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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의 포르쉐가 자동차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

남아공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요즘, 독일 텔레비젼에서 가장 광고 노출이 많이 되고 있는 기업은 현기차입니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이기 때문인데요.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타국에서 한국메이커가 세계인의 축제의 공식 스폰서로 당당히 브랜드를 알리고 있는 게 뿌듯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팬으로 옷을 갈아 입고 보면, 이런 공식스폰서로 당당히 서 있는 현대차의 전지구적(?) 이벤트 보다는, 지난 6월 말에 열렸던 아주 작고 소박했던 이벤트 하나에 더 관심과 애정이 가는데요. 바로 "포르쉐 디자인 쇼(Porsche Design Show )"가 그것입니다.


디자인 쇼?...  조명 막 번쩍거리고 멋지게 세트 갖춰진 그런 쇼를 기대했던 분들은 '이게 뭐야?' 하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독일스럽다' 라는 즉, 화려함 보다는 내실을 기한다라는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쇼는 포르쉐 박물관에서 벌였는데요. 포르쉐 박물관 자체가 메르세데스나 BMW 박물관과 비교해 소박하다 못해 측은(?)할 정도의 작고 오래됐기 때문에 백그라운드 자체는 작고 소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벤트가 맘에 드는 이유는 그 규모가 아니라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저 사진에 보이는 세 명의 남자들 중 가운데 있는 사람이 이번 쇼를 기획한 마케팅 팀장인 크리스티안 브라운(Christian Braun)씨이고, 왼쪽의 남자가 포르쉐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인 올리버 로센봄(Oliver Rosenbohm)씨, 오른쪽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미티야 보르게르트(Mitja Borkert)씨입니다.

위의 두 디자이너는 이 번에 포르쉐의 새 모델을 담당했던 사람들로서 새로운 모델 출시에 맞춰 팬들과 만남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 새 모델이 바로...


포르쉐의 신형 카이엔입니다. 카이엔2011년형 출시에 맞춰, 이 날 포르쉐 박물관을 찾은 수백 명 고객들과 디자이너들이 밀착된 공간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우선 팬들과 디자이너들은 새로나온 카이엔의 디자인과 관련돼 많은 대답과 질문을 나눴습니다. 마치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대화하듯 다양한 얘기들을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다는데요. 얘기는 카이엔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좀 더 광의적 의미로까지 확장돼 상당히 심도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포르쉐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팬들과의 대화 뿐 아니라 이 날 행사를 찾은 많은 디자인 관련 대학생들의 습작품을 보고 나름 견해를 밝히고, 때론 적극적인 조언도 해줬다고 합니다. 사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겐 그 어떤 시간보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또한, 신형 카이엔의 제작 과정을 담은 미니 사진전을 행사장 한 쪽에서 열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차량의 모델링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해,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신차 제작의 리얼한 현장을 고스란히 전달해줬습니다.



이처럼 여러가지 행사내용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을 찾은 팬들에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디자이너들이 직접 현장에서 그린 스케치를 모든 고객들에게 선물로 줬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상당히 성의 있게 진행된 하루 동안의 이벤트였습니다...아이를 보세요... 턱을 괴고 슥삭슥삭 그려내는 디자이너의 손길을 바라보는 저 아이의 마음속에서도 멋진 디자이너의 꿈이 자라고 있겠죠?


돈 많이 들여 과시성 이벤트를 하거나, 브랜드 홍보를 위한 행사들을 많이 하지만 정작 자동차 팬들에겐 이런 밀도 있고 친근한 행사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접근, 이런 소통이 훨씬 진정성 있는 마케팅이란 생각은 저뿐일까요?...

여튼, 한국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자동차 메이커들도 요런 밀착된 행사들 많이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현대차의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그런 우려의 소리들을 팬들과의 진정어린 소통의 노력을 통해 해소시킬 수 있다는 거, 너무 괴리감 있는 바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