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현대자동차는 한 집안 브랜드이지만 판매 경쟁에 있어서만큼은 남처럼 서로 치열합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기아는 현대차보다 판매량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인데요. 지난해 결과만 보더라도 현대차는 국내에서 72만 6,838대, 글로벌 시장에서 316만 4,143대를 팔았습니다. 반면 기아는 국내에서 53만 5,016대, 글로벌 시장에서 224만 2,040대를 팔았죠.
<2021년 현대차 기아 총판매량>
현대자동차 : 389만 981대
기아자동차 : 277만 7,056대
이처럼 국내외 판매량이 밀리는 기아지만 유럽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카세일즈베이스닷컴에 따르면 기아는 2020년 총 42만175대를 팔아 41만8,536대를 판매한 현대차를 앞질렀습니다. 유럽에서만큼은 기아가 현대차를 판매량에서 앞서는 결과를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였죠. 2021년 유럽 판매량을 보면 기아가 48만2,978대로 49만8,572대를 팔아치운 현대차에 근소한 차이로 밀렸습니다. 그리고 만약 기아가 유럽의 가장 큰 시장 독일에서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만 보였다면 지난해에도 유럽 승자 자리는 기아의 차지였을 겁니다.
<2021년 독일 판매량 비교> (자료: 독일 연방자동차청)
현대차 : 10만 6,620대
기아차 : 6만 5,839대
독일은 현대차의 유럽 사업 거점 국가죠. 그래서 오래전부터 독일 시장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 인재 스카우트도 활발한데 이 역시 독일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합니다.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현대차가 기아보다 독일에서 더 높고, 전문 매체들의 비교테스트에서도 뿌리가 같음에도 기아보다 현대차 모델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현대차의 노력은 판매량으로 드러나 투산 대 스포티지, 코나 대 니로, i10 대 모닝 등, 현지에서 인기 있고 많이 팔리는 대표 모델들 간의 경쟁에서 현대차가 기아보다 앞서 있습니다. 기아의 경우 씨드가 분전하고 있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면 독일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결정적 모델이 없다는 게 기아의 지금까지 고민거리였습니다.
EV6는 진격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최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변화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바로 전기차 EV6에 대한 관심인데요. 그간 독일에서는 기아보다는 현대차에 대한 관심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EV6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몇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었고, 이런 부분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부쩍 기아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습니다.
아시다시피 EV6는 한국 자동차로는 처음으로 '유럽 올해의 차'에 뽑혔습니다. 1964년부터 시작된 이후 한 번도 한국산 자동차가 뽑힌 적이 없었기에 이번 EV6의 유럽 올해의 차 선정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말 독일에서도 작지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비교테스트에서 아이오닉5와 볼보 XC40을 따돌리고 EV6가 1위에 오른 것입니다. 독일 시장에서 유럽 올해의 차에 뽑힌 것보다 어쩌면 더 판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런 비교테스트에서 1위를 한 것이기에 기아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사용 편의성이나 제동 능력 등에서 EV6가 경쟁자들을 넉넉한 점수차로 따돌렸다고 전했고, 주행의 다이내믹, 핸들링, 조향성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좋은 점수를 줬습니다. 운전이 재밌는 전기차라는 평가를 한 것인데 이는 유럽, 특히 독일과 같은 펀 드라이빙에 관심이 높은 곳에서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양산 브랜드의 전기차가 이런 특징을 보이는 것은 분명한 차별점이며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4월 말에 다시 한번 비교테스트 결과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아이오닉5와 머스탱 마하E, 그리고 테슬라 모델 Y 등과의 대결로, 만약 EV6가 여기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독일 시장뿐 아니라 유럽 시장 전체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올해 초 EV6는 히터 결함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그 후에는 헝가리에서 충돌 사고 후 화재가 발생하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고주파 소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 EV6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품질 문제로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제대로 된 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는 EV6뿐만 아니라 이후에 나올 기아의 전기차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함 등, EV6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기아의 이 전기차는 큰 관심 속에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 시장 분위기는 우호적입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에서 관심이 상당합니다.
이전에 없던 이런 관심과 기대가 실제 판매로 이어진다면 현대차와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독일에서 기아는 차이를 좁히는 것은 물론 역전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독일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와의 경쟁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게 됩니다. EV6의 독일 시장에서의 성공은 그렇기에 기아에겐 꼭 필요합니다. 해낼 수 있을까요? 현대차와 기아의 독일 시장에서의 선의의 경쟁, 특히 전기차들의 뜨거운 경쟁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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