


'횡단보도에서 사람냄새만 나도' 라는 표현은 어느 분이 유럽 3개국을 운전하면서 느꼈던 점을 댓글로 남기시며 썼던 재미난 표현이어서 제가 좀 빌려왔습니다.

그 분의 표현을 빌리면 00국가에서는 사람들이 횡단보도 건너기가 쉽지 않은데 독일은 건너려는 사람냄새만 나도 차들이 멈춰선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은 하셨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신호등이 있는 곳에선 모르겠지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절대적으로 횡단 보행자 우선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끼게 운전자들은 조심합니다.

저의 경우도 동네 우체국 앞 횡단보도에서 겪은 재미난 일이 있는데요. 횡단보도 근처에 서서 뭔가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도로 쪽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쳐다 봤더니 양쪽 차선에 차들이 모두 제가 건너려는 줄 알고 벌써부터 서 있는 것이지 뭐겠습니까? 뒤차들 어느 하나 빵빵 거리는 일도 없이 말이죠. 운전자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 앞을 주시하고 있는데 도저히 안 건너갈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갈 일도 없는 우체국으로 씩씩하게 횡단보도를 건너 들어가버리고 말았습니다.




3. 아우토반 1차선 도로는 "자유와 스피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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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고 계시는 고속도로는 좀 좁은 편으로 대부분 독일의 아우토반은 편도 3~4차선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선들 중 1차선은 추월차선이자 고속차선으로 철저하게 사용되고 있죠.

만약 1차선으로 내가 달리고 있는데 뒤차가 속도를 높여 달려오면 아무소리없이 깜박이를 넣고 2차선으로 빠져주는 것이 독일의 매우 일반적인 운전방법인데요. 반대로 오른쪽 차선으로 추월을 하는 차들은 거의 보기가 힘듭니다. 철저하게 왼쪽 차선 중심으로 속도를 내는 것이죠. 

처음에 아우토반을 탔을 때 아내가 여러 번 주의를 시켰습니다. "절대로 오른쪽으로 추월하지 마라. 1차선 주행 시 뒤차가 붙으면 무조건 옆차선으로 빠져라." 이건 거의 고속도로 상의 철칙과도 같게 지켜지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쯤에서 제 아내가 겪은 사소하지만 상징적인 에피소드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 만나기 전의 얘기인데요. 어느 날 출근길이 늦어 170~180km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기 뒤에서 어떤 차가 라이트를 번쩍번쩍 거리며 마구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2차선으로 비켜주는데 흰 백발의 노인분이 운전하는 포르쉐 한 대가 고맙다는 손을 들고는 슝~ 하고 지나가더랍니다. 200km이상의 속도로 말이죠... 이처럼 아우토반의 1차선은 말 그대로 총알탄 사내들 아니면 아낙들 아니면 노인들의 달리기를 위한 소중한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에 자신 없는 차들은 1차선으로 들어가지 말아야 하죠. 

이렇게 달려야 하니 차들의 성능이 달리기에 최적화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겠고, 그런 당연함이 독일차들의 지금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요즘은 속도 제한 구간이 무제한 구간 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에 마냥 풀가속을 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독일의 아우토반, 그 중에서도 1차선은...자유와 속도를 느끼게 해주는 정말 소중한 가치로 여전히 남아 있답니다.



4. 급제동 급가속은 구경하기 힘들어...

독일 운전습관 혹은 문화 중에 또 한 가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바로 급제동 급출발이 없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차, 수퍼마력의 수퍼스포츠카라고 해도 도심이든 외곽 도로든 신호떨어지기 무섭게 부앙~~하고 달려나가는 차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쉽게 찾아 보기 어렵다는 것은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끔 어린 운전자들이나 튜닝 좋아하는 터키계 친구들이 끼익~하고 튕겨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자기차 그렇게 험하게 다루지 않는 편인데요. 어느 정도 탄력이 붙으면 그 때는 치고 나가는 경우는 많지만 드리프트 식의 운전자는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번 독일운전자들의 기름 절약 노하우 편에서도 설명드렸듯, 급제동은 더더군다나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신호기를 미리보고 여유롭게 브레이크를 밟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도로 위에서 여유롭고 안전하게 운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밟는 곳에서는 엄청나게 속도를 내는 사람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선 철저히 제한속도나 교통표지판을 지키려 노력한답니다. 



5. 뒷좌석도 안전벨트!

사진엔 베이비시트에 앉아 있는 어린아이들 모습만 있지만 웬만한 뒷좌석 어른 동승자들도 독일에선 안전벨트를 하더군요.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20대 중반의 독일처자가 아주 자연스럽게 안전벨트를 매는 것을 보면서 '뭐 고속도로니까...' 라고 끄덕였는데 나중에 다른 독일 남자 역시 시내길에서 조차 벨트를 매는 걸 보면서 '아~ 여기는 뒷좌석도 벨트구나 ' 싶어 머쓱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선한(?) 풍경이었던 터라 그 이후로도 좀 더 주의깊게 살폈더니, 이 사람들은 차에 오르는 순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벨트 착용이더군요. 결국 문화적인, 혹은 학습에 의해 습관화된 매우 기본적 행동양식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운전석이나 동승자에게 권하기는 많이해도 뒷좌석 동승자들에게 벨트 매라는 권유는 잘 안하지 않았나요? 이제부터라도, 불편하다 외면하지 말고 자신과 동승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안전벨트 매는 습관, 권유하는 태도를 길들여야겠습니다...

                                       (내일 2편에서 나머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